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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남한 42배' 숲 불탔다…이런 취약지역 29% 증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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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8일 산불 진화에 나선 그리스 에비아섬 주민이 8일 안타까워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산불 취약 지역에 21세기 말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AFP]

지난해 8월 8일 산불 진화에 나선 그리스 에비아섬 주민이 8일 안타까워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산불 취약 지역에 21세기 말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AFP]

국제 사회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지금처럼 지구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1세기 말에는 전 세계 산불 취약 지역 면적이 지금보다 29%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학 연구팀은 지난 8일(현지 시각)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에 바탕을 두고 21세기 말(2070~2099)의 전 세계 산불 취약 지역 면적을 추산했다.
그 결과, 현재(1996~2016년)보다 산불 취약 면적이 2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유엔 환경계획(UNEP)은 '2022 프런티어 보고서'에서 "2002~2016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4억2300만㏊(423만㎢, 남한 면적의 42배)의 숲이 불탔다"고 밝혔는데, 이번 논문은 앞으로도 더 많은 산불이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스페인 연구팀은 우선 인공위성 자료를 통해 산불 피해 지역을 조사했고, 이들 피해 지역을 쾨펜-가이거(Köppen-Geiger) 기후대 분류법에 따라 아한대·온대·열대·건조 기후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분류했다.

산불 취약 지역 면적 변화 전망. 위의 그림은 현재(1996~2016년) 상황이고, 아래 그림은 미래(2070~2099년) 전망치다. 범례에서 Bo-hs는 아한대 여름철 산불 지역을, Te-dhs는 온대 건기-여름철 산불 지역을, Tr-ds는 열대 건기 산불 지역, Ar-fl은 건조 연료 의존 산불 지역을 나타낸다. 또 r은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을, o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곳을, i는 드물게 발생하는 곳을 나타낸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2]

산불 취약 지역 면적 변화 전망. 위의 그림은 현재(1996~2016년) 상황이고, 아래 그림은 미래(2070~2099년) 전망치다. 범례에서 Bo-hs는 아한대 여름철 산불 지역을, Te-dhs는 온대 건기-여름철 산불 지역을, Tr-ds는 열대 건기 산불 지역, Ar-fl은 건조 연료 의존 산불 지역을 나타낸다. 또 r은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을, o는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곳을, i는 드물게 발생하는 곳을 나타낸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2]

연구팀은 또 산불 피해 지역을 기후대와 산불 발생에 영향을 주는 강수량과 기온을 고려해▶아한대 여름철 산불 지역(Bo-hs) ▶온대 건기-여름철 산불 지역(Te-dhs) ▶열대 건기 산불 지역(Tr-ds) ▶건조지역 연료 의존 산불 지역 (Ar-fl) 등 4가지 산불 취약 지역으로 분류했다. 또, 4가지 산불 취약지역을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의 빈도에 따라 ▶자주 발생(r) ▶간헐적 발생(o) ▶드물게 발생(i) 등으로 세분화했다.

연구팀은 이들 취약 지역의 분포가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 기후 모델을 사용해 전망했다. 기후 모델로 세계 각 지역의 미래 기온·강수량을 예측, 이를 바탕으로 산불 취약 지역에 추가하거나, 취약지역에서 제외했다.

연구팀은 21세기 말에는 아한대 여름철 산불 취약 지역이 지금보다 47%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한대 여름 산불 취약지역은 북부 스칸디나비아의 대부분으로 확대되고, 캐나다·알래스카·러시아에서도 면적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아한대 산불 취약지역 중에서도 산불이 자주 발생하거나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지역만 따지면 111.5%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위도의 온대 건기-여름철 산불 취약 지역에서도 산불이 자주 발생하거나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지역 면적은 24.5%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남부와 유럽 남부가 산불 취약 지역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건조지역에서도 산불 취약지역이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스 카운티에서 지난해 12월 24일 '딕시'란 이름의 대형 산불이 주택을 불태우고 있는 화재 현장을 한 소방관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스 카운티에서 지난해 12월 24일 '딕시'란 이름의 대형 산불이 주택을 불태우고 있는 화재 현장을 한 소방관이 지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열대 건기 산불 취약지역은 면적이 6.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동부 아마존 열대우림의 경우는 새롭게 화재 취약지역으로 편입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강수량이 증가하더라도 기온 상승을 하면 건조한 연료(산림) 탓에 산불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며 "아한대 지역에서는 화재에 취약한 해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아한대 지역에서 산불이 증가하면 이탄(泥炭)지대가 불타면서 온실가스가 방출되고, 이것이 온도를 끌어올려 산불 발생을 다시 높이는 되먹임(feedback)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유럽 남부의 경우 강수량 감소로 산불 발생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중국 동부 등에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가 지금보다 훨씬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미 극심한 산불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 서부도 21세기 말까지 산불 발생 기간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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