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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지역체육회장 선거 허위 학력 써내 당선됐다면 무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역 체육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해놓고 ‘대학원 수료’로 허위 학력을 써낸 뒤 당선됐다면 선거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강원도 정선군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A씨 등이 체육회를 상대로 낸 선거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2020년 열린 이 체육회장 선거에는 A씨와 B씨 등 3명이 출마했다. 선거 결과 그간 체육회 간부를 맡아온 B씨가 당선됐다. 문제는 당선된 B씨가 후보자 등록신청서 학력란에 자신의 최종 학력을 ‘경영대학원 수료’라고 썼다는 점이다. B씨는 사실 정규 학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A씨 등 낙선한 후보들은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기재해 선거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선거를 무효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최고경영자과정은 경영대학원의 정규 과정과 명백히 다른 교육과정”이라며 “B씨가 ‘경영대학원 수료’라고 기재한 것은 정규과정을 수료했을 것으로 충분히 오인하게 할 만해 선거인단 투표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2심은 1심과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거짓 학력을 기재한 것은 인정했지만, 그런 행위가 후보자 등록 무효사유에서 정한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또 체육회는 자체 투표로 회장을 뽑는 사적 자치단체이므로 공공기관이나 공직선거를 전제로 한 규정이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 근거도 제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후보자 등록신청서 등에 중대한 사항이 거짓으로 작성됐을 경우 등록을 무효로 할 수 있게 한 체육회 선거관리 규정을 근거로 2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최종 학력을 거짓으로 기재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선거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해 공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며 "체육회 선거관리 규정에 반하는 부당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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