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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제련소 전력난…원자재 값 급등에도 웃는 제련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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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글로벌 금속기업인 니르스타의 프랑스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전기료가 큰 폭으로 오른 탓에 니르스타는 수개월째 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최근 생산 재개를 준비 중이다. [AFP=연합뉴스]

글로벌 금속기업인 니르스타의 프랑스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전기료가 큰 폭으로 오른 탓에 니르스타는 수개월째 공장 가동을 멈췄다가, 최근 생산 재개를 준비 중이다. [AFP=연합뉴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업들의 원가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제련업체들이 남몰래 웃고 있다. 구리·아연 같은 비철금속뿐 아니라 제련 부산물 가격까지 올라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하면 원가 부담, 수요 감소 같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광산 조업이 차질을 빚으며 최근 2년 새 구리·아연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가 확대되고, 수요가 폭등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치솟던 구리·아연 값에 또 한 번 불을 지폈다.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중단되자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운 유럽 제련소들이 가동률을 낮췄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비철금속 공급난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는 t당 1만426달러, 아연은 4310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구리(8768달러)는 19%, 아연(2813.5달러)은 53% 올랐다. 제련업계 관계자는 “금·은·백금·팔라듐 등 제련 부산물의 가격도 함께 뛰었다”고 말했다.

이는 비철금속을 생산·가공하는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LS니꼬동제련이 구리를 전기분해해 순도를 높인 전기동을, 고려아연이 아연·납 등 비철금속을 생산하고 있다. 풍산은 전기동으로 금속판·동전 등을 가공하며, LS전선·대한전선 등은 전선을 만든다.

올들어 원자재값 얼마나 뛰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들어 원자재값 얼마나 뛰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원룟값이 오르는데 비철금속 가공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건, 원재료 매입가가 오르면 이들 제품의 판매가격도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미리 사둔 원재료 가격이 오르게 되면 원재료 매입가 대비 제품 가격이 상승해 마진도 좋아진다.

실제 제련업계의 실적은 고공행진 중이다. 유안타증권은 풍산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760억원, 4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8%, 33% 늘어난 것이다. 풍산은 지난해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2% 오른 2조5560억원, 영업이익은 144% 증가한 2338억원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고려아연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어난 1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2402억원으로 예상했다.

전선 업체들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공급 계약 때 판매 가격과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을 연동시키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두고 있어서다. 지난해 LS전선의 매출은 4조1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늘었고, 대한전선의 매출은 1조8612억원으로 29% 증가했다.

실적 상승 기대감에 주가도 강세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은 전날보다 4.3% 오른 6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0만원대였던 주가가 1년 새 50% 넘게 뛰었다. 풍산은 전날보다 0.45% 오른 3만3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런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기업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풍산의 경우, 현재 보유 중인 재고 가치가 상승해 이익이 늘었지만 재고를 소진한 후에는 오른 가격으로 원재료를 사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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