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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천은 어떻게 만들지?" 위빙틀에 실 엮으며 원리 배웠죠

중앙일보

입력

여러분이 입고 있는 옷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요즘은 옷을 만드는 소재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재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천으로 만든 옷은 실로 직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직조란 기계나 베틀 등으로 천을 짜는 과정을 말해요. 세로 방향의 경사(날실)와 가로 방향의 위사(씨실)가 십자(+) 모양으로 계속 교차해나가면서 면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천이죠.

크고 복잡하게 생긴 베틀에서 천을 직조하는 원리만 가져온 휴대용 베틀을 활용하면 내 취향을 반영한 천을 짜는 것도 가능해요. 이러한 행위를 옷감과 카펫 등을 직조한다는 뜻의 영어 단어에서 따와 위빙(weaving)이라 해요. 김하원·노주하 학생기자가 위빙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에 있는 공방 스태리 라운지를 찾아 최은아 대표와 만났어요.

공방 안에는 테두리에 홈이 여러 개 파인 여러 나무판이 있었는데요. 이들의 정체는 바로 휴대용 베틀이에요. 액자처럼 생겼는데 베틀이라니 신기하네요. "베틀과 같은 큰 직기는 휴대하기에는 크고, 초보자가 다루기에는 사용법이 어려워요. 하지만 휴대용 베틀은 경사에 위사를 거는 원리만 알면 쉽게 할 수 있죠."(최) 이렇게 위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작된 틀을 위빙틀이라고 해요. 경사를 거는 테두리에 홈이 파였으면 홈틀, 못이 박혔으면 못틀로 부르는데 형태는 차이가 있지만 경사를 건다는 점에서 원리는 같습니다.

 위빙에 필요한 도구들. 왼쪽부터 휴대용 베틀인 위빙틀(홈틀), 실을 탄탄하게 정리할 때 쓰는 위빙콤, 마무리 단계에서 쓰는 코바늘과 스킬 바늘, 실을 자르는 가위 등이다.

위빙에 필요한 도구들. 왼쪽부터 휴대용 베틀인 위빙틀(홈틀), 실을 탄탄하게 정리할 때 쓰는 위빙콤, 마무리 단계에서 쓰는 코바늘과 스킬 바늘, 실을 자르는 가위 등이다.

위빙에 필요한 재료는 앞서 언급한 위빙틀 외에도 마음에 드는 색깔과 질감의 실, 직조 과정에서 실을 가지런히 정리할 때 쓰는 빗처럼 생긴 위빙콤, 일반 바늘보다 길이가 길고 끝이 덜 뾰족한 위빙 바늘, 실 가닥을 자를 때 쓰는 가위, 위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하는 길게 자른 마분지 등이에요.

"위빙을 할 때 쓰는 실은 어떤 종류가 있나요?" 주하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경사나 위사가 될 만한 실이면 다 사용할 수 있어요."(최) 물론 자주 쓰이는 실은 있죠. 면을 주원료로 한 실인 면사, 양에게서 얻은 부드러운 털을 주원료로 한 실인 램스울, 서로 다른 종류의 실이나 같은 종류지만 색이 다른 실을 하나로 합친 합사, 포인트로 방울이 달렸거나 반짝이를 넣는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만든 특수사, 양모 혹은 아크릴이 섞인 양모를 염색한 굵은 실인 양모 등이죠. 이 모든 실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어요. 특히 위사의 경우 경사에 잘 엮을 수만 있다면 리본끈이나 길게 자른 천, 나뭇가지, 꽃도 쓸 수 있어요. 다만 경사로 쓰는 실은 천의 기둥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만져봤을 때 튼튼한 소재를 고르는 게 좋습니다.

위빙에 사용하는 실의 종류는 제약이 없다. 다만 경사로 삼을 실은 천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튼튼한 소재를 골라야 한다.

위빙에 사용하는 실의 종류는 제약이 없다. 다만 경사로 삼을 실은 천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튼튼한 소재를 골라야 한다.

앞서 직조의 원리가 경사에 위사를 교차하는 것이라 했죠. 이를 위빙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기법인 평직이라 해요. 평직의 첫 단계는 위빙틀 위아래에 있는 홈에 실을 걸어 고정하는 작업인 경사 걸기에요. 위사와 엮을 수 있는 기둥을 미리 만들어두는 거죠. 위빙틀의 크기만큼 천이 나오기 때문에 만들고 싶은 작품의 크기가 커질수록 위빙틀도 커져야 해요. 초보자는 경사를 조금만 걸어서 작은 사이즈의 천부터 만들어보는 게 좋아요. 하원·주하 학생기자는 가로 폭 10cm 크기의 티코스터를 만들어보기로 했죠.

1. 베틀홈에 걸어둔 경사에 위사를 앞뒤로 꿰면서 면을 만들고, 위빙콤으로 틈틈이 면을 탄탄하게 만든다.

1. 베틀홈에 걸어둔 경사에 위사를 앞뒤로 꿰면서 면을 만들고, 위빙콤으로 틈틈이 면을 탄탄하게 만든다.

2. 다음 줄을 만들기 위해 실의 방향을 바꿀 때 너무 힘을 주면 옆면이 뒤틀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2. 다음 줄을 만들기 위해 실의 방향을 바꿀 때 너무 힘을 주면 옆면이 뒤틀리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3. 위사로 쓰고 남은 실을 천 안에 넣고, 베틀에 걸어둔 경사를 잘라 매듭을 만들면 티코스터 완성.

3. 위사로 쓰고 남은 실을 천 안에 넣고, 베틀에 걸어둔 경사를 잘라 매듭을 만들면 티코스터 완성.

"먼저 여러분이 마음에 드는 실을 선택하고, 홈틀 아래쪽에 실을 묶어 고정해 주세요. 아래쪽 홈에 고정한 실을 위로 쭉 올린 다음, 아래쪽과 똑같은 위치에 있는 위쪽 홈에 실을 걸어주세요. 이 작업을 1cm 간격으로 10번 반복할 거예요."(최) 경사를 거는 횟수는 본인이 만들고 싶은 천의 면적과 비례해요. 예를 들어 1cm 간격으로 경사를 10번 걸면 가로폭 10cm짜리 천이 나오겠죠.

하원 학생기자는 검정과 회색이 섞인 면사를, 주하 학생기자는 초록·분홍·노랑 등 여러 색이 섞인 특수사를 경사로 선택해 홈에 걸기 시작했어요. 한 줄씩 위아래로 총 10번을 걸고 마지막 실을 아래쪽 홈에 묶어서 고정하면 경사가 완성되는데요. 천이 완성되면 경사는 대부분 위사에 가려져서 색이 잘 드러나지 않아요. 경사를 완성된 천 표면에서 듬성듬성 보이게 하고 싶었던 주하 학생기자는 경사를 거는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했어요. 그러면 홈에 실이 두 가닥씩 걸리겠죠. "만져봤을 때 '퉁퉁' 하는 탄력이 느껴져야 튼튼한 기둥 역할을 할 수 있어요."(최)

경사에 위사를 걸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길게 자른 마분지 3장을 경사의 사이에 앞뒤로 끼워 넣는 겁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마분지로는 1번 실이 앞면, 2번 실이 뒷면, 3번 실에 앞면에 오도록 10번 실까지 끼워요. 두 번째 마분지로는 1번 실이 뒷면, 2번 실이 앞면, 3번 실이 뒷면에 오도록 끼우죠. 세 번째 마분지는 첫 번째와 같은 순서로 끼웁니다. 이 마분지는 위빙콤으로 위사를 정리할 때 실이 밀리지 않도록 지탱하고, 실을 가닥별로 분리해주기 때문에 위사를 걸 때 헷갈리지 않도록 도와줘요.

정사각형 형태에 가로세로에 모두 실을 걸 수 있는 못이 박힌 형태의 핀룸도 휴대용 베틀의 한 종류다. 주로 정사각형 형태의 천을 만들 때 사용한다.

정사각형 형태에 가로세로에 모두 실을 걸 수 있는 못이 박힌 형태의 핀룸도 휴대용 베틀의 한 종류다. 주로 정사각형 형태의 천을 만들 때 사용한다.

"이제 경사와 어울리는 위사가 될 실을 골라볼까요." 최 대표의 말에 하원 학생기자는 연보라색 램스울을, 주하 학생기자는 분홍색 특수사를 집어 들었어요. "적당한 길이로 자른 위사를 바늘귀에 꿰어 반으로 접은 뒤, 바늘이 경사의 앞뒤로 교차해서 지나가도록 해보세요. 바늘이 1번 실 앞으로 지나갔으면 2번 실에서는 뒤로 지나가게 되겠죠. 이걸 10번 반복하면 한 줄이 완성돼요. 한 줄을 다 뀄으면 다시 위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이걸 반복합니다."(최) 경사를 10번씩 두 번 걸었던 주하 학생기자는 바늘이 앞뒤로 오가는 기준을 경사 2가닥으로 잡았죠.

이렇게 원하는 만큼 줄쌓기를 반복하면 십자 모양으로 교차된 실들이 점점 면이 되는 걸 볼 수 있어요. 주의할 점은 줄을 바꿀 때마다 실을 너무 세게 잡아당기지 않는 거예요. 힘을 많이 주면 옆면이 틀어지기 때문이죠. 또 위사를 1~2줄씩 완성할 때마다 위빙콤을 활용해 세로 방향으로 슥슥 빗질해 주세요. 실이 빈틈없이 쌓여야 탄탄한 면이 되니까요.

최은아(왼쪽)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위빙의 기초 기법인 평직에 대해 설명했다.

최은아(왼쪽)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위빙의 기초 기법인 평직에 대해 설명했다.

줄을 몇 번 쌓다 보니 어느새 평직을 하는 법이 손에 익었습니다. 점점 손에도 속도가 붙네요. 이제 위사의 색깔을 바꿔볼까요. 주하 학생기자는 흰색 면실을 선택해 분홍색 위사로 만든 면 위에 다시 줄 쌓기를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위빙을 따로 배운 적이 있다는 하원 학생기자는 티코스터 중앙에 평행사변형 무늬를 넣어보기로 했죠.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방법은 간단합니다. 경사 10번 실까지 꿰던 연보라색 위사를 한 줄이 더해질 때마다 9번까지만 꿰기, 8번까지만 꿰기 이런 식으로 한 번씩 줄이는 거죠. 그러면 연보라색으로 쌓은 면이 사다리꼴 모양이 되면서 천의 한복판에 비스듬한 줄이 생기는데요. 그 부분을 아까와는 반대로 줄이 바뀔 때마다 경사에 꿰는 위사의 개수를 하나씩 늘려나가면서 검은색 실로 채워주면 평행사변형이 탄생합니다.

위빙은 세로로 거는 실인 경사에 가로로 거는 실인 위사를 합해서 면을 만든다는 원리만 이해하면 쉽게 할 수 있다. 특히 위사의 경우 실이 아닌 리본이나 나뭇가지, 꽃 등도 쓸 수 있다. 기본 기법인 평직이 익숙해지면 다양한 소재의 실을 써서 무늬를 넣을 수도 있다.

위빙은 세로로 거는 실인 경사에 가로로 거는 실인 위사를 합해서 면을 만든다는 원리만 이해하면 쉽게 할 수 있다. 특히 위사의 경우 실이 아닌 리본이나 나뭇가지, 꽃 등도 쓸 수 있다. 기본 기법인 평직이 익숙해지면 다양한 소재의 실을 써서 무늬를 넣을 수도 있다.

"위사로 평행사변형을 만들 때는 평직과는 다른 기법을 사용해서 포인트를 줘도 좋아요. 지금까지는 위사로 경사의 앞뒤를 왔다 갔다 하면서 면을 만들었죠. 이번에는 경사 한 가닥을 위사로 비스듬히 한 번 감은 뒤 바로 옆 다른 경사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해보세요. 이걸 수막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첫 번째 줄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감았다가 두 번째 줄에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감으면 멀리서 봤을 때 머리를 땋은 모양처럼 돼요." 최 대표의 말에 따라 열심히 실을 감아보는 하원 학생기자. 아직은 능숙하지 않아 완벽한 모양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평직으로 실을 엮었을 때와는 다른 질감을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어요. 마지막으로 푸른빛이 도는 면실로 남은 부분을 메우면 천 만들기가 끝나죠. 열심히 평직으로 줄쌓기, 위빙콤으로 빗기를 반복하던 주하 학생기자도 어느새 위빙틀 위에 직사각형 모양의 천을 완성했어요. 색감이 화려한 실을 써서 그런지 보기만 해도 화사하네요.

"이제 위사로 쓰고 남은 실의 끄트머리를 천 안에 자연스럽게 집어넣는 작업을 할 거예요. 보통 코바늘로 실의 끝을 집어서 경사와 위사가 교차하는 곳에 넣는 방법을 쓰지만, 여러분에게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스킬 자수를 할 때 쓰는 스킬 바늘로 넣어줘도 돼요."(최) 마지막으로 위아래에서 천을 지탱하고 있던 경사를 넉넉한 길이로 잘라준 뒤 하원 기자는 1줄씩, 주하 기자는 2줄씩 묶어서 위아래로 각각 10개의 매듭을 만들어주면 티코스터 만들기가 끝나죠. 이때 경사를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천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히 묶어야 해요.

김하원(왼쪽)·노주하 학생기자가 휴대용 베틀을 이용해 티코스터를 직접 직조했다.

김하원(왼쪽)·노주하 학생기자가 휴대용 베틀을 이용해 티코스터를 직접 직조했다.

"위빙틀로 옷도 만들 수 있나요?" 하원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위빙틀이 꼭 사각형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두꺼운 마분지를 옷 모양으로 오린 뒤, 위아래에 홈을 만들고 경사를 걸어 위사를 교차시키면 옷 모양의 천이 탄생하겠죠. 그걸 2개 만들어서 바느질하면 스웨터를 만들 수 있어요."(최) 어렵게만 느껴지던 천 짜기, 경사와 위사가 교차한다는 원리만 알면 내 취향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활동이 된답니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가족들과 함께 방문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처음 직조를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었죠. 관련 서적도 찾아보며 계속 관심을 키우던 중 소중 기자단으로서 위빙을 체험하게 되어 너무 기뻤어요. 최은아 대표님과 티코스터 만들기를 했는데 머리를 땋는 것처럼 실을 짜는 새로운 기법인 수막도 친절하게 알려주셨어요. 위빙은 실과 실이 만나 만들어내는 그림을 확인하는 재미가 특별하고 성취감이 있어요.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위빙을 통해 공예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어요.

김하원(경기도 하스토리홈스쿨 6) 학생기자

저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실을 이용한 건 쉽지 않았어요. 알록달록 예쁜 색깔 실로 뜨개질을 해서 우리 집 강아지 목도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도전했는데 매번 실패로 끝났죠. 그러던 중 위빙 취재에 참여했는데 ‘내가 만들다가 망치면 어쩌지?’ 촬영 직전까지 걱정했어요. 하지만 저의 예상과는 다르게 위빙이 너무 쉽고 재미있어서 실을 이용한 활동을 처음으로 완벽하게 성공을 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자신감이 생겨서 반려견 목도리 만들기에 재도전하고 싶어요. 위빙 취재를 통해 천이 직조되는 원리를 알 수 있었고, 홈틀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면서 옛날에 베틀을 이용하여 어떻게 옷을 만들었는지를 알게 됐습니다.

노주하(인천 신정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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