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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막 내린「노찾사」정기공연|「노동현장」전달 경직성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우리 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들의 존재가 던져 주는 의미는 매우 독특하다.
대학의 노래운동 연장선에서 발전한「노찾사」의 음악은 상업적 가요의 감각주의와 천박함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노래가 사회변혁 운동의 도구로만 회 생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 장단 3년째에 접어든「노찾사」는 대중 속에 뿌리박고 대중의 현실과 삶을 진솔하게 담아 내는 노래를 만들면서 계층과 연령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정서를 지니기를 바라고 있다.
20, 21일 홍익대에서 정기공연을 가진「노찾사」의 모습은 87년 창 단 당시 대학로 등에서 통기타 반주로 노래하던 때와는 판이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담긴 2집 음반이 30여만 장 팔리고 있다는 인기를 입증하듯 홍익대 체육관의 3천여 좌석은 가득 찼고 열기로 뜨거웠다.
전자음향의 드럼·기타·키보드를 사용한 연주와 입체적 조명은「노찾사」의 창 단 당시 아마추어적 분위기를 무색케 했다. 서양의 자극적인 음악에만 길들여진 청소년들에게 50년대 이래로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듯한 국내 대중음악의 빈자리에「노찾사」가 찾아 들어 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모습이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관객들과 호흡을 맞춰 단순하고 경직된 듯도 하나 함께 부르는 노래와 율동은 괴 성으로 일관하는 록음악 공연에 비해 숙연한 감동마저 불러일으켰다.
「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공연 전체를 지배했던 이번 레퍼터리는 그러나 관객들이 기대한 노래로 대번에 받아들이기엔 미흡한 편이었다.
현장에서의 분위기와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날 공연에서 방영한 슬라이드 사진들은 설명도 없이 쉽게 읽혀지지 않는 내용이 빨리빨리 지나가 버려 노래와 거의 동떨어져 있었다.
「노찾사」의 성공은『솔아…』『그날이 오면』『사계』등으로 기본적인 정서를 나타내면서도 우리 대중 음악이 결핍하고 있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노찾사」리더들은 그같은 성공을 거둔 노래들이「노찾사」가 찾는 노래들의 한 요소는 될지언정 궁극의 목표가 되진 못한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이날 공연에서 사회를 맡은「노찾사」사무국장 최병선씨도『노찾사가 지금까지의 추상적이며 막연한 정서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에서 벗어나 민중들의 건강한 생활 단면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현장의 음악을 추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최씨의 그같은 말은 민중과 함께 호흡하겠다고 하면서도 그들이 피하고자 했던 「메시지 전달만의 경직성」에 빠지는 것이 아닌 가하는 우려도 던져 주었다.
운동권 노래에서도 벗어나고 기존의 소비적 대중가요도 배격하려는「노찾사」의 진로를 어떻게 잡아가느냐가 무척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대규모 공연을 하며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노찾사」가 대중성과 민중현장의 진솔한 표현을 어떻게 조화시켜 보다 폭 넓은 층으로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느냐가 주목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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