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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배치 두달만에 '3년 도주 수배자' 검거한 새내기 경찰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오전 10시30분쯤 충남 당진경찰서 신평파출소 박성민(52) 경위와 강수정(26) 순경은 평상시처럼 순찰차를 타고 관내 순찰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순찰과 함께 과태료를 체납한 차량의 번호를 조회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주택가 골목이나 이면도로에 장기간 방치된 차량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1일 지명수배자를 검거한 충남 당진경찰서 신평파출소 강수정 순경(가운데)와 박성민 경위(오른쪽)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강수정 순경]

지난 1일 지명수배자를 검거한 충남 당진경찰서 신평파출소 강수정 순경(가운데)와 박성민 경위(오른쪽)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강수정 순경]

순찰 과정에서 두 사람은 오래된 연식의 싼타페 차량을 발견하고 차량번호를 조회했다. 이런 차량은 대부분 오래 방치돼 차량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가 차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차량은 최근까지 운행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조회 결과 해당 차량이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타페 차량의 차주는 울산에서 성범죄, 당진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를 내고 4년 가까이 도주 중이던 50대 A씨였다.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돼 지명수배 된 상태였다.

박성민 경위와 강수정 순경은 최근까지 차량을 운행했다면 운전자가 가까운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박성민 경위가 A씨에게 운전자를 걸어 “차량에 문제가 있다. 여기로 오셔서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지난헤 4월 경찰 서세종IC 진출입로에서 시·도 합동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헤 4월 경찰 서세종IC 진출입로에서 시·도 합동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행히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지금은 일하는 중이라 오후에나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답했다. 경찰관들은 A씨가 일을 마치는 대로 현장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물론 경찰관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6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4시35분쯤 박 경위와 강 순경은 싼타페 차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마침 현장에 도착한 A씨는 제복을 입은 박 경위 일행을 발견했지만 이미 도주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경찰관들은 A씨를 검거한 뒤 순찰차에 태웠다. 그가 도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A씨에게 수갑을 채운 두 사람은 그의 신병을 당진경찰서에 인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17년 울산에서 직장동료인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수십 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로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에는 당진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거리에서 경찰 순찰차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홍익대 부근 거리에서 경찰 순찰차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순경은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지난해 12월 말 당진경찰서에 배치된 새내기다. 멘토이자 수배자를 검거한 박성민 경위는 30여년간 각종 수배자 250여 명을 검거한 베테랑 경찰관이다.

강수정 순경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함께 근무하던 선배의 기지와 순발력에 놀랐다”며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도주 중이던 수배자를 직접 검거해보니 현장 경험을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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