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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금리 0.5%P 인상 ‘빅 스텝’ 시사…커지는 ‘S 공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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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롬 파월

제롬 파월

긴축의 문을 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고삐를 더 틀어쥘 태세다. 또다시 공격적인 긴축을 예고했다. 오는 5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 의지를 드러냈다. 게다가 ‘빅 스텝’이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파월이 금리 인상의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을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시장은 또 출렁댔다.

파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전미실물경제협회 콘퍼런스에서 “정책금리를 한 번의 회의나 여러 회의에서(at a meeting or meetings) 0.25%포인트 이상 올려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남은 여섯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빅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뜻이다. 중립금리(경기를 부양하지도, 제약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열어놨다. 파월은 “중립이라는 일반적 조치를 넘어 더 제약적인 수준까지 긴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Fed가 지난 16일 공개한 점도표(dot-plot)의 장기 금리 예상치가 연 2.4%인 점을 고려할 때 중립금리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Fed는 올해 말 기준금리가 연 1.9%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말엔 2.75%다. 한 번에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가정하면 내년까지 최대 11차례 금리를 올려 중립금리를 뛰어넘겠다는 의미다.

美연준, 2년간 10~11회 금리인상 시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美연준, 2년간 10~11회 금리인상 시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파월이 금리 인상 강도를 이처럼 세게 언급한 건 처음이다. 게다가 3월 FOMC가 열린 지 불과 닷새 만에 한층 더 매파적(긴축 선호)인 발언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시장에선 “회의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매의 발톱’을 또 드러냈다”는 말이 나왔다.

물가 잡기의 그물망을 넓혀 가는 파월의 기세에 금융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다우지수(-0.58%)와 나스닥(-0.4%), S&P 500지수(-0.04%)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3%를 넘어서며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를 통해 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5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59%대로 올라갔다. 전날엔 44% 정도였다. 한국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22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131%포인트 오른 연 2.399%에 장을 마쳤다. 2014년 9월 15일(2.403%) 이후 7년6개월 만의 최고치다. 파월이 이처럼 발언의 강도와 수위를 높여가는 데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억제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파월은 “물가가 통제될 때까지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9% 올라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 달 연속 7%대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으로 방향을 틀었다. 21일 서부텍사스유(WTI·4월물)는 전날보다 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 탓이다.

Fed가 긴축의 보폭을 키우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시장에 드리운 것이다. 파월도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경기) 연착륙이 여전히 가능하다”고 했지만 시장에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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