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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0원' 명품의 변신…ESG 챙기는 디올·구찌·프라다 왜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디올이 이화여자대학교와 ‘우먼앳디올(Women@Dior)’ 프로그램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2일에는 인재 양성과 교류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외 패션 업체들의 사회 공헌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주로 환경 가치나 문화 보존 등에 몰두했던 과거와 달리 인재 개발과 같은 보다 직접적 형태가 많아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멘토링부터 공모전까지, 학생 참여 이끈다

18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디올이 이화여자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고 장학금, 인턴십 프로그램, 리테일 경영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선발한 6명의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들에게 디올의 주요 인사들과 함께하는 멘토링 및 지원 프로그램의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해, 약 1년 과정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담당 멘토의 가이드에 따라 ‘변화를 위한 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디올 측은 “지역 사회 내 양성평등을 촉진하고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이라는 공동 가치와 비전에 착안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디올의 '우먼앳디올' 프로그램. 국내선 이화여자대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한다. [사진 디올]

디올의 '우먼앳디올' 프로그램. 국내선 이화여자대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진행한다. [사진 디올]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는 오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 전시를 앞두고 대학(원)생 공모전을 실시했다. 두산매거진과의 공동 기획으로 해당 전시회를 재해석하는 필수 과제를 제출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수상자에게는 구찌 코리아 여름방학 인턴십, 전시 시사회 행사 등에 초청받는 등의 혜택이 주어졌다. 지난 2021년에는 프라다 남성복 컬렉션을 앞두고 홍익대학교의 학생 두 명이 디자이너와의 대담에 참여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진 대담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와 전 세계 7개 학교의 학생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미우치아 프라다와의 대담에 홍익대학교 학생이 참여한 사례. [사진 프라다]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미우치아 프라다와의 대담에 홍익대학교 학생이 참여한 사례. [사진 프라다]

미술계·여성 창업자 지원도

명품 기업의 국내 사회공헌활동으로는 에르메스의 사례가 첫 손에 꼽힌다. 특히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등 국내 현대 미술계를 오랫동안 후원해 왔다. 지난 2000년 시작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은 외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국내 미술계 지원 사례다. 역대 수상자로는 장영혜·김범·박이소·서도호·박찬경·임민욱 등 쟁쟁한 작가들이 포진해있다. 지난 2006년 개관한 서울 신사동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내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재단 지원으로 연 3~4회 기획 전시를 통해 국내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제18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 전소정 개인전 〈절망하고 탄생하라〉전경 ⓒ 전소정, 에르메스 재단 제공

제18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 전소정 개인전 〈절망하고 탄생하라〉전경 ⓒ 전소정, 에르메스 재단 제공

프랑스 까르띠에는 여성 창업가 지원을 위한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시작해 올해 15주년을 맞은 조직으로 긍정적 변화를 주도하는 전 세계 여성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재정적·사회적·인적 자원을 지원해오고 있다. 한국에도 지원을 받은 총 6명의 펠로우가 있다.

기부금 0원, 명품 기업도 사회적 책임 있다

그동안 국내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사회 공헌 활동은 박한 점수를 받아왔다. 특히 벌어 들이는 수익에 비하여 턱없이 적은 기부금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국내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루이비통 코리아를 비롯한 몽클레르·발렌티노 등은 2020년 기준 기부금 0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전반적으로 기부금을 늘리는 추세다. 롤렉스의 한국 법인 한국로렉스의 경우 지난해 전년보다 268% 늘어난 12억 5100만원을 기부했다. 에르메스도 약 50%의 증가한 수준의 기부금을 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약 17조원으로 세계 7위 수준이다. 커진 시장 규모와 영향력만큼 명품 기업의 국내 투자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패션 기업들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 활동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이는 최근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의 가치관에도 부합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트랜드랩 506 대표는 “해외의 경우 LVMH 등 패션 대기업 위주로 ESG 활동이 활발한 데 비해 국내는 그동안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여성이나 LGBT(성적소수자)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전 세계적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명품 시장 규모가 늘고 핵심 고객층이 젊은 여성 소비자가 되면서 국내서도 점차 패션 기업들이 ESG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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