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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파월 “이달 0.25%P 인상 지지” 우크라 공포 잊고 증시 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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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국 증시는 대부분 올랐다.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이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국 증시는 대부분 올랐다. [AFP=연합뉴스]

금리 인상이란 방향은 바꾸지 않는다. 다만 보폭은 줄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일(현지시간) 시장에 보낸 메시지다. Fed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서 일보 후퇴하며 시장은 반색했다. 파월이 날린 비둘기에 금융 시장이 전쟁의 공포를 잠시 잊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강력한 노동 시장으로 인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방 금리의 목표 범위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0.25%포인트를 지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파월은 오는 15~16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한 시장의 관심은 인상의 폭에 쏠려 있었다.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이냐 빅스텝(0.50%포인트)이냐를 둘러싼 전망과 예상이 이어졌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Fed가 보폭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이날 파월의 발언은 이번 FOMC에서 0.25%포인트 인상에 사실상 쐐기를 박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Fed의 급격한 긴축이라는 걱정을 덜어낸 시장은 안도했다. 다우존스(1.79%)와 S&P500(1.86%), 나스닥(1.62%) 등 뉴욕 3대 시장 지수가 모두 올랐다. 코스피도 전날보다 1.61% 오른 2747.08에 마감했고, 코스닥도 1.88% 상승하며 900선을 탈환했다.

하지만 ‘불안한 안도’다. Fed가 언제든 마음을 바꿔먹을 수 있어서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등 악재가 산적한 탓이다. Fed의 골칫거리인 물가는 이런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파월 한마디에 일제히 반등한 증시

파월 한마디에 일제히 반등한 증시

이날 Fed가 발간한 미국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도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뚜렷했다. Fed는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상품 가격이 미 전역에서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며 “기업들은 앞으로 여러 달에 걸쳐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지북은 “미국의 경제 활동이 완만한(modest) 속도에서 보통(moderate)의 속도로 확장했다”며 경기 전망을 높여 잡았다. 물가 때문에 금리를 높여야 할 때 경기 둔화 우려로 결정을 망설일 수 있지만 이런 장애물을 일단 제거한 것이다.

이에 따라 Fed의 향후 행보를 좌우할 요인은 물가가 될 전망이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금리를 더 올리는 등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번에는 보폭을 줄였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올여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발표될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만약 물가 부담이 커질 경우 국제유가 110달러 돌파와 맞물려 금리 인상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월 미국의 CPI(전년 동기 대비)는 7.5%까지 치솟았다. 1980년 2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 CPI의 선행지표인 미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전년동기대비)도 9.7%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오는 10일(현지시간) 발표될 2월 CPI가 1월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주는 에너지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연일 급등세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 오른 배럴당 110.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1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브렌트유 가격도 장중 13.02% 오른 배럴당 113.98달러까지 상승했다.

파월 의장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규정하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쟁이 Fed를 다시 비둘기로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 물가를 고려하면 어림없는 생각”이라며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계속 급등하고 있어 물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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