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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잘 나가는 금수저 핀테크, '먹튀' 낙인 지울까

중앙일보

입력

상장한 지 고작 5개월 된 새내기주이건만. 그동안 참 파란만장했습니다. ‘상장 대박’ 한달 만에 ‘경영진 먹튀 논란’으로 시장을 발칵 뒤집어놨었죠. 도대체 이 이슈가 어디로 흘러갈지를 지켜보느라 앤츠랩은 이제야 다루게 됐습니다. 카카오페이입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를 모르는 사람도 있나? 하시겠지만. 의외로 카카오뱅크랑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그래서 간단 소개부터 할게요.

카카오페이는 2014년 카카오 핀테크사업부로 출발했는데요(2017년 분사). 온라인으로 물건 주문할 때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그 간편결제서비스(오프라인 결제도 가능)를 국내 최초로 론칭했죠. 카카오톡 메신저 창에서 친구에게 돈 보내는 송금서비스도 하고요. 또 플랫폼에서 대출과 보험상품도 팝니다(금융서비스). 자회사로 증권사(카카오페이증권)도 운영 중이고 디지털 손해보험사도 준비 중(올해 상반기 본인가 목표). 은행과는 상관 없어요. 은행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의 성장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페이의 성장세.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실적을 보자면 카카오페이 거래액(Total Payment Volume)이 99조원. 2년 전(2019년 48조원)과 비교하면 2배가 됐으니 성장속도가 엄청 빠른데요.

거래액만으로 비교하면 경쟁사 네이버페이(38조2000억원)보다 훨씬 커보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매출 관점에서 보면 카카오페이 거래액엔 일종의 허수가 많습니다. 매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오히려 비용만 나가는) 송금 거래액이 훨씬 더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죠. 송금을 빼고 순수한 결제서비스(매출이 발생하는)만 놓고 보면 간편결제 시장 1위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너네는 도대체 매출이 발생하는 거래액은 얼마냐’고 물어보면 안 알려줍니다. 아마도 전체 거래액의 5분의 1 수준이 아닐까 추정만 하는데요. 송금 말고 수수료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진짜 ‘결제’ 금액을 늘리는 게 실적에선 매우 중요하죠. 카카오페이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결제에서 나오니까요(나머지 3분의 1은 금융).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중앙포토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중앙포토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카카오페이는) 결제건수, 이용자수로는 간편결제 선두권이고, 올해는 결제금액으로도 선두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따라잡는다는 걸까요? 신 대표는 “온라인에선 카카오 결제와 논-카카오결제 중 카카오결제가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즉, 카카오톡 쇼핑이나 선물하기 사업이 잘 될 테니 덩달아 카카오페이 간편결제도 결제금액이 쑥쑥 커갈 거란 뜻이죠. 한마디로 아빠 잘 만난 금수저! 매출액 성장세는 쭉~ 계속될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집안에서 팍팍 밀어주는 금수저라도 스스로 이뤄낸 성과가 있어야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는 법. 카카오페이엔 그게 금융서비스인데요. 이 금융서비스,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게 주가가 좀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보험 가입해본 적 있나요? P2P 투자는요? 지금은 법적 이슈(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이란 유권해석)로 둘다 중단됐는데요(P2P는 작년 8월, 보험은 9월에 중단). 카카오톡이란 강력한 메신저의 ‘플랫폼 효과’로 금융서비스를 확장하려던 계획이 잠시 주춤합니다.

올해는 한방을 준비 중입니다.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이 드디어 MTS를 내놓는데요(현재는 베타버전, 다음주 정식 출시). 얼마 전 해외 주식 소수점거래(테슬라 주식 1000원어치 사요~) 서비스를 시작했고, 상반기 안에 국내와 미국 주식 투자까지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톡으로 주식선물하기(상반기), 카카오톡에서 주식 거래하기(하반기) 서비스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플랫폼 효과로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유입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사진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톡으로 주식선물하기(상반기), 카카오톡에서 주식 거래하기(하반기) 서비스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플랫폼 효과로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유입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사진 카카오페이

현재까지 MTS의 사용성은 좋다는 평. 고객 수익률과 종목 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매력포인트인데요(수익률 좋으면 라이언이 탬버린 치고, 나쁘면 어피치가 땅을 치는 식). 이미 개설된 주식계좌 수가 530만개인 데다, 카카오페이 앱을 같이 쓰는 ‘원앱 전략’ 덕분에 MTS 이용자 수가 꽤 빠르게 늘어날 걸로 기대됩니다.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카카오톡으로 주식선물하기’(상반기 출시)와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주식 거래하기’ 서비스(하반기 출시)까지 추가되면 성장세는 더 가팔라지겠죠(역시 금수저..). 고객 대상 이벤트도 한다고 하니, 잘하면 계좌수로 1000만을 넘어서 업계 1위 자리를 넘보게 될 수도?

오, 그럼 MTS 이용자 급증=실적 고성장 시작? 아, 그게.. 당장은 그렇진 않을 수 있습니다. 두가지 이유인데요. ①초반엔 마케팅 비용이 엄청 들고요(지난해 MTS 출시한 토스증권, ‘주식 1주 랜덤 지급’ 이벤트로 적자규모 확대). ②MTS라는 게 익숙해지면 계속 쓰게 되기 때문에(주식을 다른 증권사로 옮기려면 돈도 들고 귀찮음) 생각보다 기존 주식 투자자를 옮겨오게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

MTS는 이제 막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초보 주린이가 주이용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투자할 돈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이에 대해 카카오페이증권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MTS 거래금액 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많은 사용자들의 새로운 경험을 넓히는데 무게 중심을 두겠다”고 설명했는데요. 결국 당분간은 MTS로 크게 돈 벌진 못할 거라는 뜻입니다.

이때만 해도 분위기 좋았는데... 뉴시스

이때만 해도 분위기 좋았는데... 뉴시스

실적과 성장성, 물론 중요하지만 투자 판단에서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있죠. 경영진에 대한 신뢰. 특히 설립 만 5년밖에 안 된 카카오페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카카오페이 전현직 임원 8명이 상장 한달 만에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대량매각해 차익 878억원을 챙긴 일,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카카오페이는 물론 모회사 카카오 주가까지 흔들리게 만들고 결국 카카오 대표 내정자(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자진사퇴했는데요. 새로 CEO를 맡은 신원근 대표는 몸을 낮춰 사과하고 주가가 20만원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카카오페이 임직원엔 ‘연봉 1000만원 인상+알파(복지혜택 월 30만원 인상)’를 약속하며 내부 달래기에 나섰죠. 이 부분에서 주주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아니, 손해본 건 주주들인데 웬 연봉파티? 주주들한테는 뭘 해줄 건가요?

솔직히 아직 크게 보이는 건 없습니다. 신원근 대표가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수익 전부를 주식 재매입에 쓰겠다고 밝힌 것 정도가 눈에 띄는데요. 20만원에 팔고 14만원에 다시 사는 셈이니, 본인도 이익인 셈.

저기요. 주주들한테도 뭘 주긴 주나요? 셔터스톡

저기요. 주주들한테도 뭘 주긴 주나요? 셔터스톡

그렇다고 자사주 소각이나 현금배당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당장 내놓으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쌓인 돈이 없으니까요(그동안 줄곧 영업적자). 올해 처음으로 적자를 탈출(흑자 전환)할 전망이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주주들에게 쥐어줄 돈이 없다면 마음을 사려는 노력이라도 좀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중장기 성장 계획을 담은 청사진을 제시해야죠. 현재까진 아쉬운 부분입니다.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해 본인가를 신청한 지 넉 달이 넘었는데, 아직 감감무소식. 상반기 출범은 어렵고 하반기에나 되겠군요.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 지분율이 꽤 높다는 점(39.13%)은 상장 때부터 불안요인으로 지적됐는데요(팔아치우고 나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두 회사의 사업적 제휴 관계를 볼 때 금세 매각할 것 같진 않습니다(일단 경영진보다도 더 오래 갖고 있음). 그래도 투자자라면 알아는 둬야.

결론적으로 6개월 뒤:

플랫폼의 힘은 막강, 주주의 신뢰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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