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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산불, 15년새 남한 면적 42배 숲 태웠다…기후변화의 저주

중앙일보

입력

경북 울진군 북면 산불 발생 사흘째인 지난 6일 수시로 바뀌는 풍향과 강풍 및 연무로 산불이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뉴스1(산림청 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 산불 발생 사흘째인 지난 6일 수시로 바뀌는 풍향과 강풍 및 연무로 산불이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인근까지 번지고 있다. [뉴스1(산림청 제공)]

지난 4일 시작된 경북 울진과 강원도 강릉 등 동해안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않아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7일 오후 6시 현재 피해 면적이 2만 1765㏊로 추정돼 역대 최고인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의 2만 3794㏊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산불은 일단 실화와 방화가 직접적인 원인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계속된 가뭄과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이 산불 확대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힙니다.

산불 피해가 늘어나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 탓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산불이 늘고 있는데, 그 뒤에는 지구 기온이 오르고 가뭄이 잦아진 탓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발표된 유엔의 보고서 세 가지는 모두 산불 증가가 기후변화 탓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탓이라면 앞으로 산불 대응도 달려져야겠지요. 기후변화 적응 차원에서 넓게 보고, 길게 보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50년엔 30%, 2100년엔 50% 증가 예상

미국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은 우주에서도 목격된다. 지난 2017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랜디 브레스닉이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화재 현장 사진이다. [랜디 브레스닉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은 우주에서도 목격된다. 지난 2017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랜디 브레스닉이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 우주정거장에서 찍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화재 현장 사진이다. [랜디 브레스닉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유엔 보고서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달 23일 유엔 환경계획(UNEP)이 공개한 산불 보고서입니다. 제목조차 '들불처럼 번지다-이례적인 산불로 인해 증가하는 위협'입니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극한 산불이 최대 14%, 2050년까지 30%, 21세기 말까지 50% 증가하는 등 산불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변화와 산불 발생 전망. 두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왼쪽 RCP2.6과 오른쪽 RCP6.0)에 따른 산불 발생 빈도 변화, 2010~202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단기(2020~2030)아 중기(2040~2050년), 장기(2090~2100년) 단위로 산불 발생 건수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했다. [자료:UNEP]

기후변화와 산불 발생 전망. 두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왼쪽 RCP2.6과 오른쪽 RCP6.0)에 따른 산불 발생 빈도 변화, 2010~202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단기(2020~2030)아 중기(2040~2050년), 장기(2090~2100년) 단위로 산불 발생 건수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했다. [자료:UNEP]

2019~2020년 호주의 '블랙 서머(Black Summer, 검은 여름)'나 2020년의 거대한 북극 화재와 유사한 산불이 특정 연도에 발생할 확률도 21세기 말까지 31~57%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2019~2020년 호주 산불 때에는 2400만㏊ 이상을 태웠고, 수천 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3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UNEP의 '2022 프런티어 보고서'에서는 산불을 도시 소음과 생태계 리듬 파괴와 더불어 3대 환경 현안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02~2016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4억2300만㏊(423만㎢, 남한 면적의 42배)의 숲이 불탔다"며 "변화하는 기상 조건으로 인해 이전에 산불이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서도 산불이 더 자주, 더 강렬하게 발생하고, 더 오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산불 발생 현황(2003~2016년).

세계 산불 발생 현황(2003~2016년).

세계 산불 발생 밀도. 제곱km당 연간 산불 발생 건수를 나타냈다. 아프리카 사바나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고, 브라질과 호주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자료:UNEP]

세계 산불 발생 밀도. 제곱km당 연간 산불 발생 건수를 나타냈다. 아프리카 사바나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고, 브라질과 호주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자료:UNEP]

지난달 28일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2 실무그룹에서 제6차 평가보고서의 일부인 '기후 영향, 적응, 취약성'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는데, 거기에도 산불 얘기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요약본에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는 자연과 사람에 광범위한 악영향과 손실·피해를 초래했다"며 "일부 지역의 산불 피해 증가는 사람이 유발한 기후변화 탓"이라고 강조했습니다.

IPCC 보고서는 또 "생태계의 황폐화와 손실은 가뭄과 산불을 포함한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해 악화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기후변화의 영향 속에 가뭄과 산불을 포함한 것입니다.

여름엔 잘 자라게, 겨울엔 바짝 마르게

호주 북동부를 휩쓸고 있는 산불 속에서 불에 타서 도망가는 코알라의 모습이 공개됐다. 채널 9이 2019년 11월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유튜브 캡처]

호주 북동부를 휩쓸고 있는 산불 속에서 불에 타서 도망가는 코알라의 모습이 공개됐다. 채널 9이 2019년 11월 20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유튜브 캡처]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산불 증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산불이 발생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바로 점화·연료·날씨입니다. 태양열이나 번개, 사람의 행위 등 불을 붙이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불이 번지는 데 충분한 가연성 물질이 있어야 하고, 불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온도·바람·습도 등 날씨가 뒤따라야 합니다.

먼저 점화입니다. 북미 아한대 산림 등지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는 번개에 의한 점화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호주 남동부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번개가 치는 '마른번개'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산불은 번개처럼 자연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벌목, 토지 개간, 농업, 주거 정착 등 다양한 인간 활동에서 부주의가 발생한 결과입니다.

다음은 연료입니다. 인류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일부 식물은 광합성을 더 활발히 해서 바이오매스(biomass·생물량)를 늘립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 상승하면서 식물이 자라는 기간 길어집니다. 여름철 증가한 강수량도 식물 성장을 촉진합니다. 산불 발생 때 '땔감'이 될 것들이 더 많이 쌓이는 거죠.

마지막으로 날씨입니다. 기온이 오르면 토양 수분이 더 많이 증발하게 됩니다. 상대습도가 낮으면 나무들이 바짝 말라 산불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몇 달 동안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산불 발화 위험이 커집니다.
지구 온난화 추세에 계속되면서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더 높은 기온과 더 잦은 가뭄으로 인해 위험한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산불 발생 기간이 더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온대 기후 지역에서는 산불 기간의 강수량이 1990년대 후반 이후 10% 이상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은 지난 100년 기간 호주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해였습니다.

밤에도 기세 꺾이지 않는 산불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스 카운티에서 지난해 12월 24일(현지시간) '딕시'란 이름의 대형 산불이 주택을 불태우고 있는 화재 현장을 한 소방관이 지나고 있다. 미 서부 13개 주에서는 극심한 가뭄에 폭염이 겹치면서 8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해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루머스 카운티에서 지난해 12월 24일(현지시간) '딕시'란 이름의 대형 산불이 주택을 불태우고 있는 화재 현장을 한 소방관이 지나고 있다. 미 서부 13개 주에서는 극심한 가뭄에 폭염이 겹치면서 8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해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 보고서가 아니라도 기후변화가 산불 확산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16일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이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논문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건조해지면서 야간에도 산불 세력이 줄지 않아 산불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에는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가 높아져 산불이 주춤해지는데, 최근에는 그런 현상도 없이 밤낮없이 번져나간다는 것입니다.

북극의 얼음 감소가 미국 서부의 대형 산불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미국과 중국 연구팀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40년 동안 북극 바다 얼음의 감소가 미국 서부의 산불 날씨에 미친 영향의 규모는 엘니뇨-남방진동이 미국 산불 발생에 끼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온난화로 인해 여름과 가을에 북극 바다 얼음이 대폭 녹으면, 바다가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하고, 해수면이 따뜻해지면 상향 기류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북극과 인근 알래스카에 저기압이 발생하고, 상승한 공기는 남쪽 미국 서부 지역에 강한 고기압을 만드는 쌍극자(dipole)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쌍극자 패턴은 미국 서부에서 가뭄과 기온 상승 유발해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날씨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한국 기후변화도 산불 발생 쉽게 해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항공진화대원들이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일원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항공진화대원들이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일원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이번 동해안 산불의 원인은 실화·방화, 오랜 가뭄과 날씨가 빚은 참사이지만, 크고 넓게 보면 기후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73년 이후 10년마다 전국 평균 연 강수량은 약 32㎜씩 증가하고 있는데, 겨울철 강수량은 10년마다 1㎜씩, 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2㎜씩 줄고 있습니다.
1970년대 겨울철 강수량이 93㎜였는데, 2010년대는 90.1㎜입니다. 지난겨울은 18.3㎜에 불과합니다.

연도별 산불피해면적 .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도별 산불피해면적 .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에 봄과 겨울 기온 상승으로 증발량이 늘어나면서 가뭄 피해가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2010년대 중부지방의 가뭄 일수는 1970년대에 비해 2~4배 증가했는데, 약한 가뭄 일수는 50일에서 80일로 약 2배, 보통 가뭄 일수는 10일에서 40일로 약 4배가 됐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보면, 2005년과 2015년 국내 수자원 총량은 각각 1240억톤과 1323억톤입니다. 10년 사이 6.7%가 늘었습니다.
증발량을 말하는 손실량은 517억톤에서 563억톤으로 8.9% 늘어난 데 비해 평상시 하천 유량(홍수기 제외)은 5.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강수량이 늘어난 것보다 증발량이 늘어난 것은 산림이 우거지면서 나무의 증발산이 늘었고, 기온 상승으로 인해 토양에서 증발하는 양도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 40년 동안 전국의 토양이 침식되면서 토양층 두께가 평균 30㎝에서 28㎝로 줄었고, 토양층이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도 그만큼 줄어 가뭄에 취약해졌습니다.

산불이 일으키는 환경문제도 심각

지난해 7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모습. 미국 서부의 대규모 산불로 인해 동쪽으로 수천㎞ 떨어진 뉴욕시의 대기질도 세계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모습. 미국 서부의 대규모 산불로 인해 동쪽으로 수천㎞ 떨어진 뉴욕시의 대기질도 세계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산불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만,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아마존의 삼림 벌채와 산불은 이 지역을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배출원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숲이 타버려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는 의미입니다. 2021년 7~8월에만 전 세계 숲이 타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25억 톤이 넘습니다.

시베리아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리고, 그 속에 있던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대량 배출이 됩니다. 산불에서 발생한 먼지와 그을음이 고산지대와 극지방 빙하에 내리면 태양 빛의 반사율을 떨어뜨리고, 빙하가 더 쉽게 녹아내리게 합니다.

산불은 또 생태계에 다양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우선 산불은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방출합니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산불 미세먼지 데이터가 공개되는 43개국만 따져도 연평균 3만 명 이상이  산불로 인해 조기 사망하고 있습니다.

숲이 사라지면서 식물은 물론 동물도 사라지면서 생물 다양성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2019~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엄청난 산불로 약 30억 마리의 포유류·파충류·새·개구리가 죽거나 다쳤습니다.

산불은 토양 침식으로 이어지고, 폭우를 만나면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산불에서 나온 재가 하천으로 들어가면 수질오염을 유발하고, 수생 생물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산불 지역 인근에서는 연안 오염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산불 예방에 예산을 집중해야

강원 지역에 산불이 발생한지 나흘째를 맞는 7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마을 일대가 인근 야산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연기로 가득차 있다. [뉴스1]

강원 지역에 산불이 발생한지 나흘째를 맞는 7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마을 일대가 인근 야산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연기로 가득차 있다. [뉴스1]

그렇다면 산불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유엔 '산불 보고서'는 산불 관리에서 '5R'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검토 및 분석(Review and analysis) – 과거 산불의 원인과 전개 과정 등에 대한 데이터·정보 수집과 분석 ▶위험 감소(Risk reduction) – 산림 내 연료 관리, 토지 사용 계획, 방화·실화 억제 ▶준비성(Readiness) – 지역사회와 소방 당국의 대응 시스템 구축 계획 ▶대응(Response) – 산불 경보와 진압 자원 할당, 대피 등의 조치 ▶복구(Recovery) – 산불 관련 복구 노력 등입니다.

유엔 보고서는 또 "각국 정부는 보통 산불 직접 대응에 관련 예산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데, 앞으로는 예산의 3분의 2는 계획과 예방·대비·복구에 쓰고 나머지 3분의 1을 대응에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산불 대응 방식도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면, 산불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와 사정은 다르지만, 국토가 넓은 캐나다·미국·호주와 러시아 시베리아, 아프리카 사바나 등지에서는 모든 화재를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생태학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캐나다·미국의 경우 초기 진압에 실패한 일부 산불은 진압 한계를 초과하고, 이 경우는 장비나 자원, 정보와 기술을 아무리 투입해도 진압이나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항공기에서 한꺼번에 10~25톤에 이르는 산불 억제제를 뿌려도 진압이 안 되는 산불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평소 작은 산불까지 모두 막으려다 보니 산림에 연료가 너무 쌓여 한 번씩 대형 산불이 나면 엄청난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작은 산불은 내버려 두라는 것인데, 실제 현장에서 작은 산불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내버려 두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숲에서 나무를 솎아내고 덤불을 없애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산불 위험 지역에서 연료가 되는 나무와 초목을 줄이기 위해 통제된 화재와 벌목을 크게 늘리는 사업에 500억 달러(61조 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도 논란은 없지 않습니다. 숲 가꾸기가 실제 산불 예방에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타호(Tahoe) 호수 주변의 숲을 벌채한 덕분에 지난해 여름 콜로라도 산불의 진행을 늦출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 지난해 7월 미국 오리건 주 산불 당시 1500㎢(15만㏊)가 불탔지만, 그때에도 산림 벌채를 진행한 곳에서는 피해가 작았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산불 예방 차원에서 숲 가꾸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남은 잔재물을 숲속에 그대로 쌓아둔다면 전혀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주거지역-산림 경계부 관리 강화해야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 2리의 주택들이 울진·삼척산불로 잿더미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6일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 2리의 주택들이 울진·삼척산불로 잿더미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첨단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기상위성을 활용해 산불 원격 감시와 예측,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유럽연합(EU)이나 미국 항공우주국 등의 도움도 받고, 호주와 브라질 등 산불 방제 경험이 풍부한 국가와도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력 송배전망에 의한 산불 발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전력회사에서는 전력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주거지역과 산림 경계부에서 일어나는 산불을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논두렁 태우기나 쓰레기 소각 등 산불 발생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규제하고 ▶산림 경계부 개발 계획에 대한 검토를 강화하고 ▶건축물의 내화 성능을 높이고 ▶마을 단위로 산불 비상시 대피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산불 피해 지역의 복원도 소나무 조림 위주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에서 일부는 소나무 조림 대신 산사태만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자연 복원이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20년 뒤 후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숲 대신에 활엽수 숲으로 복원됐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송이 생산을 위해 소나무 숲을 고집하는 지역주민을 설득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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