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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시신훼손" 악몽의 시가전…동부선 "러 장군 또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5일(현지시간) 키이우 외곽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장갑차를 타고 5일(현지시간) 키이우 외곽을 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 13일째인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부 인접 지역에서 치열한 시가전과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7일 밤부터 8일 새벽 사이 러시아 전투기들이 주요 도시들을 공습했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중화기 밤낮 포격에 시신 수습도 못해" #동부 하르키우선 러시아 장군 두번째 사망 #"美, 러시아군 3000명 이상 사망으로 추산"

키이우 서부 24㎞ 근교도시 이르핀의 한 우크라이나 공수부대 중위는 이날 AFP에 ”일부 지역에서 백병전이 있었다”며 “(그곳에) 러시아군 200명, 50대 경장갑차, 여러 대의 탱크가 포함된 종대가 있다. 밀어내려고 노력하는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이르핀 시내 곳곳에는 러시아 저격수도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핀은 키이우를 사수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저항 지점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키이우 북서쪽 35㎞ 외곽 도시이자 이르핀에 인접한 부차도 심한 포격에 시달렸다고 아나톨 페도럭 부차 시장이 전했다. 페도럭 시장은 "중화기 포격이 밤낮으로 멈추지 않아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다"며 "개들이 거리에서 시신을 훼손하고 있다.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군은 또 키이우 서쪽 148㎞에 위치한 지토미르와 인근 마을 체르니아히우(Cherniakhiv)에 있는 석유 저장고를 공격했다. 지역 비상 대책 본부는 석유 저장소가 폭격을 받아 화재가 일어난 모습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지토미르 인근 마을 체르니아히우 석유 저장소가 폭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텔레그램 갈무리]

지토미르 인근 마을 체르니아히우 석유 저장소가 폭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텔레그램 갈무리]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해군 분석 센터의 러시아 군대에 대한 주요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먼은 "거대한 러시아 호송대가 키이우를 포위하기 위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1999년 체첸 수도를 함락시킬 때와 같은 매우 나쁜 분위기를 주고 있다"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당시 민간인 지역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공격으로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함락시켰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조여 오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 사수 의지를 다시 한 번 강하게 피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개전 후 처음으로 대통령 집무실에서 영상 연설을 하고 “나는 집무실에 있다. 누구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동부 밤새 공습…교전 중 러시아 장군 사망도 

하르키우 인근 전투에서 사망했다는 비탈리 게라시모프 장군.

하르키우 인근 전투에서 사망했다는 비탈리 게라시모프 장군.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선 러시아의 공습에 민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 수미 지역 옥티르카시에서는 폭탄이 주거용 건물에 떨어져 열병합 발전소가 파괴됐다고 지역 관리가 외신에 전했다. 수미 주지사 드미트로 즈비츠키는 “수미에서 영토 방어군 4명이 적군과 전투에서 전사했다”며 “수미 교외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이 민가에 폭탄 공격을 퍼부어 어린이를 포함한 1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동부 하르키우에서는 교전 끝에 러시아에서 두 번째 장군 전사자가 나왔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는 하르키우 인근 전투에서 41군 참모총장인 비탈리 게라시모프 소장이 전투 중 다른 고위 장교들과 함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게라시모프는 2차 체첸전쟁, 시리아전, 크림반도 병합에 참여한 군인으로 러시아로서는 뼈아픈 손실이다. 앞서 지난 3일 소장급인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러시아 제7공수사단장의 전사가 알려진 데 이어서 최고위급 사망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또 2명의 러시아연방보안국(FSB) 요원이 사망했다면서 그들의 대화를 도청했을 때 "보안 통신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고 주장했다.

8일째 포위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선 전기·난방·수도·통신 시설이 끊겼다고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텔레그램에 밝혔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마리우폴에서 대피하지 못한 20만 시민이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계속되는 포격으로 인해 민간인 사망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 지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HRW는 러시아가 지난 6일 마리우폴에서 마지막으로 작동 중인 통신 타워를 공격해 내부 소식이 완전히 끊겨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美, 러시아군 3000명 이상 사망으로 추산"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8일 개전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는 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군 전차 303대, 장갑차 1036대, 포병 시스템 120대, 다연장 로켓 발사기 56대, 대공 방어 시스템 27대, 항공기 48대, 헬리콥터 80대, 차량 474대, 선박 3척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우크라이나 측 손실 규모를 주장했다. 이고르 코나셴코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 시설 총 2482 곳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항공우주군(공군)은 7일 하루 158군데 군사 시설을 파괴했으며 고정밀 무기로 지토미르 지역의 우크라이나 공군 기지 오체른 비행장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보수적인 추산으로도 러시아군이 3000명 이상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했던 러시아 병력의 100%가 우크라이나에 투입됐다고 분석했다.

수미 지역 민간인 대피 시작  

7일(현지시간) 키이우 북서부 도시 이르핀을 탈출하는 한 여성이 울면서 피란길을 걷고 있다.[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키이우 북서부 도시 이르핀을 탈출하는 한 여성이 울면서 피란길을 걷고 있다.[AFP=연합뉴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를 위한 경로 일부를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동부 수미와 키이우 외곽도시 이르핀에서 민간인 대피가 시작됐다”고 알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수미 주지사 즈비츠키는 “첫 번째 버스가 수미를 출발해 폴타바 시로 향했다”고 영상 설명에서 밝혔다. 탈출 우선권은 임산부, 장애인, 고아, 어린이에게 주어진다.

러시아 국방부도 민간인들의 대피를 위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임시 휴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키이우·체르니히우·수미·하르키우·마리우폴 등 5개 도시에서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인도적 통로를 개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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