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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독일 물가상승률 7.3% 스페인 9.8%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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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유럽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30일 프랑스 서부 낭테에서 택시들이 기름값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30일 프랑스 서부 낭테에서 택시들이 기름값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전역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비상이다.

30일(현지시간) 독일 연방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을 7.3%로 발표했다. 1981년 이후 가장 높다. 지난 2월 5.5%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년 전보다 에너지 가격이 39.5% 급등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는 올해 독일의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기존의 2.6%에서 6.1%로 높였다. 이 전망치도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을 경우의 예상치다. 경제자문위원회 소속 폴커 빌란트 프랑크푸르트대 경제학 교수는 “러시아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독일의 물가 상승률은 7.5~9%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도 3월 물가 상승률을 9.8%로 잠정 집계했다. 198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한꺼번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같은 날 독일 경제자문위원회는 독일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6%에서 1.8%로 대폭 내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의 소비자와 기업은 지출을 줄이고 있고 실업률은 높아졌다”며 “이달 유로존 경제 심리 지표는 5.4포인트 하락한 -108.5로 12개월 만에 최저”라고 발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같은 날 “전쟁 비용이 1년에 약 1500억 유로(약 202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 공급과 대금 결제를 둘러싼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 수위는 낮아지는 분위기다. 독일 정부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이 가스 대금을 유로화로 계속 결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같은 날 ZDF TV에 출연해 “러시아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철회하지 않았지만, 상황 개선을 위한 첫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주일 만에 푸틴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건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이다. 이날 러시아 통계청은 “지난 25일 기준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15.6%”라고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일주일 전 14.5%였는데 빠르게 올랐다”며 “이는 2015년 9월 이후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루블화의 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루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 러시아에선 이유식·자동차·의약품 등 거의 모든 상품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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