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토론문화 성숙해야 사회 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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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사람의 삶의 방향은 문제에 부딪힐 때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이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하는 대안에 따라 모습이 바뀐다. 민주사회에서는 보통 다수결이나 만장일치제로 의사를 결정한다. 의사 결정 과정에선 다양한 의견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토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토론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토론이 많다. 그러나 토의와 토론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정작 토의.토론 문화가 왜곡돼 있다.

토의는 정보나 의견을 교환하는 활동으로, 참가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으는 데 주력한다. 토론은 논증을 통해 자신의 의견이 옳음을 상대에게 설득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래서 토의와 토론 가운데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문제에 따라 다르다. 토의와 토론 방식도 목적에 따라 다양하다.

예컨대 전문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패널 토의나 포럼 토의 등을 들 수 있다. 쟁점 분석을 위한 찬반 토론, 의사 결정에 적합한 피라미드 토론(1:1 토론 후 2:2 토론으로 넓혀가는 방식)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찬반 대립 토론이 난무한다. 이러한 토론은 모든 문제를 흑백 논리에 대입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크다. 어떤 문제든 토론자는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토론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중매체는 논쟁 사안에 대해 제3의 입장을 소개함으로써 왜곡된 토론 문화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또 다양한 토의.토론 방식을 보여줘 성숙한 토론 문화의 모범이 돼야 한다.

정문성(경인교대 교수.사회과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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