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용순 헤럴드트리뷴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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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 왕래ㆍ접촉 걱정 않는다”/북한 사회주의 동구체제와 달라/병력 감축등 긴장완화 우선돼야
북한의 대외 정책변화에 국내외의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파리에서 발행되는 영자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비서 김용순과의 회견이 주요기사로 크게 보도돼 주목을 끌고 있다.
회견내용 자체는 북한의 공식적인 종래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북한의 고위당국자가 서방언론의 회견요청에 응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자세다.
김용순은 친북한 국제단체인 「조선 평화통일을 위한 국제 연락위원회」(조평통) 모임에 참석차 21,22일 파리를 방문했다.
다음은 김용순의 회견 일문일답 요지다.
­방금 독일 베를린에서 돌아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서 어떤 교훈이라도 좀 얻었는가.
『우리는 남북한이 민족통일 3원칙에 의해 통일돼야 한다고 본다. 이 3원칙은 이미 지난 72년 북과 남 양측에 의해 합의된 원칙이다.
첫째는 외세의 간섭이 일체 배제된 자주적 통일이며,둘째는 평화적 통일,그리고 셋째는 민족 대단합을 통해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서로 완전히 다른 두개의 체제를 어떻게 하나로 합칠 수가 있다고 보는가.
『통일 3원칙에 의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통일을 달성하는 길은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이 연방체제하에서 남과 북의 두 체제는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며 각각의 정부는 자율적인 지방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또 양측은 각자의 경제를 발전시키며,남측에 투자된 기존 외국자본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것이 독일식 통일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우리의 타당한 제안이다. 그러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긴장완화가 우선적으로 시급히 요구된다.』
­긴장완화가 어째서 시급한가.
『상대편이 손에 비수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대화는 불가능하다. 남한은 미국과 함께 20만명 이상의 병력이 참가하는 팀스피리트 훈련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대화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서 우리는 병력감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병력은 1백만명으로 남한군과 미군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는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군을 남한에 유지시키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우리 인구를 볼 때 1백만명의 병력유지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남북한 전체인구는 7천만명인데 그중 북한인구는 2천만명에 불과하다.
병력수는 인구수에 의해 결정되는 게 당연하다.
또 미국은 소련의 남진을 막기 위해 미국의 한반도 주둔이 불가피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상황은 크게 변했다. 이제 미국이 남한에서 철수,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때가 됐다고 본다.』
­만일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과의 접촉을 허용할 경우 북한 주민들이 들뜨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가.
『없다. 우리는 모든 인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건설했다. 이점에서 북한의 사회주의는 동구의 사회주의와 다르다. 사회주의는 우리 인민들 스스로의 선택이며,그들은 그것을 지킬 각오가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북한 자유왕래와 접촉을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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