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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살린 미켈레 “20대여, 일을 애인으로 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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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4일부터 서울 DDP 디자인 박물관에선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절대적 전형’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구찌의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6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된 전시로, 도쿄·홍콩을 거쳐 서울에 상륙했다.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100년 구찌의 오늘을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급’ 행사다.

서울 전시 오픈을 맞아 7일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한국 취재진이 화상으로 만났다. 양태오 공간 디자이너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구찌에서 일한 7년과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사진 구찌]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사진 구찌]

“구찌에서의 7년, 구찌는 아름다움의 장소”

7일 서울 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한국 취재진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 [사진 구찌]

7일 서울 DDP 디자인 박물관에서 한국 취재진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는 알레산드로 미켈레. [사진 구찌]

미켈레는 지난 2015년 구찌에 합류해 지난해 100주년을 함께 했다. 2010년대 초반 낡은 이미지로 쇠락하던 구찌는 미켈레가 디렉터로 부임한 후 단숨에 부활, MZ세대(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로 부상했다. 미켈레는 구찌를 재정의한 천재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미켈레는 구찌에 대해 “단순히 신발에 붙는 마크나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100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후 구찌는 우리의 한 부분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움의 장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미켈레가 지난 2015년부터 구찌에서 진행했던 컬렉션과 캠페인을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재해석한 몰입형 전시다. 아키타이프(archetype)의 사전적 의미는 ‘전형’ ‘원형’으로, 이 전시에는 복제품이 재현할 수 없는 본래의 형태를 의미한다.

구찌의 향수 '블룸' 캠페인을 형상화한 공간. [사진 구찌]

구찌의 향수 '블룸' 캠페인을 형상화한 공간. [사진 구찌]

전시에 대해서 미켈레는 “여러 가지 실험적 아이디어를 반영했다”며 “전시를 통해 여러분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전시의 제목을 아키타이프라고 이름 지은 데 대해 “지난 7년간 구찌에서 미학적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이미지의 원형”이라며 “아름다움이자 창의적 작업, 잠재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는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

전시는 총 14개의 공간이 연결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구찌 캠페인에 녹아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공간에 표현했다. 프랑스 68혁명에서 영감을 받은 2018 프리폴 캠페인을 그래피티로 표현하거나, 2016년 봄·여름 캠페인의 무대였던 베를린의 한 나이트클럽 화장실을 표현하는 식이다.

구찌 2016년 봄여름 캠페인의 무대였던 베를린의 나이트클럽 화장실. [사진 구찌]

구찌 2016년 봄여름 캠페인의 무대였던 베를린의 나이트클럽 화장실. [사진 구찌]

미켈레는 “영감의 원천은 제가 보는 모든 것”이라며 “패션은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모든 것을 하나로 종합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업에 이야기를 담고 싶다”며 “이미 존재했던 이야기도 새롭게 만들고 싶고, 이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시 포스터에도 등장한 눈의 형상에 대해서 미켈레는 “눈은 우리 신체에서 이미지를 기억하게 하는 하나의 기반”이라며 “눈을 통해 보는 모든 것을 녹화해 내가 하는 작업에 반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구찌 아키타이프 전시의 상징인 눈. [사진 구찌]

구찌 아키타이프 전시의 상징인 눈. [사진 구찌]

그러면서 꼭 봐야할 공간으로 ‘수집가의 방’을 꼽았다. 수집가의 방에는 수천 개의 나비와 뻐꾸기시계, 구찌 마몽 핸드백이 놓여있다. 2018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재해석한 장소다. 미켈레는 “많은 물건이 모여 있는데, 여러 가지를 놔둬 모호한 점이 있으면서도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했다.

수집가의 방 전경. [사진 구찌]

수집가의 방 전경. [사진 구찌]

구찌의 미래는...

1921년 탄생한 구찌는 지난해 100주년을 맞았다. 미켈레는 구찌의 미래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구찌의 미래는 전적으로 지금 우리가 하는 일에 달려있다”면서 “100년이 지난 지금도 구찌는 아직도 사춘기라고 생각하며, 아직도 존속해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젊음을 간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50세가 된 그는 구찌의 젊은 직원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구찌는 30세 이하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의 모임인 ‘그림자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켈레는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과 소통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화를 통화 의견을 교환하고 순환시키는 것은 유용한 작업”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도 20대처럼 일하고 있다”며 “일을 일로써 접근하지 말고 애인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최대한 헌신하고 하고자 하는 의욕과 의지, 열정이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은 ‘꿈’”이라며 “보는 모든 것과 만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항상 꿈꾸는 것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전시에서는 구찌 2015년 가을겨울 캠페인에 등장했던 LA 지하철의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사진 구찌]

전시에서는 구찌 2015년 가을겨울 캠페인에 등장했던 LA 지하철의 공간도 만날 수 있다. [사진 구찌]

미켈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름다움은 폭력과 거리가 멀다”며 “패션 업계도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했다.

한편 구찌의 모기업 케링 그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며 지난 4일부터 러시아 현지 매장 운영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7일 구찌는 ‘차임 포 체인지(Chime for Change)’ 캠페인을 통해 유엔난민기구 (UNHCR)에 50만 달러를 기부해 우크라이나 폭력사태에 어려움을 겪는 난민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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