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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윤여정 "주인공 선자의 강인함, 나와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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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주연 배우 윤여정이 18일 미국 LA에서 한국 취재진과 화상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애플TV+]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주연 배우 윤여정이 18일 미국 LA에서 한국 취재진과 화상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애플TV+]

“일제강점기에 좋은 쌀은 다 일본 사람이 갖고 가서 쌀밥을 못 먹는 상황에서 엄마가 힘들게 구해와 쌀밥을 해주잖아요. 그 때 먹은 쌀밥 맛이 선자한테는 고향의 맛이죠. 일본쌀밥과는 다른 한국쌀밥의 맛….”

25일 공개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일제강점기부터 4대 걸친 韓이민사 #'미나리' 아카데미 수상 윤여정 주연 #"몰랐던 자이니치 역사 알게 됐죠"

애플TV+ 새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에서 재일교포 선자가 된 배우 윤여정(75)의 말이다. ‘파친코’ 홍보차 미국 LA에 간 그가 배우 이민호·김민하·진하 및 코고나다 감독 등과 18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 및 인터뷰를 가졌다. ‘파친코’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토대다.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의 가난한 하숙집 딸 선자를 중심으로 1989년 일본‧미국을 오가며 4대에 걸친 한인 이민자의 생존 역사를 새겨냈다. 오는 25일부터 공개될 시즌1은 원작의 절반 가량을 총 8부작에 담았다.

윤여정은 신인 김민하와 각각 노년‧젊은 시절 선자를 맡았다. 일본에서 파친코를 하는 둘째아들 모자수(이라이 소지)와 살아가는 선자는 뉴욕 금융가에서 일하는 손자 솔로몬(진하)이 찾아오면서 과거 추억을 돌이킨다. 야심에 찬 조선인 중개상 한수(이민호)와 불같은 첫사랑에 빠졌던 선자는 기구한 사연 끝에 임신한 몸으로 선량한 선교사 이삭(노상현)과 일본 오사카행 배에 오른다. 어머니에게 배운 김치를 만들어 팔며 온 가족을 지탱하는 가장으로 거듭난다.

윤여정 "100년 전 선자의 정직함 부러웠죠" 

전작인 영화 ‘미나리’(2020)에서도 미국에 이민 간 딸을 찾아간 순자가 됐던 그다. 이 역할로 한국 최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2021)을 받았다. 윤여정은 “‘파친코’는 이민자 얘기지만 ‘미나리’와 다르다”고 말했다. ‘파친코’에선 “선자의 강인함”에 더 집중했다. “인생이 선택이잖아요. 우리가 누구하고 결혼하느냐, 연애하느냐 이게 다 선택이더라고요. 이 여자(선자)의 강인함은 막 생존하려는 데서 나오고 어떤 점에선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말한 윤여정은 그럼에도 선자가 첫사랑이 유부남이란 걸 알고 선택한 결정을 자신은 못 했을 것 같다며 “선자는 100년 전쯤의 여자인데도 그런 선택을 한 정직함이 부러웠다”고 했다.

'파친코'에서 젊은 시절 선자(김민하)와 첫사랑 한수(이민호)가 선자의 고향 부산에서 만난 모습이다. [사진 애플TV+]

'파친코'에서 젊은 시절 선자(김민하)와 첫사랑 한수(이민호)가 선자의 고향 부산에서 만난 모습이다. [사진 애플TV+]

‘파친코’는 ‘1910년 일본은 제국을 확장하며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다’는 자막으로 문을 열어 일본에서 온갖 차별을 견뎌온 재일교포 ‘자이니치’의 애환까지 그려낸다. 미국 자본으로 제작된 작품으론 드문 시도다. 지난해 각각 연출작으로 칸국제영화제에 나란히 초청된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고 각본을 겸한 수 휴를 비롯해 테레사 강 로우 총괄 프로듀서 등 재미교포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일제치하 조선, 자이니치 애환 그린 미드 

1947년 개성에서 태어난 윤여정은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 생활도 겪은 터다. 그런 삶의 경험이 백발 선자의 주름 하나하나에 배어난다. 이날 간담회에서 코고나다 감독은 “윤여정의 얼굴은 한국사 지도”라고 말하자 “나이 탓이다. 내가 오래 살았다”고 쑥스러운 듯 영어로 답한 윤여정은 오히려 “우리가 역사를 잘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재일동포를 뜻하는 ‘자이니치’라는 단어를 이 드라마로 처음 알았다”면서다. “내 아들 ‘모자수’로 나오는 아라이 소지가 자이니치에요. 내가 혹시 물어봤어. ‘자이니치’란 말이 나쁘게 차별하는 말이냐. 그랬더니 아니라고 ‘재일동포인데 한국인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말’이래요. 그러면서 그 역사를 들었죠.”
윤여정은 “해방이 되고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우리 정부가 재일동포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당시 일본에서 한국말을 배우려면 조선총련 학교밖에 없었는데 대한민국은 조총련 사람이 됐다고 안 받아준 거였더라. 이번에 많이 배우면서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미나리' 넘는 손자 케미, 재미교포 배우의 한복 퍼포먼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홍보 행사에서 재미교포 배우 진하(사진) 한복 치마저고리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사진 애플TV+]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홍보 행사에서 재미교포 배우 진하(사진) 한복 치마저고리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사진 애플TV+]

‘파친코’는 양반과 평민, 조선과 일본, 미국까지 뒤엉킨 격랑 속 생존자들의 이야기다. 한국어‧일본어‧영어 3개 언어에 온갖 억양이 겹쳐진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그 역사가 묻어난다. “사투리 연기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윤여정은 “선자는 일본에서 몇십년을 살아서 이상한 언어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석했다”면서 “포인트는 부산 사투리가 아니라 내가 얼마만큼 선자가 되느냐였다”고 했다.

그는 ‘미나리’와 또 다른 결의 할머니‧손자 호흡을 선보인 극중 솔로몬 역 재미교포 배우 진하가 일본어 대사를 억양까지 외워 소화한 데는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진하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로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 ‘M. 버터플라이’, TV 시리즈 ‘러브 라이프’ ‘데브스’ 등에 출연했다. 이번 ‘파친코’ 홍보행사에선 한복 치마저고리를 입은 퍼포먼스로도 주목받았다. 인터뷰에서 진하는 “사회에 뭔가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면서 계속해서 동화되고자 노력하는 것이 (실제 내 모습과) 비슷했다. 일본이든, 미국이든 그런 상황이 펼쳐진다”고 극 중 배역에 대한 공감을 내비쳤다.

윤여정 "아카데미상? 늙어서 타서 다행" 

‘파친코’는 오는 25일 애플의 OTT 플랫폼 애플TV+를 통해 1~3회를 한꺼번에 공개한다. 이후 4월 1일부터 매주 금요일 1편씩 새 에피소드를 내보낸다. 8부작을 모두 사전 관람한 언론‧평단에선 호평이 쏟아졌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도는 100% 만점을 받았다. 미국 현지 매체 롤링스톤은 지난 11일 “‘파친코’는 예술성과 우아함으로 주제를 다룬다”고 평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고통의 비참한 초상화가 가족의 회복력과 여성의 힘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와 균형을 이룬다”고 짚었다.

아카데미 수상 배우 윤여정의 연기에도 기대가 쏠린다. 윤여정은 “신드롬을 일으킨 것까지 모르겠고 그냥 똑같이 살고 있다. 하나 차이점은 전화를 많이 받게 된 거고 그래서 전화를 아주 무음을 해놓고 있다”며 웃었다. “지금 나는 내 나이도 잊어버려요. 한국 나이로 75세에 탔기 때문에 타는 순간에는 기뻤지만, 그 상이 준 변화는 없어요. 그 상 때문에 막 떠가지고 변하면 그게 제일 무서운 일이지. 그냥 타이밍에 맞아서 탄 거라고 생각해요. 늙어서 (상을) 타서 천만다행이죠.”

한국시간 18일 미국 LA에서 진행된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홍보 행사에 윤여정(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주요 출연진이 참석했다. [사진 애플TV+]

한국시간 18일 미국 LA에서 진행된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홍보 행사에 윤여정(왼쪽 두 번째)을 비롯한 주요 출연진이 참석했다. [사진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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