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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버닝썬에 사실상 4년 자숙…YG '빅뱅 컴백' 복잡한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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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룹 빅뱅이 5일 4년만에 신규 앨범을 발매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빅뱅이 5일 4년만에 신규 앨범을 발매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왕의 귀환” “진정한 아티스트 그룹” “막강 존재감 증명”

4년 만에 신규 앨범을 발매한 보이그룹 빅뱅에 대해 YG엔터테인먼트는 이렇게 자평했다. 5일 자정에 공개한 ‘봄여름가을겨울 (Still Life)’ 음원이 하루 만에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뿐 아니라 플로, 지니, 벅스, 바이브 등 실시간 차트에서 모두 1위로 올라섰다. YG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대중성, 독창적 예술성을 겸비한 아티스트 그룹으로 평가받는 빅뱅의 뛰어난 음악 역량이 만들어 낸 성과”라고 소감을 밝혔다.

엔터 및 투자업계의 관심은 “빅뱅이 여전히 빅뱅일까”에 쏠린다. 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로 연초 대비 50% 넘게 뛴 YG 주가는 5일 6.40% 하락한 6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4년 기다림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출발이다.

악재 이어진 YG 4년 ‘고난의 행군’

YG엔터테인먼트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YG엔터테인먼트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빅뱅의 공백기는 사실상 ‘자숙기’였다. 대마초 흡연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탑, 마찬가지로 대마초 파문에 휩싸였던 지드래곤, 그리고 소유 건물 내 성매매 유흥업소 논란을 받았던 대성, 일명 ‘버닝썬 게이트(성매매, 성폭력처벌법, 식품위생법 등 9개 혐의 유죄 인정)’로 2019년 탈퇴한 승리까지 각종 사건·사고를 거치며 부정적 여론은 빅뱅을 넘어 YG 전체로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현석 전 대표는 원정 도박과 비아이 마약 무마 의혹 등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아티스트 논란이 잊힐만할 때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YG의 자회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는 지난해 판타지 사극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시청자의 거센 비난에 방송 2회 만에 조기 종영하면서 32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YG의 3대 주주는 중국 텐센트와 웨잉의 합작사다. 앞으로도 중국의 동북공정 행보와 맞물려 YG가 또다시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증권가 “주요 아티스트 공백 길어져”

YG의 신인 보이그룹 트레저는 지난달 오리콘 차트 1위 기록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YG의 신인 보이그룹 트레저는 지난달 오리콘 차트 1위 기록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빅뱅의 컴백이 YG에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겨우 조용해진 각종 논란을 재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YG가 빅뱅의 컴백을 단행한 데는 투자업계 요구가 한몫했다. 올해 초만 해도 증권가는 YG 목표 주가를 낮추면서 빅뱅의 오랜 공백을 이유로 밝혔다. 지난 1월 삼성증권은 기존 9만1000원이었던 YG의 목표 주가를 7만8000원으로 낮췄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SK증권도 각각 1만8000원, 1만6000원 하향 조정한 7만~7만7000원으로 목표 주가를 낮췄다.

이들은 YG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를 낮춘 이유로 “주요 아티스트의 활동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팬덤을 가지고 있는 빅뱅의 활동 재개가 YG의 매출 증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분석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BTS로 상징되는 가요판의 변화

빅뱅이 없는 사이 YG는 블랙핑크의 인기 덕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빅뱅이 없는 사이 YG는 블랙핑크의 인기 덕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다만, 지난 4년 사이 한국 엔터 업계 판세는 변했다. 과거 빅뱅이 K팝 대표 그룹으로 군림하며 국내 가요계를 이끌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방탄소년단(BTS)를 필두로 굵직한 보이 그룹이 빼곡하게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특히 빅뱅의 공백 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BTS는 이제 세계적인 스타로 몸집을 불렸다.

아이러니하게 YG는 지난해 빅뱅 없이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YG의 지난해 매출은 39.3% 늘어난 3556억원, 영업이익은 370.4% 증가한 506억원을 냈다. 호실적은 걸그룹 블랙핑크가 견인했다. 그룹 활동뿐만 아니라 멤버 개인 활동에서 나온 음원 판매가 기록을 경신했다. 제니·지수·로제·리사 등은 각각 샤넬·디올·셀린느·생로랑 등 유럽 명품 브랜드의 대표 모델로도 각각 활동 중이다. 여기에 신인 보이그룹 트레저는 지난달 오리콘 차트 1위 기록하면서 YG를 지탱하고 있다.

빅뱅 그룹 체제 유지에 대한 YG의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인 것이다. 지드래곤은 이미 솔로 활동을 오래 해 왔고, 탑은 배우 전업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이에 대해 YG는 “빅뱅은 잘 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빅뱅 컴백이 YG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YG는 빅뱅, 블랙핑크 등 주력 아티스트의 컴백과 콘서트 재개가 본격화되는 2분기(4~6월)부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며 “본업과 함께 글로벌 팬덤을 활용한 콘텐트, 플랫폼, 대체불가토큰(NFT) 등으로 비즈니스 확장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팬덤이 여전히 탄탄한 건 사실이나, 열성팬을 넘어 대중적인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빅뱅이 다시 K팝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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