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적금은 짜고, 주식은 파란불…답답한 투자자 1.5조 쏟은 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들어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한 뒤 2600~2800 사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 규모 상위 10개 회사의 발행 합계액은 지난 1월 2조3264억원에서 2월 3조565억원, 3월 3조975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제공 셔터스톡

올해 들어 코스피가 10% 넘게 급락한 뒤 2600~2800 사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 규모 상위 10개 회사의 발행 합계액은 지난 1월 2조3264억원에서 2월 3조565억원, 3월 3조975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제공 셔터스톡

회사원 김모(31)씨는 최근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에 200만원을 투자했다. ‘8만 전자’를 노리며 지난해 말 1000만원을 투자해 삼성전자 주식을 샀지만 10% 넘게 손해를 보고 있다. 대안 투자처를 찾던 중 ELS에 돈을 넣은 것이다. 그는 “주식으로 본전도 못 찾는 상황에서 연 7~15% 수익률을 목표로 맞는 상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10% 넘게 하락한 코스피가 박스권(2600~2800)에 머물자 답답한 투자자들이 ELS로 눈을 돌리고 있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 규모 상위 10개 회사의 발행 합계액은 지난 1월 2조3264억원에서 지난달 3조9752억원으로 두 달 만에 1조5000억원 넘게 늘었다.

최근 상위 10개사 ELS 발행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 상위 10개사 ELS 발행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LS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를 기초 자산으로 만든 파생상품이다. 기초 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가 만기 때까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원금과 미리 약속한 수익을 지급한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 상품이다. 만기는 일반적으로 3년이나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한다.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줄어들었던 ELS 발행 규모가 올해 들어 늘어난 것은 전 세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진 탓이다. 송방준 신영증권 SP세일즈부 이사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로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ELS를 대안으로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지수 변동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 코스피지수 변동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서학 개미’를 겨냥해 미국 테크 기업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한 ELS 상품 출시가 이어진 것도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4일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을 팔았다. 만기는 1년으로 3개월마다 조기 상환 여부를 판단한다. 최초 기준가의 85%(3개월), 80%(6개월), 70%(9개월), 65%(만기) 이상일 경우 연 20% 수익을 지급한다.

NH투자증권도 테슬라와 마이크론을 연계한 종목형 ELS를 출시했고, 미래에셋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엔비디아와 AMD를 기초자산으로 한 종목형 ELS 상품을 선보였다. 수익률은 연 17.8%~22.3% 정도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이지만 ELS는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테슬라 ELS도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보다 45%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있고, 만기 평가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65% 미만이면 원금의 100%까지 잃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홍콩H지수가 급락하며 관련 ELS가 대거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며 투자자들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ELS는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이 커진다”며 “기초자산의 현재 가격과 방향성 등을 면밀히 따져보고 만기 혹은 조기 상환 주기와 수익조건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혁 메리츠증권 파생상품팀장은 “ELS는 일반적으로 만기 내에 조기 상환 기회가 있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만기까지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며 “파생상품의 특성상 주식처럼 매매할 수 없어 환금성이 떨어지고 투자자 요청으로 중도 상환할 경우 청산 비용이 드는 만큼 만기까지 버틸 수 있는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