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대문 카카오톡' 아시죠?…'신상마켓' 100조 日 시장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폴인인사이트’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동대문 카카오톡'. 12년 차 스타트업 딜리셔스(dealicious)가 만든 패션 도·소매 거래 플랫폼 ‘신상마켓’의 별명이다. 동대문 패션 도·소매상의 80%(약 1만1000곳)가 입점해 있다고, 이렇게 불린다.

동대문은 과거 두타와 밀리오레를 중심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소비자가 이곳을 떠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동대문 시장의 규모는 15조원으로, 2010년대 초반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딜리셔스는 동대문의 '디지털 전환' 가능성에 주목했다. 동대문에선 3일이면 신상품을 만들 수 있다. 반경 10㎞ 안에서 디자인·제작·유통이 모두 이뤄지기 때문이다. 딜리셔스는 이를 온라인과 연결하려 했다. 2013년부터 신상마켓 전단 1만장을 들고 도소매상을 찾아다닌 결과, 누적 거래액 2조원이 넘는 플랫폼이 됐다. 올해는 100조원 규모의 일본 시장과의 '연결'을 준비 중이다.

딜리셔스는 전통 시장의 디지털화에 어떻게 성공했을까. 또 K패션을 어떻게 세계에 전하려는 걸까. ‘성장의 경험을 나누는 콘텐트 구독서비스’ 폴인이 지난달 말 장홍석 공동대표를 만나 직접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홍석 딜리셔스 공동대표는 ″전통이 있는 시장을 디지털화하려면 그 시장의 규칙과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최지훈

장홍석 딜리셔스 공동대표는 ″전통이 있는 시장을 디지털화하려면 그 시장의 규칙과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최지훈

동대문 도소매상을 어떻게 설득했나요.  

유일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는 것밖에 없었어요. 종이 전단을 1만장 찍어서 동대문 패션 시장을 돌아다녔습니다. "30초면 신상마켓에 상품을 등록할 수 있고, 거래도 쉬워져 사업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소개했어요. 회사명에 '거래(딜, deal)'를 넣은 것처럼 '사업을 쉽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는 점을 어필했죠. 일반 소비자와 닿아 있는 소매상을 설득하기 위해, 지하철역에 있는 편집숍까지 찾아갔습니다.

처음부터 반응이 오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들의 첫 반응은 '젊은 친구 고생하네. 잘 해봐요' 정도였어요. 대부분 '잘 될까?' 하는 의문을 품으신 게 느껴졌죠.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며 '한 번만 써주세요'하고 부탁하니, 격려하는 마음으로 참여해 주셨죠.

그렇게 초기 사용자가 하나둘 늘자,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이뤄졌어요. 동대문 시장은 역사가 100년이 넘다 보니, 가족 단위 상인이 많거든요. 형이 청바지를 다루면, 동생은 셔츠를 파는 식이죠. 그러다 보니 저희 플랫폼을 써보고 만족하신 분이 다른 친척 상인에게 사용을 권하는 경우가 많았던 거죠.

고객이 늘어나면서 피드백도 증가했는데, 더 신나게 일했어요. 들어오는 피드백을 웬만하면 다 반영하려고 했죠. 그렇다 보니,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업데이트를 1년에 180번이나 했습니다. 2~3일에 한 번꼴로 기능을 개선한 거죠.

현재 서비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플랫폼 '신상마켓'이고, 다른 하나는 풀필먼트 '딜리버드'입니다.

신상마켓은 앱을 통해 도소매상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하루 평균 거래가 약 2만4000건 정도죠. 도매상은 트렌드를 반영한 새 상품을 주로 내놓는데요, 주력 상품을 광고해 신상마켓 페이지 상단에 올립니다. 시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상품을 걸어놓는 것처럼요. 도매상이 그렇게 강조한 상품을 보면서 소매상은 트렌드를 파악하고 필요한 걸 구매하는 거죠.

딜리버드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진 상품의 검수·입고·고객 배송을 담당합니다. 이를 위해 동대문에 1만㎡(약 3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딜리버드의 차별화 지점은 대량 생산된 공산품이 아닌, 다(多)품종 소량의 물건을 취급한다는 겁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사이즈도 제각각인 상품을 다루죠. 이걸 잘하려면 상품 거래 정보가 쌓여있어야 합니다. 저희도 5년 넘게 데이터를 쌓은 뒤에 2020년 딜리버드를 론칭했어요. 이 서비스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021년 전년 대비 900% 성장했습니다.

동대문에 위치한 딜리셔스 물류센터. [사진 딜리셔스]

동대문에 위치한 딜리셔스 물류센터. [사진 딜리셔스]

고객이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합니다.  

막연히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창업한 소매상이 계셨어요. 이분은 신상마켓과 딜리버드를 활용해 동대문을 직접 찾지 않고도 창업 3개월 만에 매출 70배 성장을 이뤘다고 해요. 이분이 따로 한 건 스마트스토어를 만들고, 사무실을 둔 것뿐이었어요.

이런 사례를 보면서 고객들을 나름대로 재정의해봤습니다. 저희는 도매상을 '창작자'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창조하는 일이 핵심이죠. 소매상은 '마케터'라고 봅니다. 요즘 유행하는 옷을 찾아 개별 소비자에게 어떻게 팔지 고민하는 데 집중하죠. 그 외에 모든 반복되는 일은 저희가 대신하고자 합니다.

전통 시장의 디지털 전환 때 적용할 만한 원칙이 있을까요?  

중요한 건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는 쪽이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이미 오프라인에 시장이 존재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기존 규칙과 시장을 이루는 사람들이 어떤 분들인지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온라인에서 옷을 주문하더라도, 결국 오프라인에서 옷을 입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자산이 시공간을 넘어 확장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즉, 연결이 가장 본질적인 가치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연결을 어떻게 더 효율화하고 확장할지 이걸 계속 고민하는 게 필요합니다.

딜리셔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2022년 하반기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가나 구매력을 고려했을 때 시장 규모는 100조원 정도로 봅니다. 반면 시장 형태는 여전히 소규모 오프라인 중심입니다. 동대문과 같은 클러스터도 없고, 온라인 패션 시장 역시 유명한 브랜드(라쿠텐·조조타운·유니클로) 위주에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본 소매상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이 있는 동대문을 연결하려 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콘텐트가 흥행한다는 점인데요. 콘텐트가 뜨면서 그 안에 소개된 의상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습니다. 이를 활용해 해외 구매와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인 젊은 소매상을 끌어들일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이렇게 누구나 쉽게 패션 사업을 시작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적잖게 디지털화에 성공했지만, 원단 생산 등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많다고 봐요. 장기적으로는 패션 밸류 체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생태계를 키우고 싶습니다.

장 대표가 인터뷰에서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는 오는 31일 오후 8시에 열리는 폴인세미나 ‘동대문 K패션의 DT, '2조 신상마켓'이 되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세미나는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되며, 폴인 홈페이지(www.folin.co)에서 신청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