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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킹메이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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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는 여러모로 감독의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을 연상시킨다. 두 남자의 브로맨스를 그린다는 점, 약육강식의 세계가 배경이라는 점, 그리고 설경구가 주인공이라는 점. 다른 것이 있다면 장르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 말 그대로 불한당들의 세상을 솜씨 있게 요리한 범죄 영화라면, ‘킹메이커’는 실화와 역사를 모티브로 삼는 정치 드라마다. 고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참모였던 엄창록의 이야기인 이 영화는, 김운범(설경구)이 탁류 같은 세월을 헤치고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며 그 옆엔 탁월한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있다.

한국영화 ‘킹메이커’

한국영화 ‘킹메이커’

여기서 ‘킹메이커’는 두 사람이 속한 영역을 빛과 어두움의 세계로 나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통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김운범은 사람들 앞에 드러나는 인물이다. 반면 일단 승자가 되어야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서창대는 자신을 암약하는 존재로 여긴다.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동지애를 확인하지만,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이러한 세계관의 차이로 인해 갈라질 수밖에 없다. 그 관계는 영화에서 빛과 그림자의 미장센으로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이 장면은 어쩌면 정치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풍경이다. 대중 앞에서 온갖 공약을 통해 호소하는 정치인과, 상대방을 거꾸러트리기 위해 어둠 속에서 온갖 책략을 꾸미는 사람들. 이것이 정치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