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 구독전용

[앤츠랩]'K-방산' 대표주자, 성장주 느낌 장착은 했는데

중앙일보

입력 2022.03.29 07:00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저궤도 위성, 블록체인. 이런 용어, 뭔가 미래지향적이고 고성장일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죠. 이런 신사업들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본업도 탄탄한데요. 구독자 codk***@naver.com님이 궁금하다며 앤츠랩 게시판에 분석을 요청하신 종목, 한화시스템입니다.

에어택시가 상용화된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한화시스템

에어택시가 상용화된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의 본업은 방위산업과 SI(시스템통합)입니다. 매출 비중(지난해 기준)은 방위산업 72%, SI 28%로 방위산업이 더 크죠.

무기 만들기와 전산시스템 구축의 결합이라니 특이한데요. 역사를 보자면 2015년의 ‘빅딜’로 삼성의 방산회사 삼성탈레스가 한화로 넘어왔고요, 2018년 한화그룹 내 SI를 담당하던 한화S&C를 흡수합병했습니다. 2019년 ‘방산과 ICT(정보통신기술)의 시너지’를 외치며 코스피 상장.

그래서 진짜 시너지 내는지를 보자면 일단 실적은 꾸준한 성장세입니다. 방위산업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데다(아무나 못함), 한화시스템은 방산전자 분야(레이다, 통신체계, 탐지기, 광학장비, 위성 등등)에서 기술력 톱이기 때문인데요.

방산무기가 첨단화되면서 국내 해외 모두 수주가 폭발. 지난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할 ‘천궁-Ⅱ 다기능 레이다’(1조3000억원)를 수주해서 ‘K-방산’이라고 언론에서 호들갑 떨기도 했죠. 방산 관련 수주 잔고는 5조5000억원으로(지난해 말 기준) 1년 전보다 37.5%나 늘어났습니다. 한마디로 당분간 먹고 살 걱정 없다.

한화시스템이 UAE에 수출하는 천궁-Ⅱ 다기능 레이다.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UAE에 수출하는 천궁-Ⅱ 다기능 레이다. 한화시스템

올해도 방산 수주는 쭉~ 계속됩니다.중앙방공통제소(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항공기를 감시해서 적군, 아군, 민항기를 척척 구분) 성능개량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본계약 곧 체결하고요(총사업비 1845억원). 공지(空地)통신 무전기 성능개량사업(보안기능 좋은 새턴 무전기로 업그레이드) 수주전에도 뛰어들 거고요(총 사업비 1조9000억원). 군집형 초소형 SAR 위성체계사업(작은 위성 여러개 모아 띄워서 사각지대 없이 북한 미사일 촘촘 감시, 총사업비 2133억원)과 장사정포 요격체계사업(북한이 쏜 장사정포를 요격하는 한국판 아이언돔, 총사업비 2조8900억원)에서도 수주 기대 중. 특히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잘만 개발하면 천궁-Ⅱ처럼 중동 수출 가능성이 있을지도?(설마 중동국가가 이스라엘 아이언돔을 사진 않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한화시스템의 초소형 SAR 위성 실물 모형.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의 초소형 SAR 위성 실물 모형. 한화시스템

그런데 방산 수주 대박→주가 상승이냐 하면, 그게 또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실 수출 덕분에 예전보단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방산주=경기방어주이죠. 크게 떨어지진 않지만 막 오르지도 않는.

그런데 한화시스템 PER(2022년 추정치 컨센서스 기준)은 38배에 달합니다. 해외 방산업체(미국 레이시언 컴퍼니 16.2배, 영국 BAE시스템스 11.8배, 프랑스 탈레스 12.5배)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죠. ICT사업을 같이 하는 점을 고려해도(비교 대상인 삼성SDS PER 14배) 주가가 동종업계 대비 고평가돼있다 할 수 있는데요. 왜일까요.

주가에 있어 핵심은 이겁니다. 신사업! 한화시스템이 단순 방산주가 아닌 성장주 느낌을 풍기기 시작한 건 그동안 신사업에 뿌려놓은 게 많아서 그런데요. 일단 간단히 표로 정리해 볼게요.

한화시스템이 투자한 벤처기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화시스템이 투자한 벤처기업.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화시스템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국내외 벤처기업에 투자를 해왔는데요. 투자 분야는 크게 세가지입니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속칭 ‘에어택시’), 저궤도 위성, 블록체인.

이중 에어택시를 볼까요(공식 용어는 UAM이지만 에어택시로 쓸게요). 한화시스템은 에어택시용 전기식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설계·제조하는 미국 스타트업 오버에어의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인데요. 올해 추가투자도 계획 중이죠. 국내 에어택시 산업에선 선두주자!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 중인 수직이착륙 항공기 '버터플라이'. 최고속도는 시속 320km이다. 2025년 서울-김포 시범운영 계획.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 중인 수직이착륙 항공기 '버터플라이'. 최고속도는 시속 320km이다. 2025년 서울-김포 시범운영 계획.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과 오버에어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수직이착륙 항공기 ‘버터플라이’는 2025년 양산&시범운영이 목표입니다. 아직은 시제기 제작 단계. 그말인즉슨 당분간 돈은 못 번다. 하지만 이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모건스탠리 ‘2040년까지 연평균 30% 넘는 폭발적 성장’ 전망)은 곳곳에서 나오는 중. 아직은 없는 시장이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저궤도 위성사업은 좀더 상용화에 가까이 다가서있는데요. 한화시스템이 지분 투자한 원웹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와 함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일명 ‘우주 인터넷’)의 대표주자이죠(최대주주는 인도 바르티 그룹, 영국 정부가 2대 주주). 1200㎞ 상공에 위성 648기를 띄워서 2023년부터 완벽한 전 지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입니다(이미 428기는 띄웠음).

카이메타의 위성 안테나 제품. 접시 모양이 아니다. 카이메타 홈페이지

카이메타의 위성 안테나 제품. 접시 모양이 아니다. 카이메타 홈페이지

한화시스템은 위성 안테나 기술기업 2곳-페이저솔루션(영국)과 카이메타(미국)에도 투자했는데요. 둘다 접시모양의 기계식 위성 안테나가 아니라, 작고 편평한 모양의 전자식 위성 안테나 기술을 가진 기업이죠. 내년쯤 한화페이저(구 페이저솔루션)가 위성안테나 제품을 출시할 계획.

블록체인 사업에도 꽤 진심이어서 싱가포르에 H파운데이션도 세웠는데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플랫폼 사업에 투자하는 투자지주회사라는군요.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256(블록체인 플랫폼 ‘루니버스 운영)에도 투자.

자, 그래서 신사업에 투자해서 돈을 얼마나 잘 벌고 있나요?라고 물으신다면 그게 좀. 신사업 부문은 지난해 매출이 사실상 제로(정확히는 400만원...)이고, 영업적자가 237억원이었는데요.

올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미 최근 실적 발표에서 “진행하는 신사업은 (올해는) 매출규모가 본격적으로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죠. 동시에 “오버에어에 많은 금액 투자가 집행될 거고, 디지털 플랫폼 투자도 올해 집행된다”고 했고요. 적자폭은 올해 더 커질 게 확실시.

아직은 겨우 이런 단계... 셔터스톡

아직은 겨우 이런 단계... 셔터스톡

한마디로 갈 길이 멉니다. 어쩌겠어요. 이제 갓 태어났거나 막 걸음마 떼기 직전 수준의 신사업인데. 얼른 커서 기업을 먹여살려주면 좋겠지만, 쉽지 않죠. 내년에야 매출이 좀 생기기 시작할 듯.

마침 금리인상기가 겹치면서 그림만 있고 숫자(매출)로 증명되진 않는 성장산업이 예전만큼 주식시장에서 핫하지 않은 시기가 도래했는데요. 그래서 일부에서 한화시스템 목표주가를 낮춰잡고 있기도 합니다. 마냥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기보다는, 신사업 진척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주가가 따라가게 되는 거죠.

다행이라면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1.16조원)로 실탄은 빵빵하게 채워넣었다는 점. 당분간은 씨를 더 뿌리는데 집중할 텐데요. 씨앗에서 싹이 틔고 꽃이 핀다는 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주가도 좀 탄력을 받을지도?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새로운 미래가 오긴 오겠지만 좀더 뭔가 빨리 보였으면

※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