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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봄나들이 준비 됐나요” 한꺼번에 만개한 벚꽃

중앙일보

입력

봄이 완연합니다. 3월까지는 조금 서늘했는데 4월의 햇볕은 꽤 따뜻합니다. 발아래 낮은 위치에 냉이∙꽃다지∙봄까치꽃∙ 봄맞이∙민들레 등 다양한 풀꽃들도 피어나고 있고, 목련의 뒤를 이어 개나리∙진달래∙벚나무∙복사나무∙명자나무∙모란도 줄줄이 꽃이 피어나지요. 그중 누가 뭐래도 봄 하면 떠오르는 건 벚꽃이 피는 벚나무일 겁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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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변에서 자주 보는 벚나무는 왕벚나무와 산벚나무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아요. 도심 속 가로수나 공원에 심어진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죠. 벚나무는 나무줄기에 가로줄로 무늬가 나 있는데 이런 무늬를 ‘껍질눈(피목)’이라고 합니다. 나무마다 조금씩 껍질눈이 다르게 생겼죠. 보통 껍질눈은 세로줄인 데 비해 벚나무는 가로줄이라서 알아보기가 쉬운 편이에요.
벚나무 잎을 자세히 보면 잎몸과 잎자루 사이에 좁쌀보다도 작은 조그만 돌기가 2개씩 나 있습니다. 꿀이 나와서 ‘밀선’이라고 부르는 데 개미를 유인해서 진딧물이나 애벌레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낸 거예요. 자신을 공격하는 애벌레를 나무 스스로 흔들어 떼어낼 수 없으니 제3자의 도움을 받아서 막아내는 작전인데요. 벚나무의 지혜가 놀랍죠.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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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는 우리 역사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특히,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을 불교의 힘으로 막아내고자 제작했던 팔만대장경과 연관이 있죠. 다양한 나무로 대장경판을 새겼는데 최근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 사용된 나무의 60%이상이 벚나무였다고 해요. 정확히는 ‘산벚나무’였죠. 왜 하필 산벚나무가 가장 많이 사용된 걸까요?  물론 산벚나무는 조직이 조밀하고 잘 썩지 않아 목판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목판의 재료라고 해도 구하기 어렵다면 제작이 어렵겠지요. 즉, 산벚나무는 당시에도 우리나라에 많았던 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벚나무 이야기에 벚꽃이 빠질 수 없겠지요. 봄나들이 하면 꽃구경이고, 꽃구경 하면 벚꽃 구경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밝고 화려합니다. 해마다 언제쯤 벚꽃이 피는지 뉴스를 통해 개화 시기를 알려주고, 벚꽃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전국 곳곳에 있고, 이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벚꽃 버스나 벚꽃 열차를 운행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 잔치가 며칠 만에 꽃잎이 떨어지면서 끝이 납니다. 봄비라도 한번 세차게 내리고 나면 거의 모든 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버리죠. 그래서 많은 이들을 서운하고 허무하게도 만들기도 해요.
꽃 중에는 오랫동안 피는 꽃도 있고 짧게 피는 꽃도 있습니다. 배롱나무와 같은 꽃은 별명이 ‘백일홍나무’인 것처럼 100일간 핍니다. 하나의 꽃이 100일 동안 피는 게 아니고 여러 꽃이 차례로 피고 지며 100일 동안 이어지는 거죠. 무궁화도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여러 꽃이 피고 지는데요. 벚꽃은 그 반대입니다. 대부분의 꽃이 한꺼번에 피고 한꺼번에 집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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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벚나무는 왜 그런 작전을 쓰는 걸까요? 아름다운 꽃이 오래오래 가면 더 좋을 텐데요. 꽃잎이 진다는 것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뜻입니다. 이미 꽃가루받이가 되었기 때문에 꽃잎이 지는 거죠. 벚나무 주변에 벌들이 윙윙 대며 날고 있는 것을 본 적 있을 거예요. 한꺼번에 일제히 주변의 다른 꽃들을 압도하며 피어나는 벚나무는 우리에게만이 아니라 곤충들에게도 잔칫상 같을 겁니다. 한번에 많은 꽃이 피어나 많은 곤충이 몰리게 되죠. 그 결과로 꽃가루받이도 잘돼요. 그와 반대로 조금씩 오랫동안 피는 꽃은 곤충을 끊임없이 오랫동안 오라고 하는 작전을 쓰는 거죠. 그 역시도 꽃가루받이가 잘됩니다.
한꺼번에 피고 지는 꽃이나 오랜 시간 조금씩 차례로 피고 지는 꽃이나 모두 목적은 꽃가루받이입니다. 전혀 반대의 전략인데 결과는 같습니다. 자연의 생명들은 오랜 시간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번식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나날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도 저마다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게 필요하겠지요. 그러기 위해 우리를 둘러싼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그러면서 성실히 자신의 장점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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