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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우리 아이 혹시 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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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린이의 눈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1970년대 8~15%에 그쳤던 어린이(초등학생) 근시 유병률이 2004년엔 46.2%로 30여 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학습이 시작되고, PC.TV.전자오락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근시 등 시력이 나쁜 자녀를 둔 부모가 반드시 알고 실천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만 5세 이전 안과 검진을 받는다=신생아의 약 80%는 원시 상태로 태어난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근시가 훨씬 많아진다. 근시는 가까운 곳은 잘 보이고 먼 곳은 잘 보이지 않는 굴절 이상. 하지만 어린이는 자신의 눈 상태를 잘 표현하지 못 해 간과하기 쉽다.

대한안과학회는 자녀가 증상을 호소하지 않더라도 늦어도 만 5세 이전엔 안과 검진을 한번 정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보다 나이가 어려도 다음 증상이 있을 때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엄마와 눈을 잘 못 맞추거나(생후 3~4개월 무렵), 눈 부셔하거나 눈을 자주 비비거나 인상을 찡그리며 사물을 보면 일단 시력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근시는 방치하면 20세가 될 때까지(때로는 20대 후반까지) 계속 악화하는 질환이다. 분당차병원 안과 유혜린 교수팀이 2001년부터 5년간 어린이 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세 이상 어린이의 근시 진행(악화) 속도는 7세 미만 어린이보다 20%가량 빨랐다. 또 4세 이후에 안경을 처음 접한 어린이는 4세 이전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한 어린이에 비해 근시가 20%나 빨리 악화됐다.

근거리 작업을 줄여라=근시 예방.치료의 요체는 '사물을 너무 가까운 곳에서 보지 않는 것'이다.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는 의대.법대생의 근시 유병률이 다른 전공 대학생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강북삼성병원 소아안과 장혜란 교수는 "최근 어린이 근시가 급증한 것은 PC.TV 시청.전자오락.독서 등 근거리 작업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가까운 곳을 보려면 눈의 조절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근육을 장기간 과다하게 쓰면 근시가 유발 또는 악화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녀가 독서할 때 책과의 거리를 30㎝ 이상 두고, 단거리 작업 시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40분간 독서.TV 시청.PC 작업 등을 한 뒤엔 20분간 먼 산을 바라보거나(원거리를 볼 때는 눈의 조절 근육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눈을 감는 것이 이상적이다.

#안약.라식수술.근시교정 렌즈의 효과=작은 평수의 실내에도 40인치 이상의 대형 TV를 설치한 가정이 적지 않다. 동시에 "TV의 대형화가 눈 건강을 망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강남성모병원 안과 김도현 교수는 "대형 TV나 대형 PC 모니터가 눈을 피로하게 하는 것은 맞지만 근거리에서 시청하지 않는 한 근시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라며 "화면의 대각선 길이에서 2.5배 이상 거리를 두고 시청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대형 TV를 누워서 보는 것은 눈의 피로를 가중시킨다. 눈을 치켜뜨고 보는 것이 아래로 내려보는 것보다 피곤하기 때문이다.

'근시 진행을 늦춰준다'고 광고하는 안약.연고가 여럿 나와 있지만 효과는 불분명하다. 약을 끊으면 4주쯤 뒤엔 약효가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또 이 약들은 동공을 확장시켜 눈 건강에 해로운 자외선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오게 한다. 백내장.황반 변성 등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는 것.

라식.라섹 수술은 성인이 된 이후에 받는 것이 원칙. 근시는 20세까지 계속 진행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요즘 개원가에서 시술 중인 근시교정 렌즈(드림렌즈)는 밤에 잘 때 끼고 낮에 활동할 때 빼는 렌즈다. 오랫동안 착용해야 하므로 어린이가 힘들어하고 비용(80만~150만원)도 만만찮다. 그러나 이 렌즈만으로 근시의 '완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안과학회는 "드림렌즈가 근시를 완전히 해결해주는 확정적인 치료법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렌즈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각막염.각막궤양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서다.

시력이 나쁘다고 해서 자녀에게 안경 대신 소프트 렌즈.서클 렌즈.하드 렌즈 등 콘택트 렌즈를 사주는 것도 삼가야 한다. 한양대병원 소아안과 신선영 교수는 "콘택트 렌즈는 성인이 된 뒤에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청결하지 않거나 친구와 돌려가며 착용하는 등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각막염.각막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가성 근시, 가려내야=실제론 안경을 쓸 필요가 없는데도 잘못된 굴절검사로 인해 근시로 판정되는 이른바 가성 근시(가짜 근시, 일시적 근시) 어린이도 적지 않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근거리를 볼 때 사용하는 조절 근육의 기능이 왕성하다. 그러나 일단 사용된(뭉쳐진) 조절 근육을 잘 풀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가성 근시다.

따라서 일반적인 자동굴절검사만으론 오진하기 쉽다. 눈의 조절 근육을 풀어주는 안약을 눈에 먼저 떨어뜨린 뒤 굴절검사를 받아야 가성 근시를 가려낼 수 있다.

길병원 소아안과 백혜정 교수는 "임상 경험으론 근시 어린이 10명 중 2~3명이 가성 근시였다"며 "가성 근시는 안경을 벗기는 것이 최선의 치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성 근시 어린이에게 자신의 실제 시력에 맞지 않는 안경을 씌워주면 눈 조절 근육 뭉침이 더욱 커져 눈의 충혈.피로.두통이 유발되고, 뭉쳐진 눈조절 근육을 풀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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