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키이우 진입 초읽기…남부 항구도시는 삼면 포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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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키이우시 북부 오볼론스키 9층 아파트가 러시아군 포격으로 불이 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9일째, 러시아군이 키이우 도심 진격에 위한 공세를 강화했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이날 오전 5시께 러시아군이 키이우 북부 오볼론스키의 9층 아파트를 포격해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오볼론스키는 지난달 25일 침공 이틀 만에 러시아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세력이 침투한 지역이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퇴된 이후엔 비교적 조용했지만, 다시 포성이 울렸다. 또 이날 키이우시 당국은 북서쪽 호스토멜에 있는 안토노프 항공 공장에도 공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르핀·브로바리 등 키이우 외곽에서도 계속 격전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 12일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병력 대부분이 키이우 도심에서 25㎞ 떨어진 곳에 있다. 며칠 안에 총공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오데사 삼면 포위, 곧 상륙작전"

러시아군은 남부에서 흑해를 봉쇄하고, 최대 물동항 오데사를 겨냥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13일 "러시아 해군이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을 봉쇄해 국제 해상 무역에서 우크라이나를 고립시켰다"며 "러시아가 몇 주 안에 아조프해에서 실시한 것과 유사한 육·해·공군 상륙 작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회의(NSC) 의장도 이날 "러시아 해군이 3~4일 전부터 오데사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악천후로 크림반도 세바스토폴로 철수했다. 곧 상륙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5일 우크라이나의 최대 항구 도시인 오데사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오데사 장악을 위해 동·서·남 삼면 포위 전략을 구사 중이다. 게나디 트루하노프 오데사 시장은 지난 11일 "러시아군이 동쪽에 위치한 미콜라이우에서 점령한 지역, 서쪽에 있는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남쪽의 흑해에서 둘러싸고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콜라이우는 아직 함락되지는 않았지만, 매일 병원·학교·주거시설 등을 공습하며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데사의 서쪽은 몰도바의 동부에 위치한 미승인 국가 트란스니스트리아 공화국으로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앞서 남쪽 흑해 연안은 러시아 해군이 장악해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삼면이 막힌 셈이다.

인구 100만명의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해상 무역 70%를 담당하는 국제적인 물동항이며, 군사요충지다. 러시아군이 오데사를 장악하면 흑해를 완전히 차지할 수 있다. 또 아조프해에 접한 항구도시 마리우폴까지 함락되면 우크라이나는 남부 연안 전체를 잃게 된다.

러시아군 공습, 서부 리비우까지 확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서부까지 공습을 확대했다. 막심 코지츠키 리비우주 주지사는 "지난 13일 흑해와 아조프해에서 리비우의 야보리우에 있는 국제평화유지·안보센터(IPSC)로 순항미사일 30발이 날아왔다"며 "이로 인해 35명이 죽고 134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개전 초기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진격로가 동쪽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중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드네프르 강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이날 공습 지역을 서부 도시 리비우까지 확대하며, 러시아군의 목표가 어디까지 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러시아군이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동부 루한스크 포파스나시(市)의 올렉시 빌로시츠키 경찰서장은 지난 12일 SNS에 "러시아군이 나치가 '불타는 양파'로 불렀던 백린탄을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편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백린탄은 제네바 협약에 의해 연막·조명용으로만 제한돼 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