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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무혐의 미루고 수사지휘 지시"…박범계·이정수 직권남용 고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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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고발됐다. 이 지검장은 수사팀의 정상적인 무혐의 보고를 결재하지 않았고, 박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을 법무부 직원들에게 지시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동정범이라는 게 고발인의 취지다.

3일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는 전날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이정수 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팀장 이선혁 형사1부장)이 지난달 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의견을 보고했지만 결재를 미뤘으며, 박 장관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법무부 검찰국에 지시했다는 이유다.

'한동훈 무혐의' 보고…李 "일주일만" 朴 "수사지휘권 발동"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임현동 기자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임현동 기자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의 한동훈 검사장 담당 검사는 지난달 28일쯤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처리계획보고서'를 만들어 이선혁 형사1부장을 통해 이정수 지검장에게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보고받은 이 지검장이 며칠 뒤 담당 검사에게 유선상으로 "월요일(오는 4일)까지 일주일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기 전 법무부에선 이 사건에 대한 기습 수사지휘권 발동 시도가 일었다. 박 장관은 지난달 31일 출근 직후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김오수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복원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라고 법무부 검찰국에 지시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권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020년 7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지휘를 중단시키고 서울중앙지검(당시 이성윤 지검장)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박탈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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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윤석열 당선인이 2021년 3월 총장직에서 사퇴하고, 2021년 6월 1일 후임 김오수 총장이 취임하고서도 10개월 동안 검찰총장의 지휘권 복원 시도를 하지 않다가 이날 오전 기습적으로 수사지휘권 발동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1시 본지 보도로 이런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 일자 박 장관은 오후 5시 50분쯤 끝내 이 지시를 철회했다. 법무부 내부에서도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정치권에서도 "방탄용 수사지휘권"이라거나 "결국 직권남용을 하겠다는 것"(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일동)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법세련 "모의 가능성 배제 못해…직권남용 공동정범"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이날 본지가 확보한 법세련 고발장에도 같은 내용이 실렸다. 법세련은 "채널A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A검사는 지난달 말경 이 지검장에게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고, 보고를 받은 이 지검장은 A검사에게 '일주일만 기다려 보자'고 답하며 처분을 미루고 결재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며 "박 장관은 이 지검장이 결재를 미루는 사이 추미애 전 장관이 박탈했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지난달 31일 법무부 검찰국에 지시했다"고 썼다.

법세련은 이어 "이들이 결재를 하지 않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사건을 종결짓지 않은 것은 명백히 피고발인들이 권한을 남용해 법무부 직원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고, 수사팀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다고 할 것"이라며 "이들이 (한동훈 검사장) 사건 결재를 미루고 처분하지 않기 위해 모의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사전 또는 사후 모의를 해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면 공범으로 처벌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법세련은 특히 박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시도에 대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형사 절차가 아니라 한 검사장을 계속 피의자 신분으로 있도록 하여 고통을 주겠다는 식의 정치보복성 수사지휘권 발동으로서 명백히 위법하며 인권침해적인 국가폭력"이라고 비판하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할 수 있도록 이들의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달라"고 촉구했다.

중앙지검과 법무부는 공식적으로 이런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중앙지검은 "수사팀 단계에서 사건처리에 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지검장까지 정식 보고되진 않은 상태였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법무부도 "전임 추미애 전 장관이 두 차례에 걸쳐 배제토록 했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한동훈 검사장 사건만이 아닌) 전체 사건에서 원상회복시키고자 검토하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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