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화장품 업계에 ‘클린(Clean) 뷰티’ 바람이 지속되고 있다. 화장품 유통 업체들은 클린 뷰티 전문 편집숍을 내고, 비건(vegan·완전 채식) 화장품 브랜드를 육성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클린 뷰티 수요 2배 증가…편집숍 연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체험형 클린 뷰티 편집숍 ‘뉴앙시에’를 선보인다. 오는 25일에 평촌점이 내달 1일 일산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스킨케어부터 바디케어, 니치 퍼퓸 등 다양한 분야의 ‘클린 뷰티’ 브랜드 24개를 엄선해 구성할 예정이다.
클린 뷰티는 유해 성분이 없는 안전한 화장품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윤리적 제조 방식·환경을 고려한 포장 등 지속 가능한 뷰티의 의미로 확장하고 있다. 뉴앙시에에서는 프랑스 스킨케어 브랜드 ‘코스미도르’, 헝가리 스파 브랜드 ‘오모로비짜’, 영국 바디 케어 브랜드 ‘세빈런던’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매장에 체험 공간도 마련한다. 클린 뷰티의 주요 소비층이 경험을 중시하는 2030세대인 점을 감안하여 단순 상품 진열이 아닌 고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트를 제안한다.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조향 체험’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클린 뷰티 관련 수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정수연 롯데백화점 메이크업·퍼퓸 팀장은 “코로나19로 친환경 가치 소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번 편집숍 오픈을 준비하게 됐다”며 “가치 있고 재미있는 뷰티 콘텐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화장품으로 지구·동물 지켜요
CJ올리브영은 27일까지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연남방앗간’에서 클린뷰티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운영한다. ‘나·지구·동물을 지키는 다정한 힘, 다정력(力) 하우스’라는 주제로 조성한 공간으로 환경과 공존하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노력을 실제 체험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다 쓴 화장품 플라스틱병을 가지고 와 1층 입구의 뷰티 사이클 수거함에 기부해야 한다. 구달·라운드랩·아누아 등 클린뷰티 대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공간부터 미디어 아트 전시, 포토존과 게임 등 체험 요소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올리브영은 2020년 업계 최초로 ‘올리브영 클린뷰티’라는 자체 기준을 정립한 후 성분과 환경, 윤리 소비를 고려한 브랜드와 상품을 꾸준히 소개해왔다. 올리브영 클린뷰티 선정 상품들은 지난해 출시 1년여 만에 매출이 40% 가량 신장, 지난해 연 매출 1000억원대의 대형 카테고리로 성장했다.
매출 180% 성장, 100억 투자 유치도
지난해 9월에는 삼성 물산 패션 부문이 클린 뷰티 편집숍 ‘레이블씨’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오픈하기도 했다. 기존 멀티숍 비이커를 통해 진행해왔던 레이블씨의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로 세계 주요 뷰티숍에서 판매하는 검증된 클린 뷰티 브랜드 20여 개를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 레이블씨의 올해 1월부터 3월 20일까지의 누계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180% 신장했다.
관련 업계의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네이버 스노우의 100% 자회사인 비건·클린 뷰티 브랜드 어뮤즈는 지난 2월 100억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략적 투자자로 CJ올리브영이, 재무적 투자자로 DX벤처스와 미래에셋캐피탈이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뷰티 업계가 침체인 가운데, 어뮤즈는 지난해 전년 대비 270% 매출 성장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일상에서 윤리적 소비, 내 몸에 좋다는 인식도
클린뷰티의 확산은 소비를 통해 가치관이나 관심사를 표현하는 MZ세대의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와 연관된다. 특히 화학 성분 등을 넣지 않는다는 좁은 의미의 클린 뷰티가 아니라 윤리적으로 제조하고 유통하며, 이 과정에서 환경까지 생각한다는 넓은 의미로 확장되면서 친환경 가치 소비를 원하는 젊은 세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식생활은 채식주의가 아니어도 화장품은 클린·비건 브랜드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며 “큰 노력이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일상에서 비건 등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뷰티 특화 컨설팅 업체 뷰티스트림스 코리아의 진정임 대표는 클린 뷰티 열풍에 대해 “불필요한 화학 성분을 배제하고 꼭 필요한 성분만을 넣는다는 클린 뷰티의 개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 대표는 “화장품에 있어서도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 불필요한 화학 성분을 내 몸에 바르고 싶어하지 않는 기본적인 웰빙 욕구와 관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