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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스포츠 팀 노사 화합에도 큰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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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극심한 노사분규와 그에 따른 생산중단 등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던 금성사가 요즘은 딴판으로 달라졌다.
노사간에 언제 대림이 있었냐는 듯 종사원 모두가 한마음·한뜻으로 뭉쳐 있다.
그런가 하면 항상 긴장됐던 럭키금성 그룹의 임원회의도 화기애애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지난해 MBC로부터 인수, 올해 처음으로선 보인 프로야구단 LG트윈스가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럭키 금성은 올해 프로 야구단으로 인해 25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럭키금성은 계수 상으로 따질 수 없는 적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 내년에는 투자규모를 더욱 늘릴 계획으로 있다.
바로 이런 면이 기업들로 하여금 많은 돈을 써 가면서 스포츠 팀을 운영하게 하는 이유다.

<팀 수 현대·삼성 순>
국내 굴지의 대 기업그룹으로 꼽히는 삼성·현대·럭키금성 그룹 등 이 모두 1백 명 이상의 선수단을 거느리는 한편 1년 예산도 50억 원 이상씩 투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명의 중견기업들도 스포츠 팀을 운영함으로써 기업 홍보를 하고 있다.
기업 중에서 스포츠 팀을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는 곳은 현대 그룹이지만 선수단 규모와 예산 규모 면에서는 럭키금성이 가장 앞서고 있다.
현대는 프로축구·민속씨름 등 프로 2개 팀과 남녀농구·남녀배구 등 총11개 팀에 1백78명의 선수단이 소속돼 있다.
반면 럭키금성은 팀 수는 7개밖에 안되지만 프로야구·프로축구·민속씨름 등 프로팀들을 모두 갖고 있으며 선수단 1백85명, 예산은 1백1억 원으로 삼성그룹의 69억9천만원을 훨씬 상회한다.
삼성은 총 9개 팀에 1백59명의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이 레슬링 협회장을 맡고 있는 관계로 삼성 생명·전주제지 등 2개의 레슬링 팀을 갖고 있다.
대우는 이들 3개 그룹에는 뒤지지만 프로축구·남녀탁구·남녀 테니스 등 5개 팀에 95명으로 연간 30여 억 원을 쓰고 있다.
기업들은 보통 적게는 1년에 천만원대부터 1백억 원에 이르기까지 스포츠 팀에 쓰고 있지만 이로 인한 수입은 극히 미미하다.
아마추어 팀은 원래 수입을 바라지 않지만 소위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다는 프로팀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82년 출범한 프로야구나 그 이듬해 시작한 프로축구 등은 모두 자생력이 없는 상태로 국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8, 9년이 지났어도 자체적으로는 적자폭이 여전히 크다.
그나마 가장 성공을 거뒀다는 민속씨름도 협회 차원에서는 혹자지만 각 팀에 돌아가는 몫은 없어 매년 10억 원 정도를 예산으로 쓰고 있는 각 민속씨름단은 고스란히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의 경우 올해 가장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는 LG트윈스도 홈팀과 원정팀이 7대.3으로 나눠 갖는 입장수입과 헬밋 광고·경기장 광고·어린이 회원 가입비 등을 다 합쳐야 수입은 25억 원 정도로 총예산 50억 원의 절반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45억 원 예산에 수입은 14억 원을 예상, 적자폭이 31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계수 상으론 적자>
이러한 사정은 각 구단마다 비슷해 한국 화약 그룹의 빙그레 이글스도 43억 원 예산에 수입은 고작 6억6천만원으로 1년에 36억4천만원을 손해보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프로축구의 수임은 더욱 한심해 현재 럭키금성·대우· 현대·유공·포철·일화 등 6개 팀이 각각 1년에 15억∼30억 원 정도를 쓰고 있으나 입장료·TV중계 료 등의 수입은 기껏해야 5천만원 수준으로 거의 1백%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더구나 각 경기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그룹회장이나 계열사 사장들이 내는 각종 찬조금을 합치면 적자폭은 훨씬 더 늘어난다.
그러나 각 기업들이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스포츠 팀을 육성하는 것은 앞에서 예를 든 럭키금성의 경우같이 계수 상으로는 따질 수 없는「플러스알파」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선 적자폭이 큰 프로야구의 경우 5공 당시 프로구단 활성화를 위한 특례법을 제정, 계열사의 흑자기업에서 적자를 메워 주고 그 비용은 손 비 처리 받도록 되어 있어 실제적으로 그룹차원에서는 큰 손해를 보지 않는 셈이다.
또한 소속팀의 성적이 좋을 경우 회사 이미지 상승 효과나 생산제품에 대한 광고효과는 투자액 이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특히 자본금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일수록 스포츠 팀으로 인한 홍보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잇따라 거머쥔 해태 타이거즈 팀을 운영하고 있는 해태는 실제 매출 실적으론 비교가 안 되는 롯데·삼성·한국화약 등과 비슷한 수준의 기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한 민속 씨름단을 운영하고 있는 일양약품·삼익가구 등도 이들 씨름단을 통해 기업자체의 홍보와 이미지 상승효과가 매우 컸다는게 자체 분석이다.
더구나 민속씨름은 국민들이나 사원들의 호응도가 높고 인식이 좋아 노사화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씨름단 감독과 노조위원장 사이가 좋은 것이 그 반증이기도 하다.
스포츠 팀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 팀들의 경기를 통해 회사에 대한 사원들의 귀속감이 생기고 직원들간 유대감을 심어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럭키금성의 한 관계자는『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원들이 LG트윈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과 단위·부 단위로 단체응원을 가 함께 소리지르며 마음껏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사원 화합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신입사원 교육 일정에 잠실야구장에서의 야구경기 관람이 정식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성적과 매출 직결>
어떤 신입사원 교육보다 애사심을 길러 주고 단결력을 키워 주는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전자제품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일수록 소속팀의 성적과 매상에 함수관계가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성적이 좋을수록 매출실적이 좋아지는 등 충분한 광고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스포츠 팀을 직접사업에 연관시키기도 한다.
동아 건설이 리비아의 대수로 공사를 수주하기 전 소속 탁구팀을 리비아에 파견해 친선경기를 갖도록 한 것이라든지, 지금은 없어졌지만 삼미 슈퍼스타스를 운영했던 삼미가 프로야구단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기업의 능력을 인정받아 대미 특수강 수출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것 등 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스포츠 팀 운영이 꼭 이렇게 기업경영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성적이 좋을 때야 괜찮지만 곤두박질칠 때는 이미지 상승은커녕 온갖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하며 아까운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감정. 옥에 티>
과자 업계의 라이벌인 해태·롯데의 경우처럼 경쟁이 과열, 경기장에서의 불상사가 벌어지는가 하면, 영남 지방에서는 해태제품이 안 팔리고 호남지방에서는 롯데제품이 팔리지 않는 등 극심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폭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기업의 스포츠 팀 운영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게 마련이지만 대부분 기업들의 반응에서 나타나듯「스포츠 팀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 고객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은 확고하다.
더구나 현재 노사문제가 각 기업마다 중요한 과제로 대두돼 있는 만큼 노사화합, 직원들의 사기앙양 차원에서라도 기업들의 스포츠 팀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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