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 당선인 “통합 최우선, 지역 관계없이 공정 기회 얻어야”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80호 04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전 안철수 인수위원장·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오전 안철수 인수위원장·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한 뒤 첫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10일 대통령에 당선된 지 8일 만이다. 이날 공식 출범한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날인 5월 9일까지 53일 동안 활동하게 된다.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건물 입구에서 열린 인수위 현판식에는 윤 당선인을 비롯해 안철수 인수위원장·권영세 부위원장·원희룡 기획위원장·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과 24명의 인수위원이 참석했다.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도 자리를 함께했다.

윤 당선인은 이후 연수원 내 회의실로 이동해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장 벽에는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백드롭이 걸렸다. 인수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직접 손글씨로 쓴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기사

윤 당선인은 모두발언에서 “인수위의 매 순간 순간은 국민의 시간이다. 새 정부의 국정 과제를 수립하는 데 있어 국가 안보와 국민 민생에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며 “국정 과제의 모든 기준은 국익과 국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원들에게도 “정부 초기의 모습을 보면 정부의 임기 말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항상 국민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를 풀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또 “인수위에서 새 정부 국정 철학과 국정 과제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 국민 통합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신뢰할 때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며 “그러기 위해 새 정부는 무엇보다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부처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 달라”거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선 늘 현장에서 답을 찾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등 실무적인 당부도 덧붙였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별도로 설치된 코로나19 비상대응특위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신속한 보상과 방역, 의료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다뤄달라”며 “또 다른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도 해달라”고 주문했다.

안 위원장도 “성공한 인수위가 성공한 정부를 만든다”며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53일밖에 없다. 주말을 포함해 휴일 없이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독려했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원들은 개별적인 의견을 (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위원들이 검토된다고 말만 해도 정책이 변경·폐기되거나 사회 혼란이 많이 온다”면서다.

이 같은 당부에는 ‘정책 보안’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권 부위원장도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안 위원장의 방금 말씀에는 윤 당선인의 당부가 있었다”고 전했다. 비공개회의에서도 과거 정부 때 인수위 참여 경험이 있는 위원들이 “개별 의견과 인수위 의견을 구분해 혼란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인수위는 매주 월요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가급적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인수위 현판 글씨는 서예가 박경동(68)씨가 쓴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인연을 맺었던 인사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서일준 인수위 행정실장의 부탁으로 박씨가 현판 제작을 맡았다”며 “박씨는 윤 당선인과 오랜 인연을 가진 사람”이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과 박씨의 인연은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당선인은 여주지청 신청사 개청식을 앞두고 박씨에게 현판 작업을 맡겼고 이후에도 종종 만나며 인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박씨는 통화에서 “현판식은 시작의 의미를 갖는다”며 “윤 당선인이 세상에 환하게 드러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현판을 음각이 아닌 양각으로 새겼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낮에는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집무실 인근 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지난 14일 남대문시장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 닷새째 ‘식사 정치’ 행보를 이어간 셈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도 집무실에서 300m쯤 떨어진 식당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을 하느라 너무 고생하셨다”며 이 대표 등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 부의장이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법이 국회 국토위에 계류 중인데 빨리 통과시켰으면 좋겠다”고 하자 윤 당선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정부가 출범하면 세종시에서 국무회의를 자주 열겠다. 진정한 지방자치시대를 꼭 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차기 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를 위해서는 국회 협력과 여야 협치가 필수”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윤 당선인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회동에 대해 “당선인과 당이 만나는 ‘당당 회동’”이라며 “앞으로도 당선인은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원활한 협조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 수 있도록 의견을 경청하고 국정 운영 전반을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