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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프로 노리는 러시아군…점령 땐 우크라 동부군 고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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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크라이나 군인이 8일(현지시간) 제2 도시 하르키우의 한 건물에 추락한 러시아 수호이-34 전투기 잔해 옆을 지나가고 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 앞으로 몇 주가 우크라이나에서 매우 험악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8일(현지시간) 제2 도시 하르키우의 한 건물에 추락한 러시아 수호이-34 전투기 잔해 옆을 지나가고 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 앞으로 몇 주가 우크라이나에서 매우 험악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 14일째인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전선을 넓혀 진군하는 가운데 중부 도시 드니프로가 방어의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국 군이 키이우 북서부 인접 지역과 북동부 도시 등에서 러시아군을 성공적으로 격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 국가정보국도 트위터를 통해 “키이우 북서부의 러시아군이 돌파구 마련에 다시 실패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어가 러시아군의 첨단 전투기 등을 막아 내며 제공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격전이 벌어지는 곳은 이르핀·부차·보르젤 등이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공략 거점인 이 도시들을 포위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북동쪽 도시 하르키우·체르니히우·수미 등에서도 러시아군의 공습과 포격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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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수적 열세가 두드러지자 일부 키이우 주민은 피난을 포기하고 ‘도시 요새화’에 나섰다. 이들은 도시 곳곳에 모래주머니로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위치 정보를 지우기 위해 교통 표지판에 페인트칠하고 있다. 스콧 베리어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8일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에 키이우 상황과 관련해 “식량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포위 공격을 받는다면 10일에서 14일 안에 절망적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부 도시 드니프로를 점령하면 전황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드니프로는 인구가 약 100만 명인 우크라이나 제3의 도시다. 러시아군의 공세가 이어진 북동부 하르키우에서 남쪽으로 약 200㎞,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에선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곳에 있다. 드니프로가 러시아에 넘어가면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동부군 전체가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게 된다.

현재 헤르손과 멜리토폴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남부 해안 지역 육상 진격로를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아조프해 인근 항구 도시 마리우폴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9일 러시아군이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하고 헤르손을 출발해 미콜라이우로 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NN은 이날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투입한 군 자산의 8~10%를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폴란드가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겠다는 제안했지만, 미 국방부가 사실상 거부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8일 성명에서 “폴란드가 운용하는 모든 미그-29 전투기를 즉시 무료로 람슈타인 공군기지(독일 주둔 미군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미국 정부의 처분에 맡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폴란드의 제안이 쉽게 옹호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결정은 폴란드 정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폴란드가) 확전 가능성에 전투기 지원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는 국가는 전쟁에 관여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보복과 확전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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