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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대신 미래가족부? 최악 선택" 인구학자 조영태 혹평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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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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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자 조영태, 새정부 안 비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최악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저명 인구학자이자 인구학회 부회장인 조영태(사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미래가족부’ 방안을 혹평했다. 미래가족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 대안으로 추진 중인 안이다. 여가부의 가족 기능에다 인구 정책을 얹겠다는 안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흡수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 교수는 중앙일보 리셋 코리아 인구분과장을 맡고 있다. 『정해진 미래』 등의 저자로 대한민국 인구 감소의 암울한 미래와 대안을 제시해온 학자다. 조 교수는 4일 통화에서 미래가족부 방안에 관해 묻자 첫 마디가 “최악이라고 본 안인데, 그걸 선택하네요”라며 허탈해했다.

여가부 폐지 후 인구정책 맡기면
‘남성=권력자’ 몰아 성대결 자극
수도권 집중이 인구 문제 걸림돌
복지부에 총괄조정 역할 맡겨야

조영태 서울대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교수·인구학

인수위는 정부 조직개편 방침을 6·1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고, 논란이 벌어지면 지방선거에도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다만 여가부 폐지가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이어서 이것만 손댈지, 나중에 같이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인수위에는 딱히 인구 문제를 다루는 파트가 없다. 이 문제를 논의한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서야 정부에 인구TF 구성을 요청했다고 한다. 조영태 교수는 왜 미래가족부 방안에 부정적일까.

미래가족부에 무슨 문제가 있나.
“저출산이 심화한 데는 지금까지 젠더 관점에서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남성을 가족 내 권위와 권력으로 간주해 왔다. 이런 왜곡을 초래하는 데 기여한 데가 여가부다. 이런 부처가 인구 업무를 담당하면 앞으로도 ‘인구=젠더’ 공식이 더 공고해질 것이다. 남성을 권력자로 그리는 가족 정책 또한 혼인과 출산에 대한 남성의 반감을 불러오게 된다. 그래서 절대로 만들지 말아야 할 조직이 미래가족부다.”
인구에 무관심한 대통령.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인구에 무관심한 대통령.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가부 폐지의 대안이 있나.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여성정책과 권익증진 업무를 맡기되 조사권을 부여하면 어떨까 한다. 다만 젠더라는 용어를 쓰지 말고 성 평등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반감을 줄일 수 있다. 여가부의 청소년·가족 업무는 복지부와 중첩돼 있으니 복지부로 이관해도 된다고 본다.”
왜 미래가족부가 인구정책을 못할 거라고 여기나.
“인구 정책은 저출산 현상의 완화도 있지만, 인구 감소가 초래할 미래사회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대응책을 기획하는 게 중요하다. 교육·국방·조세·연금·국가 연구개발·지역산업 인력 확보 등의 거시적인 중장기 전략을 짜고 기획해야 한다. 현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권한이 없다. 인구가 중요하다고 하니 그걸 떼다가 가족 업무에 갖다 붙이는 꼴이다. 여가부를 개편한 미래가족부가 범정부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장래 인구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장래 인구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 교수는 “정권이 계속 바뀌는데도 인구 정책에 실패해왔다. 이번에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왜 최악수를 두는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구 정책의 방향은.
“초저출산 문제는 청년의 수도권 집중, 이로 인한 물리적·심리적 과도한 경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국토 균형발전 논의가 인구 문제에서 시작돼야 한다. 청년 인구의 60%인 36만~42만 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20~30년 후에 청년이 20만~30만 명밖에 안 남을 것이고, 이들이 수도권에 머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누가 인구 정책을 맡아야 하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인구정책기본법으로 바꿔야 한다. 또 지금까지 인구 정책의 실질적인 중심 역할을 해 온 데가 보건복지부다. 복지부가 인구 업무를 총괄하되 사회부총리 부처로 격상해도 좋다. 그 안에 인구정책추진본부(차관급 본부장)를 설치해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는 게 이제는 시대와 맞지 않는다.”

“인구위원회-기재부 체제로 인구문제 풀어야”

서형수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

서형수

서형수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통령 위원회-기재부’ 구조로 인구 정책의 컨트럴타워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 부위원장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결이 다르다. 둘을 붙여놓지 말고 저출산 업무를 떼야 한다”고 제안한다.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은.
“완화와 적응이 있다. 완화는 저출산 대책이고, 대응은 고령사회 대책이다. 저출산 대책은 시의적절하고 섬세한 피드백이 필요해 현장집행 기능이 중요하다. 고령사회 대책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전망에다 부문 간 조정이 필요한 종합심의 기능이 중요하다. 서로 분리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행 정부 조직에 문제가 있나.
“복지부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한 축이 있고, 이와 별도로 기재부 인구정책 TF로 이원화돼 있다. 아동·여성·노인 등 대상자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인 인구정책 추진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 직속 기구로 ‘인구미래사회위원회’를 둬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인구 문제에 집중하고, 인구 정책 집행 부처를 복지부에서 기재부로 옮겨야 한다. 인구정책은 세금이나 사회보장체계 등 많은 정책과 관련돼 있어 기재부가 집행하는 게 맞다. 저출산·가족·복지 등은 복지부든 여성가족부든 현업 부처에서 맡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