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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못버텨…,삼성물산 66년만에 직물사업 중단

중앙일보

입력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직물사업에서 손을 뗀다. 1956년 제일모직에서 원단을 생산한 지 66년 만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물산 패션 부문 본사. [사진 삼성물산]

서울 강남구 삼성물산 패션 부문 본사. [사진 삼성물산]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물산 패션부문은 양복 원단을 만드는 직물 사업을 중단한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4년부터 삼성SDI 구미사업장의 부지 일부를 임차해 직물 사업을 운영해왔다. 2018년 이후로 4년간 누적 적자가 80여억원에 달해 경영 악화가 지속한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키로 했다. 수입 원단과 비교해 높은 인건비 등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뿌리인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모태 사업 중 하나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국민들이 마카오 등지에서 비싼 양복지를 사들여 양복을 해 입는 것을 보고 제일모직 공업을 세웠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의 일이다. 2년 뒤 생산된 국산 양복지 ‘골덴텍스’는 한국 의류 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삼성SDI와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이었던 지난해 11월 말, 용지확보 및 분사 등 사업 영속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직물사업의 경쟁우위 확보가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현재 해당 사업부에는 약 9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직물 사업을 담당해온 인력에 대해선 내부 전환배치 등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 패션은 직물사업을 통해 생산된 고급 양복 원단을 남성 정장 브랜드 ‘갤럭시’와 ‘로가디스’ 등에 활용해왔지만 앞으론 수입품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직물사업을 접은 삼성물산 패션은 온라인몰과 신규 브랜드 발굴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삼성물산 패션의 지난해 매출은 1조 7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적자에서 1000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이 수입해 운영하는 아미·메종키츠네·르메르·톰브라운 등이 젊은층 사이에서 이른바 신(新)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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