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시대 '배민'은 왜 사무실에 '수영장'을 만들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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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Editor's Note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신사옥 ‘더큰집’이 지난달 문을 열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브랜드에 그들만의 문화와 감성을 잘 담아내기로 유명하죠. 신사옥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잠실 롯데타워 37·38층 총 1000평의 공간을 워킹·코워킹·서포팅 목적으로 나눠,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곳’으로 꾸몄습니다.

요즘 같은 재택근무 시대에 우아한형제들은 왜 이렇게 사무실에 공을 들였을까요? 폴인이 직접 찾아가 김철영 공간디자인실 이사에게 물어봤습니다. 김 이사는 ‘더큰집’을 “구성원 간의 협업(Co-working)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택근무도 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이 기사는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 서비스 ‘폴인(fol:in)’과 사무환경 전문 기업 ‘퍼시스’가 함께 발행한 “오피스의 미래를 묻다” 4화 중 일부입니다.

김철영 공간디자인실 이사가 우아한형제들의 신사옥 '더큰집'을 기획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최지훈

"구성원들을 어떻게, 다시 우리의 공간으로 데려올까?"

우아한형제들은 항상 컨택트(Contact)가 중요해요. '어떻게 구성원들이 잘 컨택트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라는 물음이 항상 머릿속을 떠다니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혁신이 중요하고, 혁신을 위해서는 융합과 소통이 필수니까요.

그래서 오피스 공간도 구성원들이 잘 섞일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왔어요. 방이동 사옥(일명 '큰집')의 밍글링 스페이스 컨셉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저희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소통'이라는 가치는 졸지에 가장 위험한 요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 거죠.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중략)

팬데믹 이후 화면을 통해 서로를 만나는 행위가 이제는 일하는 경험으로서 중요해졌으니까요.

회사는 안전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일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재택지원비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재택근무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의견이 계속 있었어요. 일하는 공간으로서 집이 갖는 한계가 있는 거죠. 집이 집으로서도, 일터로서도 불완전한 공간이 돼서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거예요.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집에서 지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 힘든 일이기도 하고요. 특히 아이를 돌보는 학부모 구성원들이 가장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이곳 롯데타워 사옥 더큰집은 '구성원을 어떻게, 다시 우리의 공간으로 데려올 것인가'를 주제로 삼고 총체적 커뮤니티의 장(holistic community space)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구성원들이 오지 않고는 못 배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가 저희의 결론이었습니다. 오피스라기보다는 일하는 공간이라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어요. 저희가 기존에 잘했던 코워킹(Co-Working)을 강화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재택근무 또한 잘할 수 있게 돕는 환경적인 요소를 많이 반영했습니다. 스마트 워킹을 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한 거죠.

더큰집·북라인드·배려의 비트…'배민다운' 오피스

우아한형제들 구성원 자녀들의 손글씨로 회의실 이름을 만들어 붙였다. '가족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말자'는 조직 철학을 담았다. ⓒ 최지훈

방이동에 있는 '큰집'은 17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한 층이 70평 정도 되고요. 큰집이 이렇게 수직으로 넓은 공간이었다면 '더큰집'은 수평으로 넓은 공간이에요. 1.5개 층을 사용 중인데 한 층이 1000평 정도 됩니다. 고민해야 할 포인트가 다를 수밖에 없었죠. 동선을 포함한 공간 프로그래밍에 더 깊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크게 워킹(working), 코워킹(co-working), 서포팅(supporting) 3가지 성격으로 나누었습니다. 워킹 공간은 다시 일반적인 업무공간인 '노멀 오피스', 카페나 라이브러리처럼 트인 공간인 '세미 오피스', 1인 집중 업무공간인 '콘센트레이션 오피스'로 구분해 디자인했고요. 노멀 오피스를 가장 중심에 두고 그 외 공간을 뿌려가는 형식으로 배치하고, 외부인과 우리 구성원의 동선 디테일을 계획해 레이아웃을 완성했습니다.

송파구에서 일이 더 잘되는 '11개의 공간'

더큰집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먼저 워킹 공간부터 하나씩 설명해 드릴게요.

① 노멀 오피스

이곳은 모션데스크와 120도 데스크 구역으로 나뉩니다. 업무 성격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요. 적당한 높이의 스크린을 설치하되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적용해 시야가 답답하지 않도록 구성했고요. 노멀 오피스에는 새소리, 자연의 소리, 음악 등 6~8가지 사운드를 믹스한 '배려의 비트'가 흘러나옵니다. 적당한 소음이 집중력을 높여주기도 하고, 동료와의 대화를 시도하기에 너무 적막하지 않도록 배려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모션데스크가 배치된 노멀 오피스 공간. 폴리카보네이트 스크린을 사용해 업무 몰입도를 높이면서 시각적인 개방감도 확보했다. ⓒ 최지훈

② 콘센트레이션 오피스

모든 좌석이 1인석인 집중 업무공간입니다. 항상 풀 부킹이에요. 정말 인기가 많죠. 저희 오피스에서 가장 인기가 좋아서 '무리해서라도 이 공간을 더 많이 만들었어야 했나' 싶기도 합니다. 화상회의까지 바로 소화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약간은 개방감이 있게 디자인된 구역도 있습니다.

1인석 집중 업무공간. 구성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 우아한형제들

③ 라이브러리

구성원들의 인생 책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200~300권의 책을 전시했어요. 호기심을 갖고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표지가 보이는 방식으로 진열했습니다. 롯데타워는 아시다시피 아름다운 뷰를 가지고 있는데 맑은 날엔 오히려 눈이 부셔 블라인드를 내리게 되더라고요.

'구성원들이 맑은 날에도 외부를 보게 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의 결과로 블라인드 역할을 하는 책장을 배치해, 눈부심은 덜하면서 외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북라인드라 이름 지었어요.

여기서부터는 코워킹(Co-Woriking) 공간입니다. 많은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교환하거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곳이죠.

외부의 빛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북(Book)라인드. ⓒ 최지훈

④ 트랙룸

대규모 인원이 모여 회의나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큰집에도 존재했던 공간인데 더 넓게 그리고 더 좋은 위치에 만들었습니다. 트랙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면 한강 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창가 바로 앞엔 '수영장' 공간이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죠. 마치 바캉스를 온 것처럼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많은 인원이 모여 컨퍼런스를 열거나 발표 행사를 하는 공간. ⓒ우아한형제들

트랙룸 뒷편에 마련된 수영장 공간에서는 한강뷰 조망을 즐길 수 있다. ⓒ 최지훈

⑤ 청평 같은 방

저희는 공간에 항상 워크숍 룸을 만들어요. 일부러 가평이나 양평 등 서울에서 벗어난 곳으로 워크숍을 가서 리프레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피스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만드는 공간입니다. '부잣집 거실'처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요. 더큰집의 워크숍 룸 이름은 '청평 같은 방'입니다. 정확히는 스페인에 있을 법한 청평 같은 공간입니다.(웃음)

일정 기간 대여해 외부 워크숍 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는 '청평 같은 방'.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이용해 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 우아한형제들

⑥ 우물가

구성원들이 비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마주하는 부분이 사실 회의의 많은 부분을 줄여줘요. 원래는 테이블에서 바로 물을 쓸 수 있도록 계획했었는데요. 지금 감염이나 위생에 대한 부분을 더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싱크대 부분은 벽 쪽에 별도로 설치하고, 여기서는 가볍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구성원들의 '우연한 만남'을 장려하는 공간인 '우물가'. 자연 소재를 적극 활용해 야외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아한형제들

⑦ 미팅룸

(중략)

공간이 문화를 만든다

우리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어떻게 일하는지, 일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공간을 만드는 저희가 계속 잘 알고 싶어요.

공간은 다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의 변화를 불러와요. 제가 주간회의 때마다 반복하는 멘트가 있어요. 바로 '공간이 문화를 만든다'인데요. 김봉진 의장님도 동의하고 강조하시는 철학이기도 하죠.

공간에 담은 의도와 가치는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매일이 아니더라도 조직의 컬처 코드를 잘 녹여낸 공간을 반복해 경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의 문화는 이런 것이구나' 이해하고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지금처럼 서로 떨어져 일하는 시기에 더욱 절실해진 부분이죠. 저희가 공간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이유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많은 콘텐트를 보고 싶다면

팬데믹 이후 오피스의 역할과 필요성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재택·원격근무를 통해 ‘오피스가 아닌 곳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동시에 ‘동료와의 소통, 업무 몰입을 위한 최적의 공간은 역시 오피스’란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 곳에 흩어져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미래 오피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폴인이 퍼시스 사무환경연구팀과 함께 여러 회사의 공간 혁신 스토리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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