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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믹스 매출' 결국 부채로…과거 회계 오류도 들통난 위메이드[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돈 버는 게임'으로 게임계에 '쌀먹(게임 아이템 팔아 쌀을 먹는다)' 바람을 일으킨 위메이드. 작년 11월 최고점(24만5700원)을 찍은 주가는 최근 절반 이상 폭락한 가격(10만원 언저리)에서 허우적댑니다. 게이머들은 '쌀먹'한다는데, 주주들은 주먹을 불끈.

딴은 그런 것이 게임 회사가 게임을 못 만드는 건 아닌데, 코인(암호화폐)을 만지작거리다 회계를 둘러싼 잡음이 커졌기 때문이죠. 이 회사는 주주총회(3월 31일) 1주일 전까지 공개해야 하는 감사보고서 제출도 늑장. 주총 하루 전날에야 공시했습니다. 감사보고서를 딱 열어 보니, 과거 재무제표엔 오류도 듬성듬성. 이 회사 괜찮을까…. 주주들이 회사에 갖는 의문을 쉽게 정리해 볼게요.

위메이드의 대표적인 '돈 버는 게임' 미르4. 작년 10월 동시접속자 100만명을 기록했다. 위메이드

위메이드의 대표적인 '돈 버는 게임' 미르4. 작년 10월 동시접속자 100만명을 기록했다. 위메이드

① 게임 세계 기축통화로 키울 코인이라면서, 너넨 왜 팔아

먼저 회사가 시장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은 건 자체 개발한 코인(위믹스)을 대량으로 매각한 사건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에겐 일언반구도 없이 판 위믹스 규모만 2300여억원. 이게 작년 4분기 실적에 잡히면서 모두가 알게 됐죠.

'쌀먹' 게임계 아이템 거래의 기축통화로 육성하겠다면서, 정작 이를 발행한 게임사는 팔아치우고 있으니…. 위믹스 가격은 작년 11월 2만8900원까지 갔는데, 3월 31일 현재 6000원대로 폭락했습니다.

위믹스 올해 시세 차트. 업비트

위믹스 올해 시세 차트. 업비트

회사는 "장기적으로 위믹스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위믹스를 팔았다고 해명했는데요. 이런 목적이라면 애당초 위믹스를 팔아 번 돈을 매출액으로 잡은 작년 잠정 실적 공시(2022년 2월9일)부터 문제였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차근차근 따져보려면 '회계 지능'이 필요하겠죠. 같이 한번 살펴보지요.

② 코인 판 돈, 왜 매출이라고 했어? 코인 장사가 본업이야?

'위믹스'를 둘러싼 회계 처리가 적정한지를 살펴보려면, 국제회계기준(IFRS)이 암호화폐 회계 처리를 어떻게 하라고 했는지부터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암호화폐 가격은 자고 일어나면 천당과 지옥을 맛볼 만큼 변화무쌍하죠. 암호화폐를 가진 탓에 회사 실적마저 널뛰기한다면, 주식 투자자도 현기증이 생길 만합니다. 그래서 회계는 어떻게든 관련 손익을 '보수적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합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죠.

회계는 보수주의! 밑줄 쫙.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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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기업 간에도 암호화폐 거래가 활기를 띤 2019년, 회계 기준을 내놨습니다. ⓐ판매 목적의 암호화폐는 재고자산으로. 팔리기 전 창고에 있는 물건처럼, 암호화폐도 팔리길 기다리고 있는 재고일 수 있죠.

ⓑ그 외의 경우에는 모두 무형자산으로 처리토록 했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장차 회사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암호화폐 회계처리기준! '팔 거면 재고자산, 그 밖엔 무형자산' 쉽죠? 셔터스톡

암호화폐 회계처리기준! '팔 거면 재고자산, 그 밖엔 무형자산' 쉽죠? 셔터스톡

이런 재고자산과 무형자산은 원래 샀던 가격보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평가손실로 반영해야 합니다. 반대로 가치가 오르면 과거의 평가손실은 회복하지만, 평가이익으로 반영할 수는 없죠.

가치가 오른 게 이익이라 주장하고 싶다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고 팔고 나서 수익으로 잡으라는 보수적인 기준을 세운 겁니다. (자꾸 코인 올랐다고 자랑 말고, 팔고 나서 말해!)

뭐? 부자 됐다고? 김칫국부터 먹지 말고 팔고 나서 말해. 셔터스톡

뭐? 부자 됐다고? 김칫국부터 먹지 말고 팔고 나서 말해. 셔터스톡

다시 위메이드로 돌아와 봅시다. 시장이 먼저 놀랐던 건 위메이드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강조한 작년 실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체 매출액(5606억원)의 40% 가량(2255억원)이 본업인 게임 관련 매출액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대량으로 팔아 번 돈이었기 때문이죠. 작년 4분기로만 따지면 분기 매출액의 64%나 차지하죠.

회계감사 전 위메이드가 밝힌 작년 4분기 잠정 매출 구성.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회계감사 전 위메이드가 밝힌 작년 4분기 잠정 매출 구성.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물론 기업은 신사업 육성에 필요한 자금을 벌기 위해, 보유 자산을 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판 수익이 매출액이 될 수는 없지요.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생산설비를 짓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려고 경유차 생산라인을 고철로 팔았다면, 이건 영업 이외에서 발생한 수익(영업외수익)인 겁니다. 본업으로 번 매출액이라고 볼 수가 없죠.

회사 정관에 주요 사업으로 명시한 재화나 서비스를 팔아야 매출! 셔터스톡

회사 정관에 주요 사업으로 명시한 재화나 서비스를 팔아야 매출! 셔터스톡

이런 것을 매출이라고 우길 거면 '우린 고철 장사도 한다'고 회사 정관에 명시해 놓아야 합니다. 이렇게 회계 처리하면 회사 핵심 사업으로 번 실적인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뻥튀기될 수 있습니다. 감사인이 바로 잡았으니 망정이지, 이대로 재무제표 공시했다면 분식회계로 징계감이죠. 무지의 결과이던 의도적이었던, 시장은 폭락한 주가로 평가해 준 겁니다.

시장이 또 한 번 놀란 건 외부감사인(삼정회계법인) 지적 후 수정한 실적.위메이드는 5606억원으로 공시한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코인을 판 돈 만큼이 홀랑 날아가 매출액을 3372억원(회계감사 후 최종 매출액은 3349억원)으로 재공시(3월16일)했습니다.

감사인 지적으로 위믹스를 팔아 번 돈을 매출액에서 지우고 '선수수익'이란 부채로 분류했습니다. 말하자면 위믹스 판 건, 나중에 추가로 서비스나 물건을 내어줄 '상품권'을 판 것처럼 처리해야 한다고 회계사가 지적한 겁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구매자들에게 게임 아이템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니, 일단은 부채로 잡아두고 의무를 다한 뒤에 매출로 잡으라는 의미입니다.

위믹스 판 건 상품권 판 것처럼 회계 처리해야. 셔터스톡

위믹스 판 건 상품권 판 것처럼 회계 처리해야. 셔터스톡

③그래서 이 회사, 암호화폐 어떻게 회계처리했어?
그럼 위메이드는 암호화폐를 어떻게 회계처리했을까. 이 회사는 위믹스 발행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코인 투자도 열심히 했습니다. 작년에는 사내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100억원어치 사기도 했고요. 암호화폐 중개기관을 통해 자체 발행한 위믹스를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갖게 된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을 다시 팔아 현금화한 겁니다. 현금 처분한 규모만 2000억원대.

비트코인은 무형자산! pxhere

비트코인은 무형자산! pxhere

재미있는 건 회사가 가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메이저 코인은 무형자산(암호화자산)으로 회계 처리했습니다. IFRS에 따른 거죠. 이걸 팔면 '영업외수익'이 생깁니다.

그런데 정작 위메이드가 밀고 있는 위믹스는 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자산인지부터 확신할 수 없다고 본 거죠. (미래 경제적 효익을 확신할 수 없다) 이건 상품권 성격으로 봤다고 설명했죠? 신세계백화점이 아무리 상품권을 많이 발행한다고 해도 회사 자산 규모가 커지지 않는 것과 같죠.

정리하면, 비트코인은 갖고 있으면 무형자산, 팔면 영업외수익. 위믹스는 갖고 있어도 자산 가치는 없고, 팔면 선수수익(부채).

④과거 재무제표에 오류도 있었다는데, 심각한 거야?
감사인은 또 이 회사의 2020년 이전의 회계 처리가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계열사의 수익 인식 등을 잘못하다 보니, 모회사 실적까지 오류가 생겼다는 겁니다. 연결 재무제표는 모회사와 계열사를 묶어 한 가족인 것처럼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때문에, 계열사에서 회계 오류가 생기면 전체 연결 재무제표에도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죠. 이런 오류는 이전 재무제표를 감사한 한영회계법인도 인정했습니다.
회계 오류가 생겨 과거 재무제표까지 수정하는 일(전기 오류 수정)은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닙니다. 정도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조사(회계감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번 회계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감사의견으로 '적정'을 주긴 했지만, 과거 재무제표는 못 믿겠다는 의사 표시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2020년 및 이전 기간의 연결 재무제표 전체에 대해 어떤 확신도 표명하지 아니합니다"라고 기술)

위메이드 회계감사를 한 삼정회계법인은 2020년 이전 재무제표는 아예 '감사받지 않은 재무제표'라고 기록할 만큼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위메이드 감사보고서

위메이드 회계감사를 한 삼정회계법인은 2020년 이전 재무제표는 아예 '감사받지 않은 재무제표'라고 기록할 만큼 신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위메이드 감사보고서

결국 코인을 팔아 번 돈으로 매출액을 늘리려던 회사의 기대는 좌절.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은 암호화폐 위믹스의 가격과 위메이드의 주가가 한배를 탔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구조지요. 먼저 선순환. '신작 게임 흥행→게임 아이템 거래 활발→위믹스 수요 증가 및 위메이드 실적·주가 상승'.

반대로 '신작 게임 흥행 실패→게임 아이템 거래 부진→위믹스 수요 부진 및 위메이드 실적·주가 하락'도 가능하죠.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 성장을 위해 낳은 아이가 미래 기업 가치와 동행하는 운명.

위메이드와 위믹스, 우린 한 배를 탄 운명이라오. 셔터스톡

위메이드와 위믹스, 우린 한 배를 탄 운명이라오. 셔터스톡

증권가에선 위메이드가 회계 스캔들로 성장통을 겪고는 있지만, 올해 실적은 나쁘지 않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매출을 내는 미르4와 올해 상반기 새롭게 출시할 미르M 등 신작 게임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한 해 전 대비 50~60%는 늘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게임회사는 게임을 잘 만들고 볼 일.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오락가락 실적에 늑장 공시, 이제 그만
※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최신 정보를 넣어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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