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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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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선출직 공무원과 4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의 재산변동사항은 매년 3월 말 공개된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첫해 핵심 개혁 과제로 전격 시행됐다. 이전까지 신고는 하되 비공개로 뒀던 것을 국민에게 공개한 것이다. 정경유착과 금권선거를 막고, 재임 기간 재산을 부당하게 불리지 말라는 취지였다.

 재산공개 제도는 조금씩 변화했다. 주택 취득가격 기준으로 신고하던 걸 공시지가 기준으로 바꾸고, 액면가로 신고하던 비상장주식의 시가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등 실제 재산 규모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다지 바뀌지 않은 건 기계적 분석이 불가능한 PDF 파일을 기관별로 자체 관보나 공보에 올리는 공개 방식이다. 이번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공개 파일만 81개,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기초의회 등은 각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따로 공개한다. 이런 환경에선 기자들도 보도자료에 언급된 내용 위주로 보도할 뿐, 제대로 검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 대부분 언론사에는 데이터 전문기자도 없는 실정이다.

 국회의원의 재산은 그나마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정보공개센터가 2016년부터 매년 국회공보 PDF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변환한 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공유하고 있어서다. 그 자료를 분석해보면 가령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 수 있다.▶국회의원 298명의 부동산 자산총액 약 5400억원 중 서울 비중이 63%(3371억원)를 차지한다. ▶청와대 이전설로 관심이 쏠리는 서울 용산에선 김희재·박진·이용호·조수진 의원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나, 가장 비싼 집에서 살고 있는 이는 한남동 나인원 전세 65억원을 신고한 한무경 의원이다. ▶박주민 의원의 별명은 '거지갑'이지만 처음 당선됐던 2016년 재산은 5억여원이었고, 지금은 14억원이 넘었다. 박 의원이 보유한 서울 신당동 아파트 평가액이 4억7600만원 올랐고, 나머지 4억2000여만원은 알뜰히 모은 덕이다.

 정보공개센터가 올린 자료도 데이터 정제를 하려면 손이 많이 간다. 그래도 내용을 살피기가 한결 수월하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이 지난해 5월 '재산공개는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태로 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다. 국회 외 다른 기관의 정보에도 시민들이 손쉽게 접근하도록 국회가 힘을 내주길 바란다.

정보공개센터가 변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국회의원 부동산 자산 분포. 서울과 경기를 합하면 75.6%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소유권과 전세권을 포함해 분석했다. 이경희 기자

정보공개센터가 변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국회의원 부동산 자산 분포. 서울과 경기를 합하면 75.6%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소유권과 전세권을 포함해 분석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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