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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러시아, 중국에 군사장비 요청”…미국 “좌시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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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최근 중국에 군사 장비와 경제 지원을 요청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도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14일 로마에서 회담하기 하루 전에 나왔다. 회담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양 정치국원에게 러시아 지원에 대해 경고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 언론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에 군사 장비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부과한 광범위한 제재로 인한 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추가 경제 지원을 요청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무기와 지원을 요청했는지, 중국이 러시아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위(劉鵬宇) 대변인은 러시아의 중국 장비 요청 보도와 관련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의 개입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확전할 것을 우려하며 중국의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우리는 베이징에 직접, 비공개로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제재 회피 노력이나 지원을 한다면 반드시 상응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어느 나라도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손실을 메워주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경우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세계 어느 곳, 어느 나라도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에 생명줄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사전에 경고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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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양 국무위원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의논한다. 로마 회담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이 러시아를 경제·군사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양 위원은 미국이 러시아와 거래한 제삼자를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외교 당국은 로마 회담의 주요 주제를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중 관계로 규정했다. 앞서 13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회담의 중점은 지난해 11월 미·중 양국 정상의 화상 회담에서 이룬 주요 공감대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언급하지 않고 “양측은 미·중 관계와 공동으로 관심이 있는 국제·지역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회담을 앞둔 14일 정례 브리핑에선 “때가 되면 발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대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미 지난 8일 프랑스·독일 정상에게 “당사국 모두에게 불리하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11일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내외신 회견에서 “제재는 세계 경제 회복에 충격을 줘 각국에 모두 불리하다”며 시 주석의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로마 회담에서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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