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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도 주식처럼 내재가치 평가해서 투자하는 시대가 왔다"[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가상자산 전담 애널리스트? 기존에 없던 직책이 증권사에 새로 생겼는데요. 그만큼 가상자산도 이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일정부분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겠죠. 이달 초 신한금융투자의 가상자산 전담 애널리스트로 영입된 이세일 연구위원을 24일 만났습니다. 참고로 가상자산 투자를 권유하려는 건 절대 아니고요. 투자의 최신 트렌드를 따라잡자는 취지로 준비한 인터뷰랍니다.

이세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김현동 기자

이세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 김현동 기자

전 직장(대우증권, 현대해상)에선 관련 없는 일을 했는데. 어떻게 가상자산 전담이 되셨어요?
“현실 캐릭터 말고 부캐가 있었죠.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에서 엑셀러레이터로 몇년간 활동했는데요. 보통 크립토(가상자산)쪽 인력은 크립토만 알고, 제도권 금융 사람들은 크립토를 모르거든요. 마침 제가 양쪽을 다 해서 오게 됐죠.” 
이제 제도권 금융사도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가상자산을 편입 시키긴 해야겠구나’란 인식을 갖게 된 거군요.
인식보다 먼저 시장이 어느새 그렇게 돼버렸어요. 미국 벤처캐피탈 돈은 이미 2~3년 전부터 상당히 크립토 쪽으로 갔고, 인력도 많이 이동했죠. 한국도 그렇게 갈 수밖에요.”
앤츠랩 독자들 중에도 코인에 투자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요. 요즘 궁금증은 이거에요. ‘디지털 금이라더니, 왜 요즘엔 주식하고 같이 가?’
“현재 추세로는 주식과 많이 연동됐죠. 이유는 복합적인데요. 가상자산은 단계를 보면 창세기, 그러니까 ‘제네시스 피리어드(Genesis period)’이거든요.” 
아직도 아주 초기단계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해 굉장히 많은 성격이 부여될 수 있죠. 불과 2~3년 전만해도 주식과는 별개였는데, 작년쯤부터 기관투자자 투자가 엄청 유입되면서 달라졌죠. 그런데 여전히 금과 같은 성격도 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엔 비트코인이 급등했는데, 전쟁 때문에 리스크 헤지 수요가 몰린 거죠. 그 이후엔 다시 주식과 연동되면서 금과 반대로 갔고요. 특히 지난해 12월부터는 크립토 쪽에 신규 유동성이 상당히 줄었는데요. 자체동력이 없다 보니 주식과 연동성이 커졌죠. 요약하자면 매우 복합적 성격이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바뀔 거다. 워낙 초기 단계고 중요한 이슈가 많이 남아있거든요.”
이세일 연구위원이 테라의 루나 코인 그래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세일 연구위원이 테라의 루나 코인 그래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가상자산 투자에 부정적인 분들은 이렇게 지적하죠. 내재가치가 없다.
“만약 3년 전에 ‘코인에 내재가치가 있어?’라고 누가 질문했다면 저도 답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달라졌죠. 실생활에서 쓰이는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들이 나온 건데요. 전통 금융을 따라하는 디파이(DeFi), 아트 컬렉션을 할 수 있는 NFT(대체불가토큰)가 나오면서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욕구가 생겼죠. 그걸 이용해 거래할 땐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그 수수료가 이제는 마치 ‘기업의 어닝’처럼 된 거죠. 이더리움, 테라, 솔라나 같은 데서 유용한 디앱들을 내놓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데요. 이더리움 같은 경우엔 캐시플로어가 몇조원씩 나와요. 따라서 어느 생태계가 우량한지, 그 생태계의 코인이 어느 건지를 따져서 투자할 수 있는 거죠. 마치 주식 투자와 비슷한데, 벤처캐피털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이런 식으로 코인에 투자해요. 예전처럼 ‘가즈아’하는 게 아니고요.” 
가상자산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네요.
“실생활과 접목된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생태계란 개념이 생긴 거죠. 테라 루나 코인은 지난해 가격이 급등해서 수익률이 2500%였는데요. 대출해주는 ‘킬러 앱’이 지난해 나왔기 때문이었죠. 제 주변에 테라 루나로 1000억원대를 벌고 회사 나간 사람도 있어요.” 
1000억원이라니... 생태계만 보면 이더리움이 현재는 가장 큰 것 아닌가요.
“맞아요. 그런데 이더리움은 자체적인 문제가 존재해요. 수수료나 속도 문제요. 그럼에도 이더리움이 계속 유지되는 건 비탈릭 부테린(이더리움 창시자)이라는 영민한 리더가 있어서죠. 문제가 발생하면 고치려고 하고, 소통을 하니까요. 테라도 리더십 있는 CEO(권도형)가 있다는 점이 클 수 있었던 요인이고요.” 
일종의 팬덤과 리더십으로 굴러가는 셈인데. 달리 보면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뜻 아닐까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초기를 상상하시면 돼요. 테슬라도 모델3 출시 전엔 다들 부도날 거라 했지만, 머스크의 리더십으로 신뢰를 쌓으며 버텼잖아요. 물론 반대로 가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말을 잘못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죠.”
'비트코인은 금보다 뛰어나다'라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의 주장을 설명 중인 이세일 연구위원. 김현동 기자

'비트코인은 금보다 뛰어나다'라는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의 주장을 설명 중인 이세일 연구위원. 김현동 기자

NFT라는 실용적인 서비스가 생겨나긴 했는데, 지난해 열풍이었던 NFT가 요즘엔 가격 폭락했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어요.
“NFT는 앞으로 할 영역이 너무 많고, 더 많이 퍼질 거예요. 그런데 왜 그렇게 갑자기 빠졌냐 하면, 지금의 NFT 유형은 간단한 JPG 이미지예요. NFT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사실 마음 속엔 ‘이 이미지가 돈이 된다고?’라는 두려움이 있거든요.” 
투자하는 사람도 그렇군요!
“NFT 이미지가 처음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는 거라 흥미를 끌었지만 유형의 한계가 있는 거죠. 솔직히 그 이미지가 엄청 유명 작가의 작품은 아니거든요. 또 인위적인 가격상승도 관찰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유형이 나와요. 이미지만 주는 게 아니라 그걸 가진 사람한테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거죠. NFT 이미지를 받으면 요트클럽에서 사교활동을 하게 하는 프로젝트가 최근에 성공했고요. 그런 식으로 NFT는 다른 가치를 갖게 될 겁니다. 시장이 좀 성숙된 거죠.” 
한국에선 금지됐지만 플레이투언(P2E)게임도 핫했는데요.
“P2E게임 초기엔 게임 퀄리티가 낮은데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했는데요. 정부가 막은 것도 있지만, 그 게임성을 가지고는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게임이었어요. 지금은 대형 게임사들이 P2E에 들어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이게 새로운 라운드가 될 거에요. 게임성이 강한 게임에 돈을 버는 기능까지 합치거나, 혹은 돈이 아닌 다른 이득을 주는 기능을 합치면 P2E는 또 다시 진보할 겁니다.
그는 4월부터 내부 직원들에게 가상자산 시장 흐름을 설명하는 목적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영상은 일반에도 공개된다. 김현동 기자

그는 4월부터 내부 직원들에게 가상자산 시장 흐름을 설명하는 목적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영상은 일반에도 공개된다. 김현동 기자

가상자산에 어떻게 투자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해주실 수 있나요?
“비트코인은 일반 코인과 역할이 달라요. 금과 비슷한 성격이죠. ‘정부의 무분별한 통화 발행에서 벗어나고 싶다’ 또는 ‘지정학적 위험을 헤지하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면 비트코인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그게 아니라, 투자해서 돈 벌자는 관점이라면 자산의 5~10%를 코인으로 가져가세요. 왜나하면 초기단계라 변동성이 매우 크고, 장기투자를 해야 하거든요.” 
혹시 제로가 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만 투자해라? 그럼 어떤 코인에 투자해야 하나요?
“코인 생태계에서 나오는 디앱 서비스들이 굉장히 유용할 것 같다, 삶에 도움 되고 많이 쓰일 것 같다, 현실 세계에서 판단했을 때 건강해 보인다면 투자할 만하죠.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에요.” 
정말 주식과 비슷하네요. 하지만 여전히 ‘블록체인이 뭐지?’라며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사실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마음이 닫혀있는 거죠. 삼성전자에 투자한다고 해서, 반도체 기술을 다 알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가 중요해요.”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 필요도 없고, 막상 공부하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그래도 이해하기 위해 추천할 만한 책 아니면 유튜브가 있을까요?
“책보단 유튜브가 낫죠. 워낙 변화 속도가 빨라서 책이 못 찾아가거든요. 그래서 저도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서 4월부터 유튜브를 시작해요.” 

by.앤츠랩
※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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