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전용

[앤츠랩]식품주는 엉덩이가 무겁다? 포켓몬빵을 보는 관점

중앙일보

입력 2022.04.04 07:00

“포켓몬빵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기 위해 관련 생산설비를 24시간 내내 가동하고 있음에도 원활한 공급에 어려움이…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포켓몬빵 열풍에 미소…35일 만에 800만개 판매
양산빵 독보적 1위…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 지위
푸드·유통 부문 신사업 가시화가 향후 주가 열쇠

요즘 이 회사 홈페이지 사정이 이렇습니다. 거의 대란 수준이죠. 포켓몬빵을 만드는 SPC삼립입니다. 포켓몬빵은 1998년 첫 출시 초기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요. 빵 속에 든 띠부띠부씰(뗐다 붙이는 스티커) 때문입니다.

열풍의 한 가운데, 포켓몬빵. SPC삼립

열풍의 한 가운데, 포켓몬빵. SPC삼립

2006년 단종됐다가 올해 2월 재출시! 난리도 아닙니다. 희귀한 띠부띠부씰은 중고 장터에서 4만~5만원정도로 시세 형성. 빵값(1500원)은 아무것도 아니네요. 빵을 봐야 뽑든지 말든지 할 텐데 ‘실물을 영접한 적조차 없다(저 역시)’는 한탄이 가득합니다. 빵이 들어오는 새벽 시간 편의점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도. 이쯤 되면 사과를 수백번 해도 회사는 기분이 좋겠네요.

퀴즈 하나 내보겠습니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의 국내 상륙 순서는?’ 정답은 배스킨라빈스(1987년)→파리바게뜨(1988년)→던킨도너츠(1993년. 1980년대 다른 업체가 개점했다가 폐업, 이후 비알코리아가 다시 오픈)

일단 셋 다 SPC그룹이 보유한 브랜드입니다. SPC그룹의 계열사는 크게 SPC삼립,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파스쿠찌, 쉐이크쉑 등), 비알코리아(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배스킨라빈스 메타버스 버전. SPC그룹

배스킨라빈스 메타버스 버전. SPC그룹

이중 SPC삼립은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 사명만 보면 아직도 모르는 분이 많죠. 파리바게뜨가 빵집 프랜차이즈라면 SPC삼립은 양산빵(공장에서 생산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빵) 제조업체입니다. 1945년 황해도 옹진의 동네 빵집 상미당이 출발점인데요. 역사적으론 삼립과 샤니(포켓몬빵도 샤니가 출시)가 큰 골격을 이룹니다. 둘 다 전통적인 양산빵 강자인데요. 두 회사의 뿌리는 같습니다. 결국 다시 합쳤고요.

SPC삼립의 양산빵 시장 점유율은 약 70%. 독보적인 1위죠.(2위는 롯데제과) 소비자 입장에서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는 구분해서 찾겠지만, 양산빵은 보통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 따지지 않죠. 과자를 고를 때 좋아하는 걸 찾지, 회사 이름을 보고 고르지 않은 것처럼요. 편의점에서 빵을 하나 살 때, 어지간하면 삼립의 빵이란 거죠.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1등 사업자. 경쟁력 갖춘 알짜 기업이란 뜻입니다.

최근엔 코로나 덕을 좀 봤는데요. 지난해 실적이 아주 좋았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9467억원, 6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 29.4% 상승. 사업 부문은 크게 베이커리, 푸드, 유통으로 나뉘는데요. 확실히 전통적인 빵 사업의 수익성이 좋습니다. 전체 영업이익의 83.1%(550억원)가 베이커리 부문에서 나왔죠.

양산빵. SPC삼립

양산빵. SPC삼립

연결 매출로 따지면 절반은 유통 사업(1조4861억원)입니다. 자회사 SPC GFS(지분 100%)가 담당하는데요. SPC 계열 회사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것부터 각종 물류 사업까지 사업 범위가 꽤 넓습니다. 최근엔 지역 식자재 마트와 자영업자를 연결하는 유통 플랫폼 ‘온일장’도 내놨죠. 푸드 부문은 밀가루, 육가공품, 신선식품 등인데요. B2B(다른 식품제조 업체에 원재료 공급)와 B2C(최근엔 샐러드가 엄청 잘 팔림!) 둘 다 가능한 게 강점이죠.

유통이나 푸드의 성장세는 나쁘지 않으나 이익률은 좀 떨어지는 편. 신사업이 많아 매출은 꾸준히 늘겠지만, 딱히 남는 장사를 하긴 어려운 구조인데요. 맏형(양산빵)이 당분간 더 버텨줘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때, 기가 막힌 신제품이 등장. 바로 포켓몬빵이죠. 출시 35일 동안 800만개 넘게 판매. 단순 계산으로도 120억원(매출 개념과는 다릅니다!)에 달하네요. 게다가 앞으로도 많이 팔릴 거고요.

마케팅 효과까지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선 엄청난 이득을 본 게 사실인데요. 다만 주가에 미칠 영향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어느 정도 반영된 측면이 있는데요. 올해 최저가(1월 19일, 6만7100원)와 비교하면 34%가량 상승한 상황. 전쟁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식품주 주가가 부진한 걸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승으로 볼 만합니다.

SPC삼립 제품 라인업. SPC삼립

SPC삼립 제품 라인업. SPC삼립

무한한 유행이란 없습니다. 언젠가는 정점이 찾아오죠. 인기가 한창일 땐 더 많이 팔릴 거라 기대하지만, 실제와 예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2014년 허니버터칩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때 제조사 해태는 2016년 생산 능력을 2014년의 1.8배 수준으로 늘렸는데요. 실제 매출은 딱 10%밖에 늘지 않았고, 마진율도 떨어졌죠.(한화투자증권) 그래서일까요? 회사 측은 포켓몬빵 때문에 증설하는 건 검토하지 않는 듯합니다.(이런 판단력이 더 장점 같은…)

양산빵이 미래형 아이템은 아닙니다. 빵 먹는 문화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데다(예컨대 홈베이킹), 슈퍼에서 사 먹는 빵만으론 한계가 있죠. 최근 SPC삼립이 내놓은 새로운 경영 목표는 ‘2024년 매출 4조원, 영업이익 1100억원’입니다. 베이커리보단 푸드와 유통이 잘 돼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데요. SPC삼립의 주가는 온라인 사업, 새벽 배송, 간편식(HMR), 친환경 등 회사의 신사업 키워드가 얼마나 빨리, 잘 자리를 잡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포켓몬빵이 아니라요.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 SPC삼립

샐러드 브랜드 '피그인더가든'. SPC삼립

단기적으로 밀가루 가격 급등은 부담 요소입니다. 밀가루 좀 비싸게 사 왔다고 빵 가격을 바로 올릴 순 없으니까요. 유가 역시 비용을 증가시키는 상황. 더 큰 틀에서 우려할 만한 포인트도 있습니다. SPC는 계열사 간 내부 거래 이슈가 불거질 위험이 늘 따라다니는데요. 실제로 공정위는 2020년 파리크라상 등 계열사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총수 2세가 지분을 보유한 SPC삼립을 부당 지원했다며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죠.(현재 행정소송 중) 늘 눈치를 봐야 한달까…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식품주는 엉덩이가 무겁긴 해도.

이 기사는 4월 1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관련기사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