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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호랑이굴 적응 끝낸 나성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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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1년간 활약한 NC 다이노스를 떠나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베테랑 나성범. 이적 첫 시즌부터 KIA를 우승으로 이끄는 꿈을 꾼다. [사진 KIA 타이거즈]

11년간 활약한 NC 다이노스를 떠나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베테랑 나성범. 이적 첫 시즌부터 KIA를 우승으로 이끄는 꿈을 꾼다. [사진 KIA 타이거즈]

나성범(33·KIA 타이거즈)은 스무 살이 되던 2008년 고향 광주를 떠났다. 서울로 올라가 연세대에 진학했고, 졸업 후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지명을 받아 경남 창원에 둥지를 틀었다.

14년이 흐른 2022년, 나성범은 광주로 금의환향했다. 최근 중앙일보와 만난 나성범은 “구단, 동료, 팬이 모두 큰 환영을 해줬다. 내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으니 더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늘 새로운 시즌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올해는 특히 느낌과 마음가짐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나성범의 KIA 이적은 지난 스토브리그 최대 화제 중 하나였다. 2012년 NC 창단 멤버였던 나성범은 11년간 팀에 숱한 ‘최초’의 역사를 남긴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대부분의 야구 관계자는 그가 NC에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KIA는 모처럼 찾아온 국가대표급 중심타자 영입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6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나성범을 ‘모셔’왔다. 그는 “프로 생활 내내 가족과 함께 살았던 창원이 아직은 더 익숙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14년 전 살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얻었다.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라 금세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NC를 떠나 KIA로 옮기기로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깊었다. 주위 조언도 ‘잔류’와 ‘이적’ 사이에서 반반으로 갈라졌다. 나성범은 결국 도전과 변화를 택했다. 그는 “NC에 남았다면 구단 분들도 익숙하고 기존 선수들과 호흡도 잘 맞는 상태라 심신이 편했을 거다. 반면 KIA에선 모든 분이 낯설었다. 투수와 야수 모두 손발을 새로 맞춰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환경도, 유니폼도, 동료 선수들도 모두 새롭다 보니 팀을 옮긴 직후에는 솔직히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내 입장에선 말 그대로 ‘도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새 동료들과 스프링캠프에서 합숙을 함께 하면서 조금씩 팀에 녹아들었다. 캠프 룸메이트이자 외야수 동료인 김호령(30)과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이제는 공룡(NC 마스코트)을 좋아하던 아들 정재(8) 군이 아빠의 새 소속 팀에 적응하는 게 과제다. 나성범은 “아들이 처음엔 내가 ‘공룡 팀’을 떠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요즘은 (아직 창원에 있는) 아내에게 ‘타이거즈 모자나 마스코트 인형을 사서 아들에게 보여주라’고 부탁한다. 빨간색 KIA 유니폼도 자꾸 보여주면서 서서히 세뇌하고 있다”며 웃었다.

KIA는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뒤 사장과 단장·감독을 모두 교체했다.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양현종과 외부 FA로 영입한 나성범은 KIA의 재도약을 이끌 쌍두마차다. 나성범은 “(양)현종이 형은 누구나 아는 대단한 투수 아닌가. 예전부터 형을 보면서 ‘저런 투수와 같은 팀이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곤 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아 이렇게 함께 뛰게 됐다”며 “현종이 형이 올해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 나도 형이 등판할 때마다 타격과 수비로 열심히 돕고 싶다”고 했다.

새 유니폼을 입은 첫해, 그는 ‘가을야구’가 아닌 ‘우승’을 바라보며 출발선에 선다. KIA가 순위표 맨 윗자리를 차지하길 내심 바라고 있다. 나성범은 “주변에선 ‘부담이 크지 않냐’고 많이 묻는데, 나는 오히려 이번 시즌이 정말 기대되고 기다려진다”며 “2017년 KIA가 최형우 형(외야수·당시 4년 총액 100억원)과 계약한 뒤 통합 우승을 했다. 올해는 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우승은 절대 쉬운 게 아니지만, 선수들과 하나가 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성범은 프로 데뷔 시즌부터 주전 선수였다. 10년간 한 번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국가대표 발탁, 골든글러브 수상, 한국시리즈 우승 등 수많은 환희의 순간도 경험했다. 그런데도 그는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챙겨 보고, 새로운 외야수가 들어오면 긴장한다. 그는 “주전이라고 안심하는 순간, ‘적당히’ 노력하고 방심하게 된다. FA, 트레이드, 신인 드래프트 등으로 좋은 선수는 항상 팀에 들어오는데, 난 계속 나이를 먹어가지 않나”라며 “젊은 후배들과 경쟁해 이기려면 매년 조금씩 더 탄탄하게 준비해야 한다. 올 시즌도 지난해의 나보다 모든 면에서 더 잘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나성범

생년월일 1989년 10월 3일
소속팀·등번호 KIA 타이거즈·47번
포지션 외야수(좌투좌타)
체격 1m83㎝, 100㎏
출신교 광주 대성초-진흥중-진흥고-연세대
프로 데뷔 2012년 NC 2라운드(전체 10순위) 지명
→ 2022년 KIA 이적
2022년 연봉 20억원
2021년 성적 144경기 타율 0.281, 홈런 33개,
101타점, 96득점, 출루율 0.335,
장타율 0.509
KBO 통산 성적 1081경기 타율 0.312, 홈런 212개,
830타점, 814득점, 출루율 0.378,
장타율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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