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석열 당선인, 표 얻기 위해 잘못된 가치와 타협 말아야”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80호 06면

[SUNDAY 인터뷰]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지난 15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이 지난 15일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에 있을 때부터 자신의 정치 성향을 ‘보수’로 규정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정의한 보수의 가치와 가장 근접한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로 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꼽는다.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인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세종시 행정수도를 설계했다. 박근혜 정부 말기 총리 후보로 지명됐고 2018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뒤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자유를 평등보다 우선시하는 자유주의자다. 그러면서도 ‘작은 정부’를 지향하되 복지를 포함한 사회 정책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 15일 중앙SUNDAY·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도 윤 당선인에게 “표를 얻기 위해 잘못된 가치와 타협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정치 쇼와 갈라치기 유혹으로부터 의연해져야 문재인 정부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펼 수 있다면서다.

관련기사

탄핵 후 집권이란 유리한 환경에서 출발한 문재인 정부였지만 결국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어느 정권이든 (한국형 대통령제 시스템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게 많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대통령 자신이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와 열정을 갖고 있는지, 대통령 주변의 인물들이 얼마나 훌륭한지와 무관하게 성공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집권 초 낙관론을 경계하는 말로 들린다.
“행정부에서 법을 하나 만들어 국무회의를 거친 뒤 국회에 보내 심의해서 통과시키는 데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린다. 인수위 때 시작하면 레임덕이 올 때나 통과된다는 얘기다. 이런 구조인데도 국민은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줄 안다. 국민적 기대와 헌법적 의무는 넓고 크지만 정작 대통령이 뭔가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은 매우 불안하다. 그러니까 날이 갈수록 지지도가 떨어지고 그러다 실패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당선인에게도 이런 말을 들려줬나.
“당연히 했다. 윤 당선인도 대통령직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대통령 앞에는 태산을 옮기는 것과 같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면 손에 삽자루 하나 들고 있는 기분이 된다. 이런 막막함을 극복해야 하는 게 대통령의 자리다. 게다가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172석이다.”
이를 돌파할 당선인의 철학이 궁금하다.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나와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자유주의는 반공만 하면 국가 권력이 개인의 인권을 눌러도 좋다는 식의 과거 권위주의 정부 때 국가주의적 자유주의가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진짜 자유주의는 국가 권력은 축소되고 개인과 시장·공동체가 보다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헌법 제119조 1항의 정신에 충실한 자유주의다. 당선인에게 이런 자유주의 정신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도와드린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이나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시장자유주의와도 결이 다른 듯하다.
“자유시장경제의 결과가 좋기만 하진 않다는 걸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소득분배에 문제가 생기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 결국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고 자본주의 시장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경제를 중시하되 국가는 그 부작용을 반드시 보완해 줘야 한다. 복지를 포함한 사회정책이 중요한 이유다. 이에 대해서는 당선인도 상당히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
평소 증세와 규제 완화를 교환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와 관계없는 나의 소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사회비로 지출하는데 우리나라는 12%다. 평균까지는 가야 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지금처럼 어마어마한 규제를 기업에 가해 놓고 세금을 더 올리면 안 된다. 우선 기업이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러면 세금도 더 낼 수 있을 것이다.”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맡게 됐다.
“사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중앙정부가 지방의원 밥 한 그릇에 얼마 이상 지출할 수 없다는 규정까지 두고 있는 마당이다. 이러니 지역사회의 유능한 인재들이 굳이 지방의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서울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국토 전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됐다. 지방분권이 강화됐으면 오히려 호남과 영남의 지방정부가 서로 협조할 일이 많았을 거다.”
대선을 통해 계급과 지역, 세대와 성별에 따른 갈등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때 소위 갈라치기를 많이 하는 과정에서 심해졌다고 본다.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우리 기대 수준만큼 경제가 성장하지 못할수록 갈등은 커진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표를 얻기 위해 남성과 여성, 있는 자와 없는 자, 영남과 호남을 갈라치는 아주 질 나쁜 정치를 하고 있다.”
이런 갈등 구조 속에서 당선인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보다 명확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다 퍼주며 매표 행위를 할 수는 없다. 사회정책을 펴고 복지를 해도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참아달라’ ‘양보해 달라’고 당부하며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 비전이 설득력 있을 때 국민은 기다려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