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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한번 안 쏴본 오합지졸"…이근 합류한 용병부대의 좌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키이우에서 작전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의 사진을 올렸다. [우크라인시카 프라우다 캡처]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키이우에서 작전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 국제군단의 사진을 올렸다. [우크라인시카 프라우다 캡처]

우크라이나에서 활동 중인 국제의용군 중 일부가 총기와 방어구도 없이 방치돼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국제의용군에 대해 “일부 초보 의용군들이 총도 헬멧도 없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52개국 2만명이 국제의용군에 지원해 우크라이나에 들어와 있다. 이중 미국인은 4000명가량이다. 해군특수전전단 대위 출신 유튜버인 이근 씨를 포함해 한국인 수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 한번 안 잡은 지원자 다수”

지난 7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들 대부분은 경험이 많은 전사들”이라며 “국제군단이 러시아의 침략에 대항하는 전투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신이 전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부는 훈련조차 받지 않은 ‘오합지졸’ 군대이며, 또 무기와 방어구 보급도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WP는 “점점 더 많은 외국인이 키이우로 들어와 최전방에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다수 외국인 자원자가 전투 경험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AP통신도 “우크라이나가 국제 의용군을 모집하고 있지만, 현재로썬 이들은 오합지졸(ragtag) 군대”라고 전했다. AP통신은 한 국제군단 의용군을 인용해 “많은 의용군이 총 한번 쏴보지 않았다. 언어의 장벽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용군 중 ‘조지아군단’ 사령관인 마무카 마물라슈빌리는 WP에 “경험 없는 많은 외국인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싶어하는 유행 현상이 있다”며 “군 경험이 없는 사람은 결국 군대를 이탈하게 된다. 우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전투 경험이 있는 지원자만 전투에 투입 중”이라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국제의용군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싸우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하게 된다. 이들은 주로 우크라이나가 국제의용군을 모집하기 위해 창설된 영토방위군(Territorial Defence Force) 국제군단에 속하며, 월급은 약 3000달러(약 360만원)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아보리우에서 러시아 공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아보리우에서 러시아 공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째 방치… 헬멧도 못 받아”

우크라이나가 국제의용군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WP에 따르면 현재 국제의용군 지원자들은 계약이 지연돼 입대가 늦어지고 있으며, 무기 보급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평이 나왔다. 마물라슈빌리는 WP에 “전쟁이 벌어지고 상황에도 관료제 조직구조는 존재하고, 의용군 역시 이를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키이우에 머무는 ‘아담’이라는 이름의 국제의용군은 WP에 “포격 소리가 들리지만, 15일째 총과 방탄조끼·헬멧을 받지 못했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장비 없이 군사 시설을 지키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에 있는 군사 훈련 시설을 공격해 수십 명의 국제의용군이 사망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국제의용군 예스퍼 쇠더는 AP통신에 “아보리우 국제의용군 중 다수는 군사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국제의용군 중 몇몇은 무기와 보호 장비를 받지 못하고, 적절한 훈련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무방비 상태로 (적군에) 방치됐다고 느낀다”고 보도했다.

“군사적 기여보다는 정치적 목적”

지난 13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아보리우 군 훈련시설을 포격해 약 180명의 국제의용군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3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아보리우 군 훈련시설을 포격해 약 180명의 국제의용군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애초 국제의용군은 실제 전투보다는 ‘정치적 선전’을 위해 모집됐다는 시각도 있다. 일마리 카이코 스웨덴국방대 전쟁학 부교수는 “국제의용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른 국가와 연결하는 방법”이라며 “군사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WP도 “외국인 자원입대가 전쟁터에서 우크라이나에 어떤 도움을 줄지 불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우크라이나가 국제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홍보 목적으로는 유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국제의용군을 향해 경고했다. 야보리우 군사시설 폭격 후 “용병들이 우크라이나 어디에 있든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제법상 군인 지위가 아닌 만큼 생포 시 전쟁 포로로 대우하지 않고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이들은 러시아에 사로잡힐 경우 포로 대우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데이비드 마렛 아메리칸대학 공공문제학 부교수는 지난 15일 포린폴리시에 “우크라이나 내 외국인 지원병들은 붙잡힐 경우 법적 지위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용병은 제네바 협약상 전쟁포로 권리를 갖지 못한다.

마렛 부교수는 “용병은 사적 이익에 의해 전쟁에 참여한 외국인 참가자를 의미하지만, 구분하는 기준은 제각각”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외국인 전투원을 용병으로 취급하겠다고 한 만큼 (지원자가 속한) 제3국이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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