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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법카'만 남았지만…비호감 대선서 본 '통합'의 실마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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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20대 대통령이 9일 선출된다. 지난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성북구 성북천 분수광장과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에서 각각 대선 전 마지막 주말 유세를 펼쳤다. [뉴시스]

제20대 대통령이 9일 선출된다. 지난 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성북구 성북천 분수광장과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에서 각각 대선 전 마지막 주말 유세를 펼쳤다. [뉴시스]

8일 밤 12시로 22일간의 열전(熱戰)이 끝났지만 결과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양당은 모두 승리를 자신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많게는 한 10%까지 차이가 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CBS라디오 인터뷰)고 말했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1.5%포인트 이상 이길 것으로 전망한다”(중앙일보 통화)고 말했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양당 어디서도 확실한 패색을 감지하기 어렵다. 이런 분위기는 2007년(이명박 대 정동영)ㆍ2017년(문재인 대 홍준표)보다는 2012년(박근혜 대 문재인)에 가깝다.

문제는 이같은 초박빙의 상황이 실력과 비전 경쟁의 결과라기 보다는 비호감 경합의 소산이라는 점이다. 칼보다 더 날카로웠던 거친 네거티브 언어의 전쟁은 두 후보의 비호감도를 극대화했다. 익명을 원한 정치컨설턴트는 “서로의 비호감도를 높이려는 경쟁의 결과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했고, 이 후보는 현 정부에서 이반한 민심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8일 경기도 광명 철산로데오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8일 경기도 광명 철산로데오거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날도 이 후보는 윤 후보를 “무능”으로, 윤 후보는 이 후보를 “부패”로 몰았다. 양당은 대장동 의혹을 두고 끝까지 “김만배 녹취록으로 윤 후보가 몸통인 게 드러났다”(우상호 민주당 총괄본부장)“조작 정황이 뚜렷한 댓글과 비정상적 추천이 속속 달렸다. 이 모든 게 민주당의 ‘드루킹 시즌2’였던 게 드러났다”(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며 치고받았다.

그러나 거친 언어로 차이를 드러내려 할수록 닮은 꼴이 선명해졌다. 유권자들은 누가 몸통이고 누가 깃털인지 알 수 없지만 이번 대선이 공교롭게도 ‘대장동’과 ‘김만배’의 그림자가 드리운 두 사람의 대결임을 알게 됐다. 두 후보의 부인이 차례로 대국민 사과에 나서는 전대미문의 사건마저 닮은꼴이었다. 배우자를 향한 난타전은 한 사람에게는 ‘무속’‘주가조작’, 다른 한 사람에게는 ‘초밥’‘법인카드’ 등의 쉽게 사라지지 않을 연관 검색어를 선사했다. 결국 '양 김'으로 불렸던 두 배우자들은 공식 선거 운동에 얼굴조차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남은 63.07%(사전투표율 36.93%)의 유권자들 중 9일 “내 표가 정답”이라는 믿음으로 투표장으로 향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마 나를 찍지 못한 반대편 절반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당선 뒤 내놓을 위기 극복 청사진도, 각종 정책 비전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깨달음의 발로일까. 선거운동 내내 대한민국의 현재를 ‘위기’라고 진단한 두 후보는 마지막날 모두 “국민통합”을 외쳤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라는 표현은 ‘국민통합정부’보다 앞설 수 없다”며 “‘국민통합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선 즉시 국민통합정부 구성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부산 유세에서 “민주당의 양식있는 정치인들과도 협치하고 국민의당과도 신속히 합당해 우리 당의 가치와 목표의 외연을 넓히고 더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소중히 받들어 국민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서울 평창동 대화문화아카데미에 급히 모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 김원기 전 국회의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등 원로들은 이구동성 국민 통합의 대전제로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꼽았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부 초기에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불붙기는 어려울 것”(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이란 전망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국민통합’을 기대할 실마리가 있다면 두 후보가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소속 정당의 비주류 출신이라는 점이다. 86운동권 그룹도 친문 그룹도 아닌 이 후보는 정치의 변방 경기도에서 자수성가했다. 친이명박계도 친박근혜계도 아닌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자리에서 현 정부와 맞서며 몸집을 불렸다.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두 사람 중 누구라도 차기 정부의 성공을 도모하려면 협치나 정치적 연합, 이를 위한 권력 분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권력분산을 공약한 윤 후보와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한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로 대선 뒤 정치개혁 의제 부상은 시간문제”(국민의힘 초선 의원)라거나 “문재인 정부와 색깔이 다른 이재명 정부 구성엔 진영 초월의 통합 정부가 필수 요소”(민주당 재선 의원)라는 기대섞인 목소리가 흐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4일 사전투표를 마쳤다. 윤 후보는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이 후보는 서울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를 찾았다. 송봉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4일 사전투표를 마쳤다. 윤 후보는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이 후보는 서울 소공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를 찾았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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