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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정가 “괴편지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부토 전총리가 인에 공격요청”서한/총선앞둔 정적의 조작설 돌아
파키스탄정치에 괴편지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총리의 정치적 재기를 저지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편지가 정적들에 의해 공개돼 그 진본여부를 놓고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편지의 내용은 부토가 분쟁상대국인 인도로 하여금 파키스탄을 공격하도록 설득했다는 것.
이 편지는 부토 전총리의 최대정적 나와즈 샤리프의 정치보좌관인 나비드 말리크에 의해 지난 15일 공개됐다.
이 편지의 수신자는 미상원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이자 부토의 오랜 친구인 피터 갤브레이스로서 거기에는 『싱 인도 총리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파키스탄군을 국경에 묶어 놓도록 하여 나의 길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편지는 또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 및 경제원조가 중단되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 모든 국제기구가 파키스탄정부에 압력을 가하도록 하는 한편 석유공급도 혼란을 초래케 해 파키스탄의 정상생활이 중단되는 사태를 야기하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부토 전총리가 과연 그같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 국가의 위험을 스스로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었겠느냐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의문 제기의 결정적 근거는 우선 글씨체가 부토 전총리의 그것이 아니다는데 있다.
이 편지가 비록 타자로 작성되었다고는하나 서명과 첫 인사말이 부토가 평상시 쓰던 말과 다르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명문인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평소 부토 전총리의 서간ㆍ일기 등에서 정확한 문법을 구사해온 그녀답지 않게 이 편지에서는 곳곳에서 문법상의 실수가 눈에 띄고 있는 것도 그같은 의혹의 단서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부토가 아니면 누가 이같은 편지를 썼을까 하는 것이 이번 괴편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에서는 이 편지가 부토 전총리가 쓴 것이 아니고 오는 24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부토를 깎아내리려는 정적들이 조작해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유력하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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