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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액션 말고도 있다…법복 입은 김혜수, 넷플릭스서 존재감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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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사건 전담 판사가 된 배우 김혜수는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임에도 대본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사건 전담 판사가 된 배우 김혜수는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임에도 대본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김혜수는 대사를 자신의 신념과 정신력으로 전달한다.”

글로벌 영상물 정보 사이트 ‘IMDB’에 올라온 ‘소년심판’ 리뷰다. IMDB 관객 평점은 10점 만점에 8.2이다. 김혜수(52)의 넷플릭스 법정 드라마 ‘소년심판’이 해외에서도 화제다.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공개된 ‘소년심판’은 이튿날 TV시리즈 부문 글로벌 31위로 출발해, 지난 1일 최고 7위를 기록했다. 지난 6일 두 계단 내려섰지만, 국가별 순위는 한국·홍콩·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대만·태국·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 1위다.

‘소년심판’은 소년범 전담 판사들이 소년범죄 사건의 이면을 들춰내는 내용이다. 좀비·액션이 강세였던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다.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혜수는 “소년범죄나 소년범을 다루는 이야기의 구성 방식이 참 좋았다”며 “예민하고 민감한 사안임에도 한쪽을 변호하거나 감상에 치우치는 게 아니라 다각적 시선으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드라마 중 세 명의 판사가 소년사건을 판결하는 ‘소년형사합의부’는 실제로는 없는 가상의 부서다. 김민석 작가가 가정법원·지방법원에서 판사 한 명이 단독 처리하는 소년부 사건을 취재한 뒤 ‘보다 다각도로 판결해본다면 어떨까’ 상상을 보태 만든 설정이다.

‘소년심판’에서 김혜수가 맡은 심은석 판사.

‘소년심판’에서 김혜수가 맡은 심은석 판사.

김혜수가 맡은 심은석 판사는 부장판사 다음인 우배석 판사다.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고 대놓고 말할 만큼 범죄에 냉정하다. 하지만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오랜 관습도 뒤집는 과감한 법관이다. 김혜수는 “(심은석 판사가) 법관으로서 사회 어른으로서 책임을, 늘 함께 내재한 인물”이라며 “혐오하되 혐오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혜수는 실제로 소년부 판사들을 만나고 소년 재판을 참관한 뒤 이를 연기에 참고했다고 한다.

극 중 촉법소년 에피소드는 최근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각색한 것이다. 김혜수는 “법정에서 소년범 뒤에 배석한 보호자들 반응과 태도를 유심히 바라본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며 “판사 중에는 일부러 더 야단친다는 분도 있더라. 어른들한테 정말 혼나지 않아서 잘못했다는 걸 체감하지 못하는 소년범이 많다고 한다”고 돌이켰다. 이어 “어떤 사건에 대해 법적인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개정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다”며 “나부터도 소년 범죄에 관심 있었다고 믿었던 것들이, 어찌 보면 강력 사건에 분노하거나 가슴 아파하는 감정적 접근이었을 뿐, 소년 범죄나 그 피해자에 대한 시선이 굉장히 편협했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연기 경력 37년 차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로 회자하는 ‘타짜’(2006), 노련한 금고털이 펩시가 된 천만영화 ‘도둑들’(2012) 등 관능적인 캐릭터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출연작이 많다. IMF 금융위기를 다룬 ‘국가부도의 날’(2018), 사회 사각지대에 소외된 여성을 그린 ‘내가 죽던 날’(2020) 등이다. 김혜수는 “최근 그런 작품을 연달아 한 것 같긴 하다”면서도 “의도한 바는 전혀 없다. 언젠가부터 그냥 진짜로 머리가 아닌 가슴이 움직이는 대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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