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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에 반도체 파는 중국기업 문닫게 할 것”…무역전쟁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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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전방위 제재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퍼질 조짐이다.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의 러시아 수출 제한 조치를 무시하는 중국 기업에 ‘파괴적 조치’를 가하겠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경고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9일 “합법적 권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러먼도 장관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반도체와 첨단 기술 수출을 금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 기업은 문을 닫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중신궈지)를 명시했다. 그는 “SMIC와 같은 기업들이 러시아에 반도체를 판매 중이라고 확인된다면, 미국은 SMIC에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사용을 금지해 이들의 사업을 본질적으로 폐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거래를 이어갈 경우) 중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에 대단히 파괴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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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침공 전인 지난달 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만약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다면 이에 대해 러시아는 전략적 대가를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중국이 이를 지원할 경우 중국 역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미국의 어떤 형식의 독자 제재와 확대 관할법(long-arm jurisdiction, 미국이 국내법을 해외까지 적용하는 입법)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우려를 엄정하게 다뤄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의 권익을 해쳐선 안 된다”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언급했다. 미국이 제재 불참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할 경우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대목이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화상 회담에서 “(미국과 유럽의) 제재는 전 세계 금융·에너지·교통·공급체인의 안정에 충격을 준다”며 러시아 제재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편 중국 금융기관들은 러시아와의 거래 내용을 조사하며 위험 평가에 들어갔다. 중국 경제 전문지 차이신(財新)은 지난 7일 전례 없는 러시아 제재가 중국에 미칠 영향을 살피며, 미국이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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