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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 석탄의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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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취급당하며 산업혁명 시대의 한물간 연료쯤으로 여겨졌던 석탄이 점차 조명을 받고 있다. 석유값이 비싸졌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12일 '석탄, 포스트 오일로 급부상한다'는 보고서에서 석탄이 주목받는 배경과 각국의 활용 현황 등을 소개했다.

'석탄의 부활'을 가능하게 한 것은 가스화와 액화 기술. 이로써 공해 유발과 용도 제한이라는 석탄의 큰 약점이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석탄 가스화 복합 발전(IGCC)' 기술은 석탄을 직접 태우는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2~25% 줄였다. 앞으로는 이산화탄소 전량을 지하로 모아 공업용 가스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5월 독일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없앤 세계 최초의 갈탄 화력발전소 시범 공장 기공식이 있었다. 주로 발전용에 머물던 석탄의 용도가 수송용 원료나 석유화학 재료에까지 확대된 것도 가스.액화 기술 덕분이다.

석탄의 가장 큰 장점은 값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석탄은 배럴당 60달러를 웃도는 석유의 10분의 1 정도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로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석탄을 가스나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 경제성을 지닐 수 있다고 분석한다. 석탄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현재의 채굴 기술로 석유와 천연가스는 각각 41년, 67년 뒤 고갈되지만 석탄은 164년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적으로도 미국.러시아.중국.인도.호주.유럽 등에 골고루 매장돼 자원 독점 우려도 크지 않은 편이다.

석탄 에너지 개발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석탄 보유 대국인 미국.중국.남아공이다. 7개의 석탄 가스화 공장을 운영하는 미국은 2020년까지 석탄으로 무공해 전력과 난방.수송용 에너지를 확보한다는 '퓨처 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까지 진행되는 제1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가스.액화 기술 산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남아공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정책이 세계 각국의 경제 제재를 불러오자 이 기술을 개발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이달 말 사업비 6500억원 규모의 IGCC 실용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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