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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시위에 푸틴 '계엄령' 선포설…"우려했던 신호 포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국내 우크라이나 침공 반대 세력을 저지하는데 더 큰 힘을 얻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체포되고 있는 반전 시위대 참가자 모습. [타스=연합뉴스]

지난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체포되고 있는 반전 시위대 참가자 모습. [타스=연합뉴스]

텔레그래프는 푸틴 대통령이 4일 임시회의를 소집해 계엄령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크렘린궁은 계엄령 선포를 놓고 "거짓"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EU 전문가과 언론에선 계엄령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관료들은 3일 “러시아가 계엄령 카드를 꺼내려는 신호를 포착했다”며 “우리가 의식하고 또 우려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 역시 지난 2일 “계엄령이 긴급회의에서 승인될 것 같다”며 “동시에 모든 시위에 대한 금지와 바깥세상으로의 차단, 대규모 식량 및 재정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디언은 3일 "금요일(4일)에 당국이 계엄령을 선포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탈출 행렬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3일 러시아의 대표적 라디오 방송인 '에코 모스크바'의 사무실 모습. 현재 방송 송출이 중단된 상태다. 에코 모스크바는 당국의 송출 중단에 반발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송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타스=연합뉴스]

3일 러시아의 대표적 라디오 방송인 '에코 모스크바'의 사무실 모습. 현재 방송 송출이 중단된 상태다. 에코 모스크바는 당국의 송출 중단에 반발해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송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계엄령은 국가가 공격 위협을 받고 있을 때 선포할 수 있다. 이 경우 러시아 사회 전역에서 검열이 강화될 수 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타티야나 스타노바야는 “계엄령을 선포하면 정권이 군사 검열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계엄령은 언론을 장악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언론 장악은 시작된 모양새다. 러시아의 대표 라디오 방송국이자 자국에서 마지막 자유주의 미디어로 남아있던 ‘에코 모스크바’는 방송이 중단됐다. 1991년 소련 연방 당시 KGB 주도 쿠데타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 당국은 또 러시아의 독립 TV 채널 웹사이트도 차단했다. 해당 언론사 편집장은 지난 2일 체포당할 것이 두려워 러시아를 떠난 상태다.

러시아 경찰들이 지난달 27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전 시위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경찰들이 지난달 27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반전 시위에 대비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정부의 비판 언론 탄압은 국내 반전 시위와 맞물려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7669명의 반전 시위대가 체포됐다. 모스크바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 앞에서 ‘전쟁 반대’ 시위를 하던 7살 아동도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다. 반전 시위가 계속되자 러시아 일부 의원들이 4일 반전 시위에 참여해 구금된 러시아인들을 강제징집해 전쟁터에 내보내겠다는 내용의 법안까지 제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러시아에서 반전 요구가 커지는 데는 예상치 못했던 서방의 제재도 한몫 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3일 러시아를 향한 추가 제재를 단행해 러시아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 19명과 47명에 달하는 그들 가족의 비자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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