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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500명 사망"…러 끔찍한 포위 섬멸전, 지옥의 마리우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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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항구 도시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을 받으며 함락 위기에 빠졌다. 러시아군은 이 도시를 외부와 차단한 채 열흘 이상 포위섬멸전을 벌이고 있다.

마리우폴 시민 아나사타시아 에라쇼바가 11일(현지시간) 병원 복도에서 잠든 아기를 안고 울고 있다. 에라쇼바의 가족 중 아이 2명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마리우폴 시민 아나사타시아 에라쇼바가 11일(현지시간) 병원 복도에서 잠든 아기를 안고 울고 있다. 에라쇼바의 가족 중 아이 2명이 러시아군 공격으로 사망했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마리우폴 동부 교외 지역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도심으로 향하는 러시아군의 주요 공격 시도는 막았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설명이지만, 12일째 외부와 단절돼 싸우고 있는 도시를 향한 러시아군의 포위망은 점차 좁혀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도심을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지상군의 포격과 공군의 폭격을 가하며 섬멸전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CNN은 상업위성 기업 막사 테크놀로지가 이날 새로 공개한 위성사진을 통해 마리우폴 주거 지역의 아파트를 비롯해 이미 여러 채의 건물이 파괴된 모습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리우폴은 최소 6일간 공습을 받았으며, 이 도시를 포함해 개전 이후 최소 67곳의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 ‘최소 6일간 공습’은 북동부 제2의 도시 하르키우(최소 9일)에 이은 최다 일수다.

연일 우크라이나 공습 가하는 러시아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연일 우크라이나 공습 가하는 러시아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군의 무차별한 공격에 민간인 희생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앞서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11일 “러시아군이 30분마다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마리우폴이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세계에 호소했다. 지난 9일엔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이 공습을 받아 3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 12일엔 러시아군이 민간인 80여명이 대피해있던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밝혔다. 마리우폴 당국은 러시아군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최소 1500명의 시민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마리우폴에 파견된 국경없는의사회(MSF) 관계자는 12일 “마리우폴 시내 그 어디에서도 음식과 물을 찾을 수 없다”며 포위된 시민들의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물을 얻기 위해선 2~3㎞를 걸어가야 하는데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도시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시민들은 정보 공백 상태에 있다”며 “마리우폴 주민들은 난방용 배관에서 물을 꺼내 식수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군의 이런 공세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무리한 공격을 감행할 만큼 마리우폴이 핵심 목표(key objective)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점령하면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따라 러시아 국경에서 크림반도에 이르는 육로가 열리고,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군의 진격이 가능해진다”고 보도했다. 추후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상에서도 마리우폴의 점령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리우폴 서부지역의 주거 건물들이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12일(현지시간) 모습(위)과 이전 모습. [AFP=연합뉴스]

마리우폴 서부지역의 주거 건물들이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12일(현지시간) 모습(위)과 이전 모습.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은 13일 우크라이나 서부와 남서부 지역까지 공습 범위를 확대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 인근 야보리우에 30발 이상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백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야보리우는 우크라이나 군사 훈련 시설인 국제평화안보센터(IPSC)가 있는 곳으로 폴란드 국경과 불과 25㎞ 정도 떨어져 있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현지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개전 이후 가장 서쪽에서 발생한 공격 사례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3일 우크라이나 남서부에 위치한 이바노-프란키우스크 공항에서도 러시아군 공격에 의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은 11일 우크라이나 중부의 거점 도시 드니프로에 대한 첫 공격도 개시했다. 드니프로 구조 당국은 성명을 통해 “11일 오전 드니프로에 세 차례의 공습이 있었다”며 “유치원 1곳과 아파트 1개 동, 2층짜리 신발공장이 공격을 받았고 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드니프로가 러시아에 넘어가면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동부군 전체가 러시아군에 포위당한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된 신발 공장의 모습. [로이터=뉴스1]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러시아 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된 신발 공장의 모습. [로이터=뉴스1]

한편, 러시아 정부는 12일 서방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수송 행렬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국영 채널1 TV에 출연해 “러시아는 미국의 주도로 여러 국가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건네지는 것이 단지 위험한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수송 행렬이 합법적인 공격 목표가 되게 하는 행위라는 점을 경고해 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정부의 경고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직접 대결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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