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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연금감액 폐지 공약, 윤 당선인이 받으면 안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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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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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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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성장을 통한 경제 재도약을 강조하며, 노동과 연금개혁은 중장기적으로 하겠다.”

윤석열 당선인의 연금개혁 관련 당선 후 일성(一聲)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1일 경제 6단체장 회동 후 윤 당선인의 말을 이렇게 전했다. 윤 당선인의 연금개혁 공약은 거창하다. 연금의 재정 안정화, 국민·기초·퇴직·주택·농지연금을 포함한 다층 개혁, 공무원·사학·군인 연금 개혁 등을 내세웠다. 하나만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연금 관련 이슈를 망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연금개혁과 씨름해 완성했다. 윤 당선인의 복지공약 설계를 도운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통화에서 “스웨덴은 연금개혁에 길게 보면 20년 걸렸다”며 “우리도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려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보다 먼저 하면 좋을 듯
소득 있다고 지난해 10만명 깎아
1인 1연금 확대, 기초연금 보완을
“이 후보 공약 받으면 통합에 기여”

윤 당선인이 취임 직후 공적연금개혁위원회의 돛을 올리더라도 항해를 끝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와 별도로 ‘연금 개선’ 과제를 먼저 처리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연금 삭감 폐지, 1인 1국민연금 의무화, 기초연금 삭감 조정 등이 그것이다. 그동안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해 왔으나 현 정부가 “연금개혁과 같이 논의한다”며 방치한 것들이다. 실제 연금개혁에 손도 대지 않는 바람에 개선 과제가 방치됐다. 이번 대선에서 공약으로 되살아났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연금개혁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하는 게 좋다”며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됐으니 상대 후보의 좋은 공약을 가져오면 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연금 삭감은 고령화 시대 역행

연금개혁 전 풀어야 할 과제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금개혁 전 풀어야 할 과제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민연금 삭감 폐지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다. 국민연금 수령자들의 분노를 꿰뚫은 공약이다. 월 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이 월 268만원 넘으면 국민연금이 깎인다. 근로소득만 있으면 367만원이 기준선이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이 돌아가는 걸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왜 엉뚱하게 연금을 깎느냐”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기준 9만9209명이 삭감됐다. 초과액이 100만원이 안 되는 사람이 약 절반이다. 지난해 총 삭감액은 1321억원이다. 국민연금 적립금 949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근로의욕을 꺾어 고령화 시대에 역행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이런 게 없거나 폐지했고, 한국과 그리스·일본·스페인만 유지하고 있다.

2020년 초 청와대 국민청원에 하소연이 올라왔다. 그는 1988년부터 보험료를 내다 60세 넘어서 2년 더 냈단다. 이후 연금을 타기 시작했는데 40만원이 깎여 나왔다. 그는 “조그만 임대사업을 하면서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연금이 깎였다. 놀지 않고 남들보다 노력한 덕분인데, 왜 국민연금과 결부시켜 삭감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노력해서 수입을 올린 건데 범죄자, 도둑 취급을 하느냐”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김성주·최종윤 의원의 연금 삭감 관련 법률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최혜영 의원 안은 완전 폐지를, 김성주 의원 안은 초과액 100만원 미만 해당자만 폐지를 담고 있다. 최종윤 의원 안은 최대 감액률을 2분의 1(50%)에서 3분의 1로 줄이는 안이다.

연금 사각지대 축소 서둘러야

연금개혁 전 풀어야 할 과제②③.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금개혁 전 풀어야 할 과제②③.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 당선인은 1인 1국민연금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노후 연금 사각지대 위험에 처한 사람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38.4%만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다. 지역가입자 중 실직·사업실패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는 납부예외자가 259만 명에 달한다. 국민연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전업주부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 1인당 평균액이 월 55만5600원(지난해 11월 기준)에 불과해 부부가 둘 다 연금을 받는 게 중요하다. 민주당 박상현 보좌관(최혜영 의원실)은 “임의가입자 최저보험료 기준(9만원)을 낮출 필요가 있다. 납부예외자뿐만 아니라 일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일 교수는 “젊은 시절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일정액 넘으면 기초연금을 삭감한다. 윤 당선인은 “이 연계 감액 제도를 미세조정해서 조금이라도 기초연금을 더 받도록 조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연금이 46만원을 넘으면 기초연금(30만7500원)을 삭감한다. 현재 38만 명이 월평균 7만원 깎인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만든 제도이다. 윤 당선인은 연계 방법을 개선해 기초연금 삭감액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혜택이 늘어나는 것만 먼저 하면 연금개혁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세 가지 개선책은 노후 혜택을 늘리는 장치다. 반면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가 가장 시급하고 이를 달성하려면 보험료가 오르거나 연금지급액이 줄 수 있다. 따라서 세 가지 개선책을 재정안정 연금개혁을 같이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