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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수 뛰어든 '심청' 세계 홀렸다…하버드생이 만든 韓공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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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효녀 심청 스토리를 디즈니 풍 뮤지컬로 제작한 한국계 미국인 하버드대 재학생, 줄리아 류. [juliariew.com 캡처]

효녀 심청 스토리를 디즈니 풍 뮤지컬로 제작한 한국계 미국인 하버드대 재학생, 줄리아 류. [juliariew.com 캡처]

애니메이션 왕국엔 중국 ‘뮬란’은 있는데 한국 캐릭터는 없다. 왜일까. 만들면 어떨까. 궁금해서 효녀 심청을 직접 뮤지컬로 제작한 하버드대 재학생이 있다. 22세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류 씨가 그 주인공. 그가 만든 ‘심청: 전래동화(Shimcheong: A Folktale)’은 지금 영여권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바이럴되며화제 몰이 중이다. 효녀 심청이 세계적으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해낸 셈이다. 류 씨가 직접 작곡 및 작사한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다이빙(Dive)’다. 말그대로 심청이 인당수에 다이빙하는, 즉 몸을 던지는 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류 씨의 사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넘어 확산 중이다. AP통신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재학생이 만든 디즈니풍 한국 뮤지컬이 온라인에서 히트를 치다’라는 제목으로, NBC방송도 ‘하버드대생, 한국풍 디즈니 공주 노래로 대히트’라는 제목으로 류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줄리아 류 씨가 틱톡에 올린 '심청' 일부 영상. [Julia Riew instagram]

줄리아 류 씨가 틱톡에 올린 '심청' 일부 영상. [Julia Riew instagram]

줄리아 류는 미국 미주리 주(州) 토박이다. 한국계 미국인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탈 때마다 디즈니 노래를 부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기소개를 해놨다. 그는 NBC에 “심청은 어린 시절 내가 항상 되고 싶었던 캐릭터”라고 말했다. 왕자님의 키스를 기다리며 누워있는 존재가 아니라, 아버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움직이는 주체적 캐릭터를 원했다는 의미다. 팬데믹으로 1년을 갭 이어(gap year, 휴학과 비슷)로 보내면서 류 씨는 심청을 자신만의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이 아닌 문화권의 관객에게도 소구력이 있도록 줄거리를 다듬었고 대본을 썼고 23곡을 작사 작곡했다. 샘플 영상의 모델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자신의 얼굴을 인식해 캐릭터를 만드는 스냅챗 기능을 이용해서다. 그렇게 만든 샘플 영상을 틱톡에 올린 뒤 하루 만에 그의 팔로워 수는 1만명이 넘었다고 NBC는 전했다. 결국 가장 한국적인 캐릭터가 가장 세계적임을 그가 증명해낸 셈이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음악과 무용, 연극과 뮤지컬을 공부하는 중이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대 뮤지컬 및 디즈니 풍의 뮤지컬, 팝 음악 및 코미디 쇼 등등이 전문“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뮤지컬을 만들어내는 게 꿈”이라고 적었다. 다양성이 화두인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그의 ‘심청’은 중요한 메시지이자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다.

류 씨의 '심청' 뮤지컬에 쏟아지고 있는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Julia Riew instagram]

류 씨의 '심청' 뮤지컬에 쏟아지고 있는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Julia Riew instagram]

류 씨는 한국계 미국인, 나아가 아시아계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하버드대 학내 아시아계 커뮤니티인 ASAP(아시아 학생 예술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창립하기도 했다. 그가 제작한 뮤지컬 전작 중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빗댄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있다. 웨스트, 즉 서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스트, 즉 아시아의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수작이다.

그가 ‘심청’을 위해 만들어낸 노래, ‘다이빙’의 가사 일부는 이렇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이상) 아무도 나를 멈출 순 없어. 이 세상의 어떤 파도도 나를 흔들 순 없어. 나에겐 목표가 있고, 그걸 위해 내가 돌진하는 모습을 다들 지켜봐.” 앞으로 줄리아 류의 전도유망한 앞날 역시 그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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